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금 간’ 이우현 OCI 회장, 삼촌들이 가만히 있을까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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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금 간’ 이우현 OCI 회장, 삼촌들이 가만히 있을까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4.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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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로 외연 확장 한미그룹과 통합 무산, 지배권 강화마저 물거품
숙부들 지분 14.78% vs 이 회장 6.55%… 경영권 분쟁 땐 위기 맞을 수도
이우현 OCI그룹 회장. /사진=OCI그룹
이우현 OCI그룹 회장. /사진=OCI그룹

지난 한 달여 동안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가장 큰 패배자는 자신이 낳은 형제와 각을 세운 어머니와 여동생이었지만, 남의 집안 싸움에 휘말린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속앓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통합이 경영권 분쟁 과정의 최대 이슈였던 만큼 이우현 회장의 선택이 잘못된 판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약·바이오 사업’으로의 외연 확장을 꾀했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OCI그룹 내의 리더십에도 흠결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한미그룹과의 딜을 통해 그룹 내 총수로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하게 하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OCI홀딩스는 당초 한미그룹과 합병 배경으로 사업 다각화를 내세웠습니다. 외부 환경에 따라 부침이 심한 태양광 사업의 약점을 향후 유망한 제약 사업으로 보완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재계는 이런 명분에 더해 이우현 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가 이번 통합의 최대 목적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때문에 이 회장 입장에서 한미그룹과의 통합 불발은 너무 아쉽습니다. 확고한 경영권 장악을 위해 한미그룹과 연대가 묘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이 회장의 OCI홀딩스 지분율은 6.55%에 불과합니다. 반면 이 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이복영 SGC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지분은 각각 7.37, 7.41%입니다.

당초 청사진대로 합병이 성사됐더라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딸인 임주현 부회장의 OCI그룹 지분은 총 10.4%가 됩니다. 이우현 회장과 지분이 더해지면 16%를 넘기며 두 숙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합을 넘어서게 되는 그림이었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간의 지분 거래 방식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은 우리 재계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형태였고 양사의 경영권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라면서 “양측 모두 상속세에 발목 잡힌 공통점이 있었고, 합병 성공 시 서로 윈-윈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기에 이번 합병 불발은 매우 아쉬울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 회장 삼촌들 일가의 행보에 쏠립니다. 현재 OCI그룹은 OCI홀딩스와 이복영 회장의 SGC그룹, 이화영 회장의 유니드그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OCI그룹과 한미그룹이 합병을 추진할 당시엔 이복영, 화영 회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재계에선 이에 대해 삼촌들이 70대에 접어들면서 자녀들에게 지분 증여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가치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삼촌과 조카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SGC에너지가 OCI를 상대로 요구했던 투자금 회수 요청에 대한 법원의 조정이 시작되면서 오너 3세 간 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SGC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에서 공정용 증기를 생산해 다른 산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OCI의 갑작스러운 사업 철수에 따라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것이죠. SGC에너지가 주장하는 손실액은 659억원인데 2021년 재판부에 조정신청을 진행했고, 최근 재판부는 따로 정하지 않고 미뤄왔던 조정기일을 다음 달 28일로 확정하면서 공교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SGC에너지의 최대주주는 이복영 회장의 첫째 아들 이우성 대표이며, 둘째 아들 이원준 전 SGC솔루션 전무가 2대주주입니다. 모두 이우현 회장과는 사촌 지간으로 모두 OCI그룹의 오너 3세입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OCI홀딩스가 출범할 때도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은 신사적으로 이우현 회장의 결정을 밀어줬었다”라며 “다만 이번 한미그룹과의 합병 무산이 삼촌들 일가와 어떤 이해관계로 작용할지는 아직 모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우현 회장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주주 친화력을 높이겠다는 발언을 장시간 이어갔다고 합니다. 한미그룹 사태를 지켜보면서 분쟁 시 ‘소액주주’들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우리가 흔히 인생을 논하면서 쓰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중국의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라는 뜻이죠. OCI그룹에게 한미그룹은 변방 노인의 집에 횡재처럼 들어왔다가 화를 부른 말(馬)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말 때문에 벌어진 화는 다시 복으로 바뀌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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