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불평등으로 ‘위험한 세상’이 온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디지털과 불평등으로 ‘위험한 세상’이 온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2.1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F 글로벌리스크 2021’ 분석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전 세계 리더와 석학이 세계 경제 미래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월드이코노믹포럼’(WEF)은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서베이와 분석 결과를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WEF는 글로벌 리스크란 발생할 경우 10년 이내에 수 개의 국가 또는 산업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충격을 주는 불확실한 사건 또는 조건으로 정의한다.

그러면 왜 WEF의 위험 리스트에 주목해야 할까? WEF는 무엇보다 지구상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두뇌들이 모인 싱크탱크이고, 그들이 주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경제의 성장과 수요·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WEF의 글로벌 리스크 목록에 등장한 위험들을 주요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는 예의 주시한다.

자연히 이 위험과 관련된 뉴스가 증가할 것이고 이 때문에 대부분 금융시장 참여자는 외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를 계획하거나 포지션을 이미 보유한 투자자는 당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론적으로 주가 등 미래 금융시장의 가격에는 프리미엄(가산)이나 디스카운트(할인)가 반영되어 적정한 시장가격 여부를 판단하고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기에 WEF의 위험 리스트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 시장에서는 기대수익과 관련된 모멘텀 뉴스에는 열광하지만, 위험을 확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냉담하다. 특히 자극적이고 부정적 뉴스를 즐기는 언론들이 위험 요인을 다루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기대수익은 페이크가 작동하는 세계이고 위험은 팩트가 중심인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수많은 대가가 강조하는 투자의 진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다. “위험을 모르고 관리하지 않으면 투자로 돈 벌 수 없다.” 모두가 외면하지만 진짜 돈이 되는 WEF 2021년 글로벌 리스크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 본격적으로 WEF가 선정한 위험보고서를 검토해보자. WEF는 글로벌 위험을 미래 예측 기간별로 구분하여 각 10가지를 선정하고 있다. 0~2년 이내 발생 가능한 명확하게 현존하는 ‘단기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s), 3~5년 이내 현재 상황과 연쇄적으로 발발 가능한 ‘중기 위험’(knock-on effect), 그리고 5~ 10년 이내 '장기간 예상되는 위험’(existential threats)이 그것이다.

WEF는 전체적으로 올해 35개의 위험을 선정했는데, 그 숫자로도 우리가 아는 것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독자 여러분의 생애와 가족의 안녕을 담보할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WEF는 이 글로벌 위험을 5점 척도로 발생 가능성과 충격의 크기를 평가했는데,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보고서에는 2차원 평면에 표시해서 위험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위험이 주는 충격의 평균은 3.4, 발생 가능성의 평균은 3.28이다. 중간점 2.5보다 가능성도 높고 충격도 크다는 것에 유의하자. 이 평균을 중심으로 좌표 평면의 우측 상단이 발생 가능성과 충격이 가장 높은 지역인데, 이곳에 글로벌 위험 13가지가 포진하고 있다. WEF 보고서는 97쪽으로 빽빽하게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다 읽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음 주요 항목은 꼭 기억해 두었다가 뉴스에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회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WEF가 꼽은 올해 주요 위험.

가장 주목되는 위험은 감염병과 기후 행동 실패로 역시 환경 관련 이슈다. 올해 끊임없이 뉴스가 나올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부산스러운 그린, 녹색, 탄소 제로 등의 테마와 관련 있다. 한편 위 요약표의 위험 가운데 6가지가 현존하는 단기 위험(빨간색)이고, 부채 위기 등 2가지가 5년 이내 발생 가능한 중기 위험(파란색)이다. 나머지는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위험(검정색)이다.

가장 주목할 글로벌 위험 가운데 단기와 중기 위험이 앞으로 5년 이내 금융투자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각각 위험 내용을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인간의 환경 파괴 위험은 보호 구역 훼손, 산업 사고, 기름 유출, 방사능 오염 등으로 동물 생태계가 위협받고 인간 활동에 의한 생태계 파괴, 인간 생명 손실, 금융 손실까지 발생할 위험이다.

▲감염병 위험은 바이러스, 기생충, 균류, 박테리아의 대규모 급속 확산으로 생명과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유행병, 팬데믹 발생 위험이다. 촘촘하게 연결된 세계화 시대에는 ‘어느 곳’의 감염병 발발은 ‘모든 곳’의 위험이 될 수 있으며, 보고서에는 지구상에서 새로운 감염병이 4개월마다 발생하고 75%는 동물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생계 위기는 실업, 불완전 고용, 저임금, 취약한 근로계약, 노동권 약화 등에 의해 노동활동 인구에 적용하는 노동의 기준과 전망이 훼손되는 위험이며, ▲사회 협력붕괴는 민중의 분노, 불신, 분열, 공감 상실, 소수자를 한계 상황으로 몰기, 정치적 양극화 등으로 인하여 사회 안정, 개인의 안녕, 경제적 생산성에 부정적 충격을 주는 사회적 자본의 상실이 초래되어 결국 사회 네트워크가 분열하는 위험이다.

▲지속적인 스태그네이션은 0%에 가까운 저성장이 수년간 지속되는 것이고, ▲사이버보안 위험은 사이버 범죄가 경제적 혼란, 금융 손실, 지정학적 긴장과 사회 불안을 초래하는 것이다. ▲부채 위기는 기업, 공적 금융, 국가 경제의 부채 누적으로 인한 금융파산, 상환 불능, 도산, 유동성 위기, 국가부채 위기가 닥칠 위험이고, ▲국가 간 관계 분열은 국제 사회에서 국가 양자 관계의 균열과 긴장 증가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열강 간의 경제, 정치, 기술산업적 경쟁 관계의 분열을 뜻한다.

위 9가지 위험 가운데 금융시장에 직접적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은 ‘감염병 위험, 생계 위기, 사회 협력붕괴, 지속적인 스태그네이션, 사이버보안 위험, 부채 위기, 국가 간 관계 분열’로 평가되며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현존 위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감염병 위험은 당연히 가장 중요한 위험으로 주목된다.

코로나19 발발에도 ‘사회적 격리’의 산업적 효과로 세계 주식시장은 반등을 넘어 전 고점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전의 성장궤도에 이탈시킨다는 분석이 공통적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 정체가 지속되면 시장 상승은 당연히 고평가 논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위험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진행되었으나, 코로나19는 ‘생계 위기, 사회 협력붕괴, 지속적인 스태그네이션, 부채 위기, 국가 간 관계 분열’의 위험을 가중하고 있다. 특히 생계 위험은 코로나19로 서비스 산업, 저소득자, 실직자, 불완전고용자, 여성 등 사회적, 경제적 취약 계층의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고, 아울러 코로나19는 IT 등을 중심으로 산업의 불균형 성장을 초래하며 실직자 등의 고용 복귀 장애와 경제 수요 회복의 한계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감염병 위험과 생계 위기’는 ‘사회적 문제 악화’를 부채질하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스태그네이션’이 고착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한편 ‘감염병 위험과 생계 위기, 지속적인 스태그네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실업 지원 등 재정정책과 금융지원을 위한 통화정책은 급속한 공공, 민간 부채 증가를 유발하며, ‘부채 위기’를 현실화할 것이고, 각국의 보건, 경제, 사회 문제 악화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불가피하게 강화하며 ‘국가 간 관계 분열’은 심화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에 미-중 관계가 기술, 인권 중심의 충돌로 전환되며 지정학적 국제관계의 악화가 예견된다.

한편 WEF는 지난해 글로벌 리스크 서베이에서 12가지 위험을 새롭게 관찰했고, 이를 유의해야 할 글로벌 이슈로 정리했다. 첫째는 2021년 세계는 분열이 악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에 의해 악화한 세계적 경제, 사회 등의 구조적 분열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한 회복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성장과 부, 디지털의 이용, 공중보건, 교육과 고용 등의 광범위한 불평등은 국가, 소득, 남녀, 세대, 산업, 인종 간 총체적인 분열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

둘째로 WEF는 디지털 포용 성장의 장애를 염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중심의 산업 성장, 4차 산업 혁명 진화는 디지털 불평등이 향후 성장의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즉, 디지털 갭, 디지털 집중화, 불평등한 AI 알고리즘, 사회적 디지털 분열 등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규제적 기술산업 때리기를 불가피하게 초래하고 인터넷 제한, 검열, 소통 단절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WEF는 앞으로 5년 이내에 8500만개 일자리의 자동화가 예상됨에 따라 노동력의 디지털 능력, 이용 환경 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지적한다. 이례적인 것은 WEF 보고서가 미래 청년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코로나 팬데믹에 영향받은 세대(pendemial)에게 글로벌 리스크가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금융위기에 이어 팬데믹 위기를 동시에 경험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21세기에 출현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중진국들의 약화로 국제 사회가 조정 능력을 상실하며 세계의 불안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지적했다. 중진국들의 ‘미국과 중국 진영 사이에서 선택과, 눈치보기’로 국제 사회가 양분하며 지역 패권주의화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의 고수는 위험 조정 수익률을 가장 우선시한다. 위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최종 수익률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기대 수익만을 강조하는 금융회사, 어드바이저는 무조건 회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