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지폐·신생아, 코로나19 사망자와 ‘기하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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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지폐·신생아, 코로나19 사망자와 ‘기하급수’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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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토머스 맬서스. /출처=위키피디아
토머스 맬서스. /출처=위키피디아

“이보게, 저 늙은이 정말 죽은 거야?”
“나도 그걸 확인하려고 달갑잖은 이곳에 왔다네.”

1834년의 일력을 여덟장 남긴 날. 로마 점령군이 목욕탕을 만들었다고 이름 붙여진 영국 서남부 도시 바스(Bath). 일흔을 1년여 남겨둔 이의 장례식장 앞은 많은 사람들로 웅성거렸습니다. 조문객의 절반은 애도하러, 나머지는 죽음을 확인하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굶어 죽는 건 그 사람의 운명이야. 그런 이들이 빨리빨리 죽어줘야 잘 사는 사람들이 넉넉하게 살 수 있는 거라고.”

영국 국교회(성공회) 사제이자 경제학자인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인구 때문에 식량부족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그는 여기에 더해 ‘가난한 자들이 빨리 죽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살길’이라는 독설에 가까운 주장을 폅니다.

암울한 경제이론의 대명사인 ‘인구론’은 맬서스가 서른두살이던 해에 익명으로 간행됩니다. 그리고 장인의 집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까지 36년간은 물론 그가 죽은 뒤로도 오랫동안 세계 경제사에 많은 논쟁을 불러옵니다.

국내 코로나19 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국내 코로나19 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추가확진자 지역별 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추가확진자 지역별 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기하급수(幾何級數)’. 수학용어로 서로 이웃하는 항의 비율이 일정한 급수라는 네 글자로 등비급수와 같은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수나 양이 아주 많음을 이를 때 사용합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오전 9시 기준 현재 국내 확진자 수가 총 763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증세로 숨진 사망자도 7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밤사이 사망자가 1명 더 늘어난 것입니다. 이 사망자는 286번째 환자이며 청도 대남병원 관련 1958년생 한국인 남성입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용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지폐 등 현금 사용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습니다. 누가 언제 사용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돌고 도는’ 현금이 코로나19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SNS에서는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지폐에 묻은 침에 바이러스가 있을까 찝찝하다”라거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 뽑는 것도 꺼려진다”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은행이 국민 안전을 위해 지폐를 소독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폐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말 중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시간과 환경 습도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지폐를 통한) 감염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뉴욕장로병원의 임상 미생물학자인 수전 휘티어 박사도 “지폐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효과적인 전파 매개체는 아니지만 카드는 그럴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돈을 통한 감염 우려와 함께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우한대병원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중국 의학자들은 이달 중순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코로나19 감염 판정을 받은 생후 1년 이하의 영아 9명을 분석했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2만8018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563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9명의 영아만 확진됐고 이들 중 누구도 중증을 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논문은 “영아 9명 가운데 누구도 집중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라며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난 경우도 없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성인보다 영아들이 바이러스에 비교적 덜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조심 또 조심’을 외치며 ‘과잉대응’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 과잉대응만이 살길이다” “음식 파는 사람들, 제발~ 돈 만지고 음식 만지지 마세요!! 손 씻고 만지는 거 기본 아닙니까?” “카드 주고 긁고 돌려받을 때 여간 찝찝한 게 아님” “봉지 준다고 침 묻혀서 봉지 뜯어 주지마세요” “확률이 낮은 거뿐이지 안 걸리는 보장도 없고 내 자식만 괜찮다고 다는 아니잖아요. 제발 어디 돌아다니지 맙시다. 저도 아이 둘 키우는 부모입니다” “아이랑 외출자체를 안한다. 설연휴부터 집순이 된 지 벌써 한달째다” “엄마들이 조심스럽고 무서워서 안 나가는 거지 무슨 애들이 잘 안 걸려요?” “바이러스도 양심이 있나 봅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김강립 부본부장(왼쪽 5번째)이 지난 19일 대한병원협회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김강립 부본부장(왼쪽 5번째)이 지난 19일 대한병원협회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한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오늘(24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 안전 확보, 경제적 영향 최소화 등을 위해 과감하고 신속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조만간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는 2만3819명으로 1년 전보다 1482명(5.9%) 줄었습니다. 44개월째 역대 최소 행진입니다. 반면 사망자는 1년 전보다 1238명(5.1%) 늘어난 2만5438명입니다.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같은 달 기준 가장 많은 사망자이자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입니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는 ‘인구론’이 나온 지 222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인구가 급격히 줄 것이라는 새로운 ‘인구론’의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인류는 이 도전을 또 한번 슬기롭게 이겨나갈 것입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출생아 및 사망자 추이. /자료=통계청
출생아 및 사망자 추이.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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