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키운 투자 리스크, ‘AI 마법’ 통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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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키운 투자 리스크, ‘AI 마법’ 통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4.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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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올해도 벌써 2분기에 들어섰다. 지난 3월 미국 국채 장기 금리상승이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를 자극하며 금융시장은 동요했으나, 세계 금융시장과 국내금융 시장은 물론 주식, 비트코인, 채권부터 부동산까지 돈으로 측정되는 대부분의 위험자산 가격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지켜보는 사물이나 현상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면 불안감을 느낀다. 자연은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고 이를 벗어나면 복귀하려는 경향성이 있는 것을 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산 가격이 과다하게 망가졌다가 복귀하면 회복성(resilience), 과도하게 상승했다가 내려오면 버블 붕괴로 이해한다.

현재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과하게 망가졌다가 간신히 회복 단계에 들어섰는데, 경제의 거울이라는 위험자산의 가격은 현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지만, 균형론 관점에서 위험자산 가격의 일방적인 상승세도 예상을 벗어나는 현상임이 틀림없다.

그 배경에 여러 가지 이유가 지적되지만, 무엇보다 위험 자산 가격이 무한정 오르기를 사람들은 바랄 것이고, 이 기대가 강하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나도 빠질 수 없지'라는 부화뇌동 심리가 영끌 투자를 초래하며 기대가 기대를 부양하는 위험자산 가격 기대의 폰지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경제 상황은 바이러스 백신 접종과 경제 성장 회복의 긍정적 모멘텀에 대비해 불평등과 K형 경제성장의 부작용, 그리고  바이러스 재확산 우려가 맞서고 있다. 금융시장 상승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많은 전문가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왜'에 대한 질문은 외면하고 '무엇'에 집중하며 상승세를 놓지 않을 기세다.

한 가지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대체불가능자산(NFT·Non Fungible Token)이라는 블록체인화한 가상 예술품이 비트코인과 함께 폭등했다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NFT 폭락을 놓고 인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버블인  17세기 튤립 버블을 연상시킨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가와 위험자산 가격의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팬데믹까지 닥치면서 사람 사는 세상에 불규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의 위험 자산 가격 예측 도구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경제와 금융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면 그들의 밥그릇이 위험하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 실패는 곧 펀드 매니저 등 투자 전문가들의 안전 투자 관리 능력의 약화로 이어지며 이것은 단순히 금융회사의 수지 문제를 넘어서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금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복잡한 정치, 경제적 상황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은 패밀리 오피스 등 최고의 고급 금융인력을 고용해 관리하는 초고소득층과 그럴 수 없는 기타 소득층 사이에 수익률 격차와, 나아가 중산층 이하의 자산 붕괴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결국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부의 지도’로 확장하면서 불평등을 한계 상황까지 증폭할 수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경제 전문가의 예측력이 떨어진 이유는 불확실성이 투자 과학의 기대를 넘어 자주 큰 충격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가격 예측력은 오랜 기간 대수(大數)의 법칙과 이에 근거한 종형 확률분포에 의해 담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종형 확률분포의 양쪽 끝, 꼬리 위험이 비중과 충격 에너지를 키우며 날개를 펼친 것이다.

1997년 일단의 물리학자들이 수학과 알고리듬을 무기로 만든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펀드가 붕괴했는데 이것이 꼬리 위험을 인식하게 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00년 닷컴 버블로 이어지며 예측이라는 무기는 레이더를 잃은 미사일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위험 출현을 나심 탈레브는 '블랙 스완'이라 경고했다. 이 흑조를 잡기 위해 이후 물리학자들이 도전을 계속해왔고 그 대표주자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며 스타가 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라는 헤지펀드였다. 그러나 헤지펀드 전문지 인스티튜트 인베스터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펜데믹에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도 충격을 어쩔 수 없었다고 전한다. 의학계가 바이러스와 백신의 면역 전쟁을 하는 것처럼 불확실성 및 꼬리위험과 예측 도구 사이에도 공방전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부분 헤지펀드가 실패하며 패색이 짙은 불확실성과의 전장에서 다음 예측도 구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인 ‘AI’이다. 금융가에서도 인공지능을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그러나 대부분 AI를 통해 금융 서비스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실 AI 도입의 하이라이트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산 운용일 것이다. 즉,  AI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인간보다 더 잘 예측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일단 지난해 팬데믹에 대처한 성적을 보면 AI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미국 기술과 기업 전문지 <Fast Company>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자산운용사 J4캐피탈은 지난달 20일 다우지수가 연초부터  27% 하락했을 때 4%의 수익을 기록했다.  31% 이상 시장을 이긴 것이다. 다른 대부분 헤지펀드는 10% 이상 하락했다. 이를 놓고 AI가 주식시장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대와 함께 의문도 커진다.  

AI는 1956년 처음 용어가 등장한 이후 2012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둑 영웅 이세돌을 꺽으면서 AI의 개념을 바꾼 딥러닝(Deep Learning, 이하 DL)이라는 AI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전에도 펀드 운용에 컴퓨터와 수학, 통계적 개념을 활용한 방법이 퀀트(Quant)라는 용어와 함께 활용되어 왔다. 이른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AI는 인간의 투자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정한 투자 룰을 컴퓨터에 심는 알고리듬 투자 방식이었다. 즉 인간의 지능을 보조하는 AI였다.

그러나 DL 또는 DRL(Deep Reinforcement Learning) 방식의 AI가 등장하면서 AI는 인간의 지능과 경험에 무관하게 자기만의 학습으로 형성된 능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 딥 러닝 AI가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출중한 능력을 입증하면서 반발과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딥 러닝 방식의 AI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깜깜이 성향(Blackness)에 있다.

사전에 정해진 룰이나 방정식이 아닌 수억 차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학습하며 자기만의 의사결정 패턴과 방식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에서 투자가 실패할 경우 그 원인을 찾고 수정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미 미국과 EU, 일본 등은 딥 러닝에 의한 AI 규제를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  

기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투자 활동이 복잡하고 불규칙한(Random) 인간 활동을 대상으로 하므로 AI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일견 이해가 되지만 AI 전문가들은 그러한 장애물 인식이 기존 금융투자업계의 자기방어적인 확신이고, 복잡함과 불규칙성도 인간의 입장에서 그런 것이지 AI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알파고 제로가 바둑에서 보여줬듯이 AI는 투자에서도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새로운 투자론을 만들고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보기에 금융업계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마케팅과 세일즈 직무를 제외하고 가장 똑똑하다는 펀드매니저도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세상이 닥칠지도 모른다. 또한 기존 금융업계와 뿌리 및 사고를 달리하는 딥 러닝 AI가 투자계의 정보 불평등을 키울 것인지, 해소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분산원장을 통해 금융의 민주화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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