[사자경제] 코로나19, ‘무역전쟁’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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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코로나19, ‘무역전쟁’보다 무섭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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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인도 디우. /출처=구글지도
인도 디우. /출처=구글지도
17세기 초의 인도 디우. /출처=위키피디아
17세기 초의 인도 디우. /출처=위키피디아
인도 디우 마을과 포르투갈 요새. 1729년 영국 판화. /출처=위키피디아
인도 디우 마을과 포르투갈 요새. 1729년 영국 판화. /출처=위키피디아

“저 함선만 없었어도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하진 않았는데… 분하다.”

1509년 2월 3일. 인도 서북부 ‘디우’와 인접한 아라비아해. 인도·이슬람 연합군은 100척이 넘는 전력을 앞세우고도 18척의 포르투갈 함대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희망봉을 건너온 포르투갈 함선 ‘카라크(carrack)’는 대포를 양쪽에 장착하고 화력을 뿜어냈습니다. 동·서양 간 최초의 무역전쟁이자 윌리엄 위어가 꼽은 ‘세계를 바꾼 50개 전투’에 이름 올린 ‘디우 해전’입니다.

전쟁이라기보다 전투에 가까웠던 ‘디우 해전’은 동서양 교류와 경제사에 있어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옵니다. 서양의 해양세력이 동양을 압도하고, 뒤처졌던 유럽의 경제력이 앞서기 시작한 분기점이 된 것입니다. 포르투갈이 이처럼 원정싸움에 나섰던 이유는 당시 유럽에서는 손바닥만 한 후추가 집 한채 값어치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무역전쟁이나 다른 최근의 경제 위기와 어떻게 다른지 월스트리트가 깨닫기 시작했다.”

‘무역전쟁(貿易戰爭)’. 2개 이상의 나라가 보복관세나 수입거부 또는 투자, 거래 제한 등의 수단을 이용하여 무역 이권을 다투는 일을 말합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무역전쟁’까지 언급하며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화면 갈무리.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화면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26일자(현지시간) 지면에서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 월가의 금융 기관과 투자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올 피해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Wall Street Is (Finally) Waking Up to the Damage Coronavirus Could Do)’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는 10년 전 유로존 리스크 등 각종 위기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겁니다. 이른바 관세전쟁인 미중 무역분쟁으로 양국의 제조업이 부진하기는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경제 대국들의 공장,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 폐쇄 조치로 피해가 광범위하고 오래 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역전쟁에서 살아남은 회사들도 코로나바이러스로 매출 손실이나 사업 중단 등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공급 충격으로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으로도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날 세계 경기 둔화 징후를 가늠할 수 있는 10년 및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암울한 전망과 ‘철저한 관리’를 주문합니다. 어떤 이는 ‘위기는 기회’라는 나름의 경제논리도 설파합니다.

“전세계 경제는 결국 마비될 거야.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19가 몇개 나라로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외국도 잘 관리해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야 어차피 닥친 거 지나가겠지만 아직 시작 안한 나라들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겁니다” “돈 풀면 뭐가 됐든 사야 한다. 그럼 뭐가 됐든 오른다. 성장이고 공장폐쇄고 다 상관없다. 돈 풀면 뭔가를 사야 된다. 그냥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그럼 가격이 오르고 많이 오른 거에 비해 다른 게 싸 보이면 그걸 또 사고 그럼 또 오른다 그게 또 오르면 다른 게 또 싸 보이고 그럼 그걸 또 산다. 그렇게 자산 가격이 계속해서 오른다. 그러니 주저 말고 사라.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위기에 돈 풀면 오르니까 나온 소리다”.

2008~2019년 3분기 한국·중국·일본·독일 수출.(단위 : 백만달러, %) /자료=전경련
2008~2019년 3분기 한국·중국·일본·독일 수출.(단위 : 백만달러, %) /자료=전경련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이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보다 더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3분기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9.83% 급감해 중국(-0.09%), 일본(-4.50%), 독일(-5.21%)과 비교해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부진 여파가 컸습니다. 주력 메모리반도체 제품인 D램 가격이 1년만에 60%, 낸드플래시는 5% 가량 하락한 것이 전체 수출 급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나 보호무역의 영향을 받은 다른 국가보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자료=질병관리본부
/자료=질병관리본부

27일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습니다. 경제적 곤궁을 안겨주는 무역전쟁보다 더 무서운 목숨 건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디우 해전을 승리로 이끈 카라크는 없어도 우리에겐 오천만의 ‘거북선 정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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