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코로나19와 함께 늘어가는 ‘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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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코로나19와 함께 늘어가는 ‘재택근무’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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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헌 천년은 더커뮤니즘(the Communism·공산주의 체제)의 종말로 마감했지만 새 천년은 다커미즘(Dot-comism·인터넷기업 지상주의)으로 시작됐다.”

‘2K’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던 2000년 1월. 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닷컴’ 돌풍을 예견하며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장밋빛도 잠시, 봄부터 닷컴 열기가 식어가더니 ‘앤젤’들의 투자 취소가 잇따라 외신으로 타전됩니다. 그리고 ‘버블’이 붕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해 한 신문은 닷컴 종사자들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닷컴의 근로방식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이른바 인터넷노예(Net Slave) 현상이다. 웹에 연결된 모든 곳에서 365일 24시간 일을 할 수 있다 보니 자유시간(flex time) 근무에 이어 재택근무를 포함한 ’Flex Place‘란 신조어가 나타났다. 아울러 내복(inner wear)은 인터넷웨어(internet wear)로 불렸다. 닷컴 재택근무자들은 집에서 내복을 입고 일해도 됐으니, 뒤집어보면 침대 근처에서 내복을 입히고도 일을 시켰으니. 그래서인지 하반기 들어 닷컴노조의 결성 소식이 나라 안팎에서 전해졌다.’

서울 용산구의 LS타워. /사진=LS그룹
서울 용산구의 LS타워. /사진=LS그룹

‘재택근무’. 집에 회사와 통신 회선으로 연결된 정보 통신 기기를 설치하여 놓고 집에서 회사의 업무를 보는 일을 말합니다. 코로나19의 위기 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기업들이 잇따라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늘(25일)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본사 모든 직원들에 대해 이날 하루 재택근무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본사 바로 옆 건물인 LS용산타워 16층에 자리잡은 LS그룹 계열사 근무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에 LS타워는 24일 저녁부터 폐쇄됐으며, 건물에 입주한 LS, LS니꼬동제련, E1 등 LS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26일까지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K그룹도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근무 인원을 최소화해 25일부터 관계사별 상황에 맞춰 재택근무를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을지로 SKT타워의 SK텔레콤은 다음달 1일까지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도 이에 동참해 쿠팡은 ‘여러 날’ 동안, 위메프와 티몬은 28일까지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관리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관리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질병관리본부 응급상황실
/자료=질병관리본부 응급상황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다시 한번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어제 OOO세무서를 다녀왔다. 13층 세무서에서 엘베를 탔는데 세무서 직원들 3명과 같이 탔는데 아무도 마스크를 안 쓰고 엘베에서 히히덕거리며 얘기하더라. 막상 사무실엔 마스크 안 쓴 민원인은 출입금지라 해놓고... 무서워 벽에 달라붙어서 벽만 보고 내려왔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빠들.. 최대한 애들이랑 접촉 줄이려고 오자마자 씻고 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는다.. 재택근무 할 수 있는 직장들은 가능하게 해주세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가족안전과 나라걱정 해보긴 처음이다”.

때마침 오늘(25일) 내리는 비에도 감사를 표합니다.

“그래도 하늘은 돕네. 비가 와서 더러운 거 씻겨 가고, 바이러스는 습도에 약해 전파가 차단된다며... 기온 상승도 한몫하고요. 중국 외곽도 자제 조짐이 보이고. 이대로만 재발 끝나라”.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라며 온 국민의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북돋웁니다.

“어제 했던 정부 실시간 브리핑 봤는데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듯 보였다. 추가 병상 확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량까지 언급하는 등 의료현장이 당장 수급할 수 있는 병상의 규모에 대해서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일 테니 모든 국민들은 조금만 더 힘내 보도록 하자”.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이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보건복지부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이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보건복지부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92년. 한 언론의 ‘사무자동화’ 기획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컴퓨터가 이처럼 문서작성과 통신기능을 통합하게 됨에 따라 최근 在宅근무라는 말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도 컴퓨터프로그래머들을 중심으로 이미 일부 업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日本의 경우 1천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34.9%가 재택근무제를 실시중이거나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시중인 업체의 83.1%가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 이 제도를 앞으로 더욱 확대시켜 나갈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이 아닌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인터넷웨어’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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