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서 배우는 ‘공매도’의 교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테슬라에서 배우는 ‘공매도’의 교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1.27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테슬라 주가는 이채로운 진기록을 남겼다. 테슬라 주가가 폭등했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테슬라 주가는 연중 740% 상승하며 기염을 토했는데, 사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테슬라 주가의 폭등 뒤에 감춰진 공매도 세력의 몰락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 주식의 공매도는 2450억달러, 공매도자의 손실은 무려 400억달러에 달했다. 손실만 우리 돈으로 40조원이 넘는 규모이니 이달 27일 현재 시가총액이 40조원 안팎인 카카오나 기아차가 공중 분해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손실규모가 아닌가.

공매도 손실규모 2위는 애플(67억달러), 3위는 아마존(58억달러)로 전하고 있다. 이 종목들은 공교롭게 지난해 한국 투자자의 해외투자 순위(1위 테슬라, 2위 애플, 3위 아마존)와 일치한다. 2019년 이후 갑자기 다가온 테슬라 주가의 폭등 과정에는 공매도 세력과 일론 머스크 CEO 사이에 실랑이가 시끄러웠다. 그러나 이러한 가십보다도 공매도와 얽힌 테슬라 주식 상승의 역정은 시장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는 공매도를 잘못 하면 완전히 망하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공매도가 꺾을 수 없고, 기업가치가 승리하면 결국은 공매도도 매수 세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가장 중요한 주가의 모멘텀이라는 것이다.  

이 교훈을 이해하려면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간단히 공매도 개념을 소개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기 전에 선매도하는 것으로 주식의 선매도 전에 주식을 차입하는 것이 차입 공매도이다. 이 차입 공매도가 전 세계적으로 법으로 인정받은 공매도 방법이고, 이밖에 주식의 선매도 후 차입하거나 매수해서 결제할 주식을 조달하는 ‘무차입’ 방법은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공매도는 모두 차입 공매도임을 기억하자.

한편 공매도는 금융위기 등이 발생할 때 추가적인 주가 급락을 가중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또는 금융주 등 종목 제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는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공매도 중단 조치가 자주 시행된다. 왜 그런지는 경제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연구해 볼 만한 과제다.

한국에서 공매도는 1969년 신용융자와 함께 대주제도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었다. 신용융자는 돈을 차입해서 주식을 사는 이른바 레버리지 주식 매입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대주제도는 주식을 차입해서 파는 레버리지 매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된 것이다.

처음 공매도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으나 1996년 기관투자가의 공매도인 대차거래가 허용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실 해외에서는 1980년대 전후에 이미 미국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를 이용한 롱-숏 전략으로 큰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한국은 자본시장 금융기술에서 늦게 깬 것이다.

이후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무차입 공매도’ 사고가 발생하고, 2013년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 세력 공격, 2016년에는 한미약품 늑장 공시와 공매도 사건이 있었다. 여기에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주가 폭락 시점마다 주가 하락을 가중하며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불필요한 악으로 이미지를 고착했다. 이것이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단골 논쟁거리로 등장한 이유이다.

최근 주식뿐만 아니고 정치권에서도 공매도를 놓고 다시 논쟁이 시끌시끌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급락 후 우리 주식시장은 거침없이 반등했는데, 개인투자자가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코스피는 단숨에 3000포인트를 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연장을 반복하며 올해 3월 15일 연장 기간 종료 예정이었다.

금융위원회는 불법 공매도를 처벌하고 사전에 상시 감독체제를 구축하는 제도를 입법 예고하며 공매도 재개를 예고했다. 이를 놓고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폐지하자는 청와대 청원을 하고 서울과 부산시장 및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주식시장 표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매도를 개인투자자가 반대하는 요지는 이용 조건 및 비용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제한을 부과하면서 개인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불필요한 악’의 이미지에 ‘불공정’이 결합했다. 그런데도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는 왜 ‘기관투자가의 공매도’를 폐지하지 않는 것일까?

공매도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랜 논쟁거리였다. 자본시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경제나 금융 전문가, 학자의 공매도 필요성에 대한 공통적인 주장은 ‘주식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다. 정보력이 뛰어난 펀드매니저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를 습득하면 미래 보유 주식 가치 하락을 헤지(가격손실 상쇄를 통한 투자가치 보호)하거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공매도를 시행하며, 이를 통해 부정적인 정보를 주가에 반영한다.

즉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가 즉시 주가에 반영되는 ‘효율적 시장’을 만드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공매도의 ‘주식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다. 듣기에 상당히 학술적이고 피상적으로 들리지만, 이 기능은 주식시장에는 아주 심각한 영향을 준다. 단순히 주가가 조금 덜 민감하다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일 주식시장의 가격을 매매자가 믿지 못한다면 그 주식시장은 존립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와는 달리 기관투자자는 미세한 가격 움직임에 따라 전 세계 시장을 이동하며 차익을 실현한다. 이것을 재정거래, 아비트라지(arbitrage)라고 하는데, 경제학에서 시장의 존립근거인 ‘일물일가의 원칙’은 시장 참여자가 시장 내 혹은 시장 간에 매도, 매수를 통해 가격 차이를 해소하며 찾아가는 합리적인 시장가격의 도달 법칙이다. 이 합리적인 가격을 시장에서 찾는데 ‘공매도’가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한 원리로 세계화된 자본시장에서 합리적인 주식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시장은 배척될 것이 당연하다. 한국은 교역과 경제 규모가 선진국 수준임에도 자본시장은 아직 신흥국 취급을 당하고 있다. 즉 한국 주식시장은 세계 기관투자가의 투자 기준인 MSCI의 신흥국 EM지수에 편입돼 있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을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으나 시장 결함으로 유보되고 있다.

만일 한국 개인투자자만을 위해 공매도를 폐지한다면 합리적 주식가격에 대한 의심과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것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기관투자자 즉,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우려된다. 기관투자자는 개인의 저축자금을 집단 운용하는 펀드들이고 이들은 공공성에 대한 엄격한 운용 규제로 불투명한 자본시장 투자는 제약된다. ‘공매도’가 주식시장 기능 측면에서 ‘불필요한 악’이 아니라 ‘필요한 악’인 이유이다.

또한 ‘공매도’는 시장 역학적으로 ‘신용융자’를 상쇄하며 이른바 영끌 빚투라는 레버리지 매수에 의한 버블을 억제하도록 주식시장은 설계하고 있다. 거꾸로 보면 기관투자자의 공매도가 존재하며 개인투자자는 신용융자 거래가 가능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최근 공매도의 최장기간 억제가 유지되면서 신용융자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3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을 유의하자.

만약 공매도가 허용되었을 경우 실물경제와 주식가격의 디커플링을 반영하며 기관투자자의 공매도가 증가하고 주가 상승 속도는 서행했을 것이다. 또한 시장 역학 균형 면에서 공매도가 폐지되면 신용융자 폐지로 버블 압력을 줄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면 시장은 가격 변동성, 유동성의 급격한 위축으로 투자 매력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위축될 것이다.

그럼 공매도는 왜 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설계할까? 즉 개인투자자에게는 공매도를 권유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자. 무엇보다 공매도는 무섭다. 공매도는 손실 무제한 위험을 가지기 때문이다. 주식가격의 하한은 ‘0’이다. ‘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가격의 상한은 무제한이다.(이것은 16C 목숨을 걸고 대양 항해에 나서도록 모험자본을 채찍질한 주식회사 제도의 유한책임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반대 포지션인 주식 공매도자는 손실 위험이 무제한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 거래자는 큰 가격 변동이 있으면 결제 불이행, 파산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자본력이 필요하다. 또한 시장 정보의 조직적인 습득, 해석 능력을 통해 공매도의 위험을 제한하며 운용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시장을 보호하는 감독 당국의 상시적인 운용 보고 요구와 감독 지시 이행을 감당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자와 동일 대우로 공매도를 다루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 공매도의 무제한 위험으로 기관투자자도 헤지 또는 차익거래 목적으로 철저한 계산하에서 공매도를 이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테슬라는 공매도자가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무리한 공매도자는 큰 손실을 본다는 현실적 사례다. 즉 공매도가 기관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닐 수 있다. 셀트리온처럼 테슬라도 2018, 2019년 초까지 공매도에 시달렸으나 이후 전세가 역전되었다. 공매도는 사실 테슬라보다는 일론 머스크에 대한 공매도 성격이었고 주가 폭등 후 지난해 초에는 머스크가 공매도자를 조롱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한편 지난해 2월 나스닥의 마틴 틸러라는 시장분석가는 흥미로운 분석 리포트를 제공했다. 그는 테슬라 주가가 최근까지 급등한 것은 증권분석가의 부정적인 전망에 의한 공매도(Short selling)가 상당 부분 원인이었다고 주장한다. 공매도 트레이더의 예측과는 달리 주가가 반대로 상승하면서 쏟아진 공매도 해소 물량(short squeeze)과 공매도로 주가가 묶일 때 주식을 싸게 팔지 않겠다는 보유심리가 거래 물량 부족을 유발한 것이 주가가 폭등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트레이더가 아닌 일반 투자자는 위험한 공매도의 자제를 조언했다. 이상 긴 설명에서 기관투자자의 공매도가 ‘불필요한 악’이거나 제도를 이용한 공짜 점심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투자자는 아쉽지만 ‘공매도’의 무제한 위험을 피해 공매도를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오히려 시장의 가격이 버블 없이 합리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아울러 합리적인 시장가격은 항상 경제가치 균형으로 돌아오고 버블은 꺼지는 것이 법칙이라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