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캐내는 ‘금융투자의 비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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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캐내는 ‘금융투자의 비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3.0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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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엄동설한이 지나고 춘삼월 봄이 다가왔으나, 겨우내 드센 기운을 자랑하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코로나 기세와 함께 한풀 꺾인 분위기다. 지난달 초까지 IT 산업을 중심으로 주식을 비롯한 전 세계 위험자산의 가격은 전고점을 경신하는 등 기염을 토했으나 이후 3월 들어서까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확산세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천문학적 숫자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망가졌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의 버블은 경제사회의 불안과 불황, 이를 잠재우기 위해 쏟아부은 돈다발을 거름으로 욕심을 실컷 채웠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보급과 접종이 시작되고 선진국의 재정 및 통화라는 합동 작전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금융시장은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물론 고평가 논란이 한창인 ‘FAANG + MT’ 등 성장주에서 오랜 기간 죽을 맛이었던 가치주로 순환매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이미 금융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투자자들은 불안감이 높다.

미래 금융 시장 가격에 대한 불안은 당연히 금융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즉 금융시장을 기록하는 주가, 채권가격(금리와 역관계), 유가, 환율, 금값 그리고 이들을 기초로 발행되는 선물, 옵션의 가격은 어떻게 움직일까?

◆ 경제와 금융의 예측 불가능에 도전하는 새로운 해결사

인류가 사람 사는 사회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음을 인식한 이후, 경제학은 합리적인 인간의 기대와 효용에 근거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수리적 방법을 활용하며 제시했다. 이를 기초로 경제와 금융의 제도가 설계되고 만들어졌으며, 경제학자는 각 금융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하고 복잡한 자산가격 결정구조 이론과 미래 가격 예측 모델을 발전시켰다.

문제는 수많은 경제이론과 금융 연구가 있음에도 세계 경제와 금융은 불쑥 닥치는 가격의 급변동 위기에 속수 무책이라는 것이며, 가격은 항상 불안정하고 예측 영역의 밖에 있다.

경제와 금융의 세계화를 이끌며 수학적 분석과 모델링으로 정교한 경제학을 발전시켜온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물론, 대부분 경제학이 현대 경제와 금융의 발작적 변화에 프로야구 중계 해설처럼 TV 채널을 변경할 때마다 각기 다른 해설을 외계어에 가까운 복잡한 용어로 쏟아낸다. 경제학은 갈라파고스에 들어간 지 오래고 세상 사람들은 외면한 지 오래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불가능한 고비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이를 해결하려는 인간들이 출현하곤 했다. 경제와 금융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해결사가 등장했는데, 이들은 경제학자가 따라갈 수 없는 수학과 통계학과 자연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물리학자들이다.

사실 사무엘슨 이후 현대 경제학은 수리적 방법론을 분석 도구로 도입하며 경제의 문제를 방정식 모델화하고 이에 대한 미분, 적분 등을 통해 수학적 해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정교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자들이 사용한 수리적 방법론은 원래 주인인 수학자, 물리학자에게는 유치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물리학자들의 금융시장 참여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로 대표하는 헤지펀드에서 두드러진다. 이들 헤지펀드는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는 배제하고 금융시장 가격의 변화를 각자 독창적인 물리적 이해로 풀어가는 수학자, 물리학자가 주도하여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는 해마다 금융전문가들의 펀드가 따라갈 수 없는 수익을 내고 있다. 헤지펀드 전문 정보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판치던 지난해에도 변함 없이 큰 돈을 벌어 갔다. 이미 금융투자 시장은 경제와 금융전문가가 아닌 물리학자들이 장악해가고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 물리학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경제관이 주목받고 있다. 2019년 12월 올 피터스는 저명한 물리학 전문지에 350년간 지탱해온 경제학의 진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주장을 실었다. 이것을 ‘에르고 경제학’(Ergodicity economics)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기존 경제학은 잘못된 수학적 견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실에서 잘 적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열역학 등 자연 세계에서 관측되는 에르고 성향(Ergodicity)이 기존 경제학의 이론에서 성립하지 않는 것이 경제학과 현실의 부조화가 원인이며, 이러한 부조화를 현대 경제학은 이유도 모른 채 인간의 불합리성을 주제로 한 행동경제학으로 땜질하듯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행동경제학에서는 이미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의 주장에 대한 경제학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 등의 경제학자들과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그의 주장에 주목하고 있다. 에르고 성향을 보여주는 수학적 공식은 다소 복잡하니 소개를 생략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동전을 던지는 것과 같은 확률적 행동의 결과에서 100명이 각각 시행하는 전체의 평균이 1명이 100번 연속하는 평균과 같으면 에르고 성향이 성립한다고 한다. 즉 시간을 고려한 평균과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집단 평균과 같다면 에르고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독자들은 대단히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제, 금융 전문가도 듣지 못한 얘기이고, 설사 논문을 본다 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물리학 논문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을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로 골탕 먹이던 금융전문가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즐길 기회다.

◆ 개인투자자의 비극 깨우친 ‘에르고 경제학’

이러한 에르고 성향에 대해 행동경제학자 제이슨 콜린스가 시도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충격적이다. 무턱대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바보와 같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를 금융평론가 테일러 피어슨의 해설을 빌려 이해해보자. 흔히 금융시장에서는 대표적인 수익률을 얘기한다. 이를 투자 전망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참가한 100명의 투자 수익률이 10%라고 하자. 그러나 100명의 투자 수익률이 10%라고 해서 1명이 100번 투자하는 수익률 평균이 10%라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시장의 대표 수익률을 자신의 투자 수익률 기준으로 삼는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투자행위와 같은 대부분의 확률적 베팅은 에르고 성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나마 실험 시뮬레이션은 정해진 확률을 기반으로 실행하는데, 현실 투자는 확률을 알 수 없는 세계이므로 훨씬 위험하다. 자세한 시뮬레이션 결과의 해설을 살펴봐야 정확하게 이해할 텐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분량의 지면이 필요하므로 이는 생략하고 본 칼럼에서는 그 시사점을 기억하자.

에르고 경제학은 금융투자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시장 전체의 수익률이 개인의 수익률과는 다르다.  10년 동안 시장 수익률이 50%라고 하자. 그런데 5년간 마이너스 100%였고 다음 5년간 150%였다면(이해를 위해 단순 누적 수익률로), 개인이 10년간 투자해서 50%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개인은 처음 5년에 파산하고 만다.

이 개인은 시장 전체 수익률에 담긴 변동성도 고려하지 않아서 노숙자가 되는 비극적 운명에 처할 수 있다. 변동성이 있는 금융시장에서 투자자에게 시간에 따른 순차적 수익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시장전체 수익률 50%는 에르고 성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노후 퇴직플랜을 세우면서 시장수익률 50%(연평균 5%)를 반영했다고 하자. 결과는 재앙일 것이다. 만약 은퇴 기간 초기에 투자 수익률이 연 5%가 아니고 이보다 낮게 유지된다면 이 같은 은퇴 가계는 파산하고 말 것이다.

에르고 성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위험에 노출되는 투자 금액을 위험 수준에 따라 낮추는 방법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산투자를 실시해 투자수익률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에르고 성향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복잡하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바벨 투자기법과 켈리 기준법(Kelly criterion)을 소개하기도 한다.

한편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금의 젊은이는 경제활동 시작부터 사망까지 70년 이상의 초장기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금융 가격의 버블 논쟁이 한창인 시점에 위험자산 추종으로 위험 노출을 높이기보다는 물리학자가 경고하는 에르고 성향의 시사점을 투자자들이 꼭 기억하고 라이프 플랜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로빈후드를 이용한 개인투자자 열풍 속에 파산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버리는 사례도 외신이 가끔 전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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