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전 사과는 ‘쇼’? SPC 잇단 사고에 커지는 ‘허영인 책임론’ [마포나루]
상태바
11개월 전 사과는 ‘쇼’? SPC 잇단 사고에 커지는 ‘허영인 책임론’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9.21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빵에서 파리 이어 ‘풍뎅이’까지 발견돼 소비자 충격
지난해 해썹 점검 때 해충 발생 가능성 지적… 예견된 일
잇단 사망 사고에 “1000억 안전 투자 헛구호” 질타 쏟아져
편의점에서 구매한 빵에 풍뎅이로 추정되는 곤충이 들어 있었다는 제보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편의점에서 구매한 빵에 풍뎅이로 추정되는 곤충이 들어 있었다는 제보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10월과 올해 8월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SPC가 이번엔 부실한 위생관리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빵에서 파리가 발견되고 풍뎅이까지 나왔다는 소비자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3일 편의점에서 빵을 구매해 포장지를 뜯었는데 초코크림 속에서 풍뎅이가 발견됐다. A씨가 구매한 빵은 ‘SPC삼립 초코파운드’ 제품이었다.

SPC는 과장급 직원을 보내 제품을 회수하고 4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보상으로 제시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하고 질병관리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9일엔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B씨가 배달대행으로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주문해 먹던 중 파리로 추정되는 검은 이물질을 발견했다. B씨는 “빵 비닐 포장을 뜯어서 먹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색 물질이 나왔다. 자세히 보니 파리여서 깜짝 놀랐다”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촉촉한 치즈케익’에 파리로 추정되는 벌레가 박혀 있다. /사진=JTBC 제보 사진 캡처
파리바게뜨 ‘촉촉한 치즈케익’에 파리로 추정되는 벌레가 박혀 있다. /사진=JTBC 제보 사진 캡처

파리가 들어간 채 판매된 제품은 파리바게뜨 모회사인 SPC가 지난달 HACCP(해썹) 인증을 받은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생산해 전국 파리바게뜨 가맹점으로 유통한 ‘촉촉한 치즈케익’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결과 제조과정에서 파리가 들어간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조사를 담당한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 비닐에 포장돼 판매된 만큼 제조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 중에 들어간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식약처가 이달 5일 현지 공장을 조사한 결과, 공장 내부에서도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확인했고 지자체 통보 등 행정절차를 거쳐 시정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SPC는 당시에도 돈을 줄 테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B씨에 따르면 처음에는 10만원을 제시했다가 나중에는 100만원까지 금액이 높아졌다고 한다. B씨는 이를 거부하고 식약처에 알렸고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뉴스웰 9월 1일자 기사 ‘SPC삼립 빵에 죽은 파리가…’ 참조)

당시 SPC는 제조과정에서 직접 유입됐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식약처 조사 결과, 문제의 치즈케이크가 조작되지 않았고 공장을 조사한 결과 내부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발표한 것이다.

빵 공장에 파리가 날아다니고 제품에서 벌레가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SPC의 위생문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SPC 샤니의 성남공장에 대한 식약처의 위생 점검에서 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을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작년 SPC샤니 성남공장에 대해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관리를 검증해 위생관리가 미흡하다고 했다. 지적받은 내용은 ▲설비와 도구류에 대한 세척·관리 기준 마련 ▲세척실 배관 장소와 배수구 여과망 설치 관리 ▲베이커리라인 배합기 사용 후 세척 소독 관리 등 전반적인 위생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해충·설치류 유입여부 확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지난해 식약처 조사에서 이미 밝혀졌음에도 SPC그룹 차원의 대책이 없었다는 얘기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이 지난해 10월 21일 SPC 본사에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허영인 SPC그룹 회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이 지난해 10월 21일 SPC 본사에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끊이지 않고 터지는 안전사고에 이어 위생 문제까지 불거진 SPC에 대해 시민과 소비자의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0대 근로자 사망사고 이후 거세게 번졌던 불매운동과 별개로 허영인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지난해 10월 SPL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강동석 SPL 대표와 공장장, 중간책임자 등 4명을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SPL의 모회사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안전보건 의무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판단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또 지난 8월 사고에 대해서도 허 회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해 사망사고 이후 허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 숙이고, 안전경영에 2025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일회성 쇼’가 아니었냐는 시민들의 질타와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실한 위생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며 일각에선 제2의 불매운동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SPC가 다음엔 또 어떤 일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줄지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SPC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허 회장이 총대를 메고 문제 해결에 진실성을 보여야 할 때다. 추락하고 있는 SPC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노력과 구체적인 조치가 뒤따르길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