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모자펀드’ 라임사태와 어머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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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모자펀드’ 라임사태와 어머니의 눈물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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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피해 수천명 수개월째 ‘피눈물’ … 금감원, 라임운용 주가조작 판단은?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라임자산운용
/사진=라임자산운용

“간암으로 죽은 딸이 요양원에 들어가라고 남긴 전 재산이 잘못됐다고 하네요.”

"파출부 몇년 하고 1982년에 야쿠르트 들어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그 돈이에요."

지난해 10월, 홀로 사는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을 앞둔 또 다른 억척 어머니는 생때같은 ‘거금’을 잃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들은 모두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에 투자한 피해자들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의 눈물도 이제 점점 말라가고 있습니다.

라임 민사소송 안내문. /출처=라임자산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
라임 민사소송 안내문. /출처=라임자산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

‘모자펀드(母子fund)’. 자(子)펀드를 통해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모(母)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입니다. 자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모펀드에 투자하고, 모펀드가 운용하여 획득하는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천문학적 손실을 입은 라임사태는 이러한 기형적인 ‘모자펀드 구조’에서 출발합니다.

라임자산운용은 각각 사모채권·메자닌·무역금융 상품 등에 투자하는 몇개의 모펀드를 만들고, 그 밑에 수백개의 자펀드를 만들어 운용했습니다. 단, 투자자는 모펀드가 아닌 자펀드에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수백개의 자펀드를 일일이 관리할 필요 없이 언제든 만들 수 있으니 모펀드 투자금을 쉽게 늘리는 수단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모펀드에 문제가 터지니 수백개의 자펀드가 줄줄이 무너진 것입니다. 모자펀드 구조는 흔하지만 라임처럼 하나의 모펀드 밑에 수백개의 자펀드를 줄줄이 엮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피해자들이 라임사태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폰지사기’로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환매연기 모자펀드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환매연기 모자펀드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오늘(20일)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자금으로 상장사 CB(전환사채) 등에 투자하는 식으로 자금 지원을 하면서 주가조작을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임운용이 상장폐지를 앞둔 부실 한계기업 등의 CB를 사들여 자금을 빌려준 뒤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결탁해 주가 조작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무자본 M&A는 일명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특정 세력이 주로 자기자금보다는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비정상적인 투자 행위를 말합니다. 무자본 M&A가 불법은 아니지만 기업 인수자가 회사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유용하거나, 인수주식의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거래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이 향후 라임운용의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발견해 정식으로 조사에 착수, 의혹이 밝혀진다면 라임운용 사태는 대규모 환매 중단에 의한 투자자 피해 사건을 넘어 희대의 종합 금융사기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조사권 한계 등으로 사실 규명이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조한다는 방침입니다. 검찰은 전날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감독기관의 늑장대응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주식하는 사람들 중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금감원만 몰랐네” “금감원 문제다 문제야. 평상시에 관리감독 똑바로 해라. 일터지면 맨날 뒷북치지 말고ㅠ” “금감원 그렇게 오랫동안 몰랐다는 게 말이 안된다. 아니면 직무유기. 대신 환매 연기 때도 금감원이 막았다는데 법적으로 그럴 권한도 없는데 금감원 직원은 대신 싸고돌고 통화기록 조사도 영 석연치 않다”.

공매도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습니다.

“공매도도 확인해봐. 기가 막힐게다” “무차입 공매도나 관리하고... PBR 1.0미만 공매도 금지 시켜라! 공매도의 목적을 벗어난 행위라고 보여집니다” “주가 올리는 것뿐 아니라 주가 눌러 이득 보는 조작행위도 철저히 수사해서 구속해라. 공매도 세력과 대기업 편법승계를 위한 주가 누르기가 더 문제다” “불법 공매도 행위도 조사바랍니다!!!”.

금융사기는 중징계하자는 목소리도 큽니다.

“제발 금융사기는 뿌리뽑자!! 국민 죽음으로 모는 금융사기는 엄벌로!!!” “무조건 구속해라. 시장교란과 개인투자자들 죽이는 자들이다” “이번에야말로 증권시세 조정하는 세력들에게 경각심을 주도록 철저히 수사하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위법이 발견되면 사법처리해야 합니다”.

라임자산운용의 언론보도 해명 자료.
라임자산운용의 언론보도 해명 자료.

한편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증권가에 확산하고 있는 ‘청와대 연루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루설은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맞물려 있습니다. 라임운용의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에 현 정부 실세 A씨가 연루됐는데, A씨가 노출될까봐 합동수사단을 폐지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원 대표는 “기사나 댓글을 보면 우리와 청와대를 엮는 내용이 많은데 그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는 전혀 로비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우리 회사도 2012년 설립돼 현 정부와 무관하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 대규모 환매 지연 사태와 관련해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17일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상환·환매 연기 대상 펀드는 4개 모(母)펀드와 모자관계에 있는 173개 자(子)펀드이며 그 규모는 1조6679억원입니다. 173개 자펀드의 투자자(계좌 기준)는 개인 4035명을 포함해 총 4616명입니다.

개인의 경우 우리은행을 통한 가입자(1449명)가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394명), 하나은행(385명), 대신증권(362명), 신한금융투자(297명) 순이었습니다. 가입 금액은 개인과 법인 통틀어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순으로 많았습니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에 이들 수천명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어머니 같은 해결책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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