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죽 쑤는데 주가는 왜 오를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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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죽 쑤는데 주가는 왜 오를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1.1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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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2021년 금융투자자가 주목할 경제와 금융 이슈 8가지를 소개했다. 이번 칼럼은 이들 이슈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 해설한다. 총알이 있으면 총과 타깃, 사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대한 해설은 경제가 망가졌다는데 주식을 비롯한 금융자산, 비트코인은 물론 부동산까지 위험자산의 상승세가 왜 2021년에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 해설을 통해 독자 스스로 대략적인 자산 가격의 방향을 전망하는 능력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짚어 보자면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죽어 나가고 직장과 생활도 봉쇄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데 이들 위험자산의 가격은 왜 단순한 상승을 넘어서 이전 최고치를 깨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너무나 당연한 의문인데도 이를 해설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밥그릇을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사실 전문가도 지금 상황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반 금융소비자가 금융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면 전문가가 편하게 다루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대부분 금융소비자가 이러한 의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대부분 금융소비자는 전문가가 결과를 책임지고 돈이 되는 종목이나 투자처, 투자 방법을 찍어주는 것에 너무 익숙하고, 당연시한다. 경제와 금융은 너무 어렵고 전문가 영역이라는 것이 이유 또는 핑계이다.

그러나 이러한 포기하는 습관이 금융소비자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덫일 수 있다. 자동차 운전이 자동차 공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듯이 운전면허 필기와 실기에 투자하는 시간, 노력 정도면 금융시장에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충분하다. 금융을 외면하면 생활하기 어렵다.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가 아닌 이상 주권을 가진 모든 국민은 당연히 금융소비자이다. 지레 겁먹지 말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면허에 도전하자. 필자의 칼럼은 이런 금융소비자를 돕기 위해 펜을 이어간다. 이번 칼럼에도 내용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주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해보자. 세계 경제의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국제통화기금, IMF는 세계금융 상황을 점검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지난해 10월의 금융안정 보고서에는 3월 이후 S&P500의 급상승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의 요점은 무위험이자율의 하락 즉, 금리의 하락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왜 이자율이 하락하면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의 가격은 상승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에게 익숙한 위험자산의 가격 결정 원리를 알아야 한다. 어려운 용어의 등장에 겁이 덜컥 나는 독자가 있겠지만 최대한 축약한 개념으로 틀을 만들고 머릿속에 정리하면 큰 문제가 없다. 자동차 운전도 가속 페달, 브레이크, 룸미러, 속도계, 안전등 등 꽤 많은 용어를 알고 자동차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리고 숙지한 뒤 운전한다. 같은 방법으로 금융에도 접근해 보자. 자산가격 결정 모형을 머릿속에 그려두고 이 원리를 작동하는 방법을 알면 이제 여러분도 금융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먼저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방법은 현재가치법이다. 자산의 가격은 자산에서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합계하는 것과 최소한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을 양도할 때 양도자가 기대하는 최소 요구가격이다. 다만 미래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합계할 때 발생하는 시기마다 이자율 등을 고려하여 할인한 뒤 합계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재가치법이다. 이자의 개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이전 칼럼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가치법에 의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위험자산은 모두 미래에 예상되는 배당, 이자, 원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데 이때 환산에 필요한 분모 부분을 할인율이라고 한다. 할인은 사채시장에서 어음을 현금화할 때 선이자를 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할인율은 투자론의 교과서 CAPM 즉, 자본자산가격결정 이론에 따르면 무위험이자율과 위험보상률을 합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자세한 유도 과정은 많은 금융개념과 수학적 설명이 필요하니 무시하자. 그냥 정의를 인정하자.

즉, 문제는 분모의 현금흐름과 무위험이자율, 위험보상률에 무엇이 영향을 주느냐는 것이다. 분모인 미래 현금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경제 이슈에는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부정적 영향을 주면 자산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분자의 구성요소인 할인율 즉, 무위험이자율과 위험보상률을 증가시키는 경제 변화는 자산가격을 하락시키고, 할인율을 감소시키는 경제 이슈는 반대 효과를 줄 것이다.

무위험이자율은 누구나, 언제나 받을 수 있는 기본 이자율로 국가가 발행하는 금리인 국채의 금리가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의 국채, 재무성증권은 세계금융시장에서 인정받는 무위험수익률을 가진다. ‘무위험’ 특성으로 중국, 일본은 무역 등을 통해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을 여기에 투자한다.

한편 통상 사용하는 이자율은 ‘명목금리’라고 하며 그 안에 물가상승률을 포함한다. 개념상 물가가 상승하면 명목금리는 상승한다. 위험보상률은 경제 상황의 위험한 정도에 따라 자산 보유자에게 보상을 고려해야 하는 이자율의 가산분이다. 독자에게도 신용 상태에 따라 은행이 가산금리를 붙인다. 위험보상분이다.

즉,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분자의 미래 현금 예상 흐름은 경제의 성장률 등의 이슈에 영향을 받고 이를 할인하는 분모의 할인율은 금리와 경제의 위험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자산가격 결정 모형에 대한 영향을 감안하여 지난 칼럼에서 8가지 세계 경제 이슈를 선정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기초로 현실 경제, 금융시장을 풀어보자. 즉, 실물경제가 죽을 맛인데 위험자산 가격은 왜 버블 상황까지 상승했을까. 지난해 2월 코로나19 초기에는 급격한 경제 충격과 불확실성으로 위험보상률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할인율이 증가했다. 아울러 경제성장 전망도 악화하며 자산가격은 급락한 것이다. 분모는 줄고 분자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이후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역사상 초유의 양과 속도로 돈 풀기를 지속했다. 이 영향으로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되며 미래 현금흐름도 커지고 위험보상율은 하락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초저금리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위험자산 가격은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었다.

올해 초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예정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돈 풀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후 즉각적인 코로나19 대규모 재정지원을 선언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은 세계 금융시장의 최후 대부자 역할을 하고 있고, 국제 금융거래의 8할 이상, 글로벌 외환보유액의 6할 이상을 차지하는 달러 유동성 공급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유동성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위험자산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상황을 ‘정책의존성’ 증가로 평가할 수 있다. 즉, 실물경제의 질적, 양적 개선이 아닌 돈 풀기에 의존한 경제 회복과 초저금리가 자산가격 상승의 원인인 것이다. 올해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보급, 접종이 시작되며 실물경제가 본격 회복될 경우 과다한 돈 풀기로 인한 급격한 물가상승이 출현 가능하며 이는 곧 시중금리의 상승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통화 긴축이 불가피해지면 민감한 정책의존성으로 급격한 자산가격 하락 등 금융조정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또한 과다한 글로벌 부채 영향, 버블 심리 붕괴가 가세할 경우 위험자산 가격에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자산가격의 직진성에 비해 위험자산 가격 결정 원리가 들려주는 합리적 의심은 녹록지 않다. 위험자산 가격결정 원리를 올해부터는 슬기롭게 투자관리에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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