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에 무슨 일이 ①] 제식구는 채찍 대신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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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에 무슨 일이 ①] 제식구는 채찍 대신 ‘당근’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21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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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조퇴 ‘멋대로’… 건강검진 공가일까지 개인휴가로 사용
2019 하반기 종합감사 결과 입수, 시정·경고 등 지적사항 분석
사진=한국마사회
사진=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 소속 16년차 기수인 44세 문 모씨가 지난해 11월 29일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는데요.

당시 문씨는 ‘부정 경마’ 의혹을 제기한 내용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마사회측은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와 마필관리사는 모두 6명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사회 내에서는 어떤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본지가 지난해 마사회 ‘하반기 종합감사 결과’를 입수해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감사 결과는 77쪽에 달하는 시정, 경고, 주의 등 총 39건의 지적사항이 담겨 있었습니다. 분야는 인사·안전·계약·공정·선수단 등이 망라돼 있습니다. 본지는 마사회 감사결과를 4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한국마사회는 공기업으로서 공무원법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제식구 감싸기에 공수표도 남발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고 있더군요.

먼저 인사분야에서는 ‘외출·조퇴 등 근태관리 기준’조차 수립이 안 돼 있었습니다.

감사결과 2016~2019년까지 외출·조퇴 누적 시간이 8시간을 초과한 사례가 다수 드러났는데요. 이는 마사회에 관련규정상 사용시간의 한도에 대한 제약 기준이 없어서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무원 복무관리 기준에 따르면 지각, 조퇴, 외출 및 반일연가는 종별 구분없이 각각의 시간을 모두 합산해 누계 8시간을 연가 1일로 계산해 공제한다고 돼 있습니다.

병가 사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마사회 규정은 연 누계 60일의 범위에서 병가를 허가하고 있으며 병가일이 7일 이상일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병가일이 7일 이상인 경우에만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라는 조항인데요. 연간 누계가 7일 이상일 경우에도 병가일이 연속되지 않는 경우에 진단서 없이도 사용이 가능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무원 기준은 연간 누계 6일까지는 진단서의 제출 없이도 병가를 사용할 수 있으나, 7일 이상 연속되는 병가와 병가의 연간 누계가 6일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진단서를 제출토록 돼 있습니다.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활용해야 합니다.

건강검진 공가 사용도 지적사항으로 나왔습니다.

현행법에는 2년마다 1회 이상 일반 건강검진을 실시하되, 사무직에 종사하지 않는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1년에 1회 실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필요한 기간을 공가로 허가하고 있습니다. 단, 직원이 근무시간 중에는 근무상황부에 사유를 기재하고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공가일 검진을 받을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는 공가를 취소하고 정상근무를 하거나 연차휴가 처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마사회는 이를 어긴 횟수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57건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건강검진 공가를 개인 연차휴가 또는 개인 진료 용도로 사용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병원사정으로 휴일 또는 휴가일로 건강검진을 연기하거나 공가일을 잘못 입력했다고 소명했습니다. 하지만 소명내용에 대한 증빙자료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습니다.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 아닌가요?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도 어기고 있었습니다.

공무원복무규정은 임신 중인 여성 공무원에게 1일 2시간 범위내의 모성보호시간을 부여토록하고 있죠.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 및 민간 전파를 위해 임신 직원의 모성 보호시간에서 임신기간 제한요건을 삭제한 것입니다.

그런데 마사회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임신 후 36주 이상 여성직원’이라며 임신기간을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또 자녀돌봄 휴가도 공무원복무 규정으로 돼 있는 ‘병원진료시’ 조항도 빼 먹었더군요.

마사회 측은 ‘일·가정 양립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9년 9월 일·가정 양립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해 남녀 생애주기별 육아지원체계를 수립하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회사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랑했었습니다.

모두 공수표인가요?

한편 한국마사회의 수익률도 엉망입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매출액은 각각 7조6895억, 7조7822억, 7조7899억, 7조8447억, 7조5754억원을 올렸습니다. 당기순이익은 각각 2415억, 2439억, 2300억, 2227억, 18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거의 제자리 수준인 반면 당기순이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3.14%, 3.13%, 2.95%, 2.84%, 2.41%로 추락세를 보이고 있네요.

부정 경마 의혹에 규정은 위반을 하면서까지 입맛에 맞게 멋대로 행하면서 정작 수익은 나 몰라라하는 공기업 한국마사회.

공기업의 전형적인 안일주의를 보여주는 모양새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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