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도 이상 급등, 일반 투자자들 CB 주식 전환 ‘오버행’ 주의보
코스닥 상장사 플레이그램이 보유 중인 자사의 중고 전환사채(CB)를 액면가로 처분하면서 이를 매입한 특정인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플레이그램은 이달 들어서만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주가보다 CB 전환가가 낮아 곧바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는데, 프리미엄 없이 특정인에게 이를 넘겼기 때문입니다. 매입자가 누구인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7일 현재가 기준으로 매입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최소 110억원대의 투자 프리미엄이 예상됩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플레이그램은 지난 1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제30~31회 자기 전환사채를 재매각했다는 공시를 냈습니다.
30회 105억원과 31회 60억원 등 총 165억원 규모인데, 처분 금액도 액면가 그대로인 165억원입니다. 30회와 31회 CB의 전환가액은 각각 645원과 683원으로 매각 당일(10일) 종가가 959원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주식전환 즉시 실현 가능한 차익만 77억원에 달하는데 말입니다.
이에 따라 플레이그램은 공시 목적대로 운영자금 165억원을 마련했지만, 약 77억원의 프리미엄을 포기한 셈입니다. 특히 17일 종가가 1065원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주식 전환 즉시 실현 가능한 차익은 약 110억원에 이릅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플레이그램의 주가가 최근 특별한 이슈도 없이 급등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그램의 주가는 이달 첫 거래일인 3일 종가가 629원이었는데, 2주일 만인 17일 11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한국거래소도 플레이그램의 주가 이상 급등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현저한 시황 변동과 관련 공시 대상이 있는지를 요구했고, 11일엔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12일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플레이그램의 주가 급등은 17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13일엔 호재성 공시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기 전 상환(발행사 매입)으로 재무제표상 확인할 수 없었던 CB가 갑작스럽게 시장에 나오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로 투자자들이 손쓸 틈도 없이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재매각이 이뤄진 30, 31회차 CB(165억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만기 전 상환으로 올해 분기보고서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30, 31회 CB의 만기는 각각 올해 10월과 11월입니다. CB들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0, 2%에 불과하고, 주식전환 시 최대 60~70% 이상의 차익실현이 가능한 만큼 미상환 CB는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재매각 물량을 포함해 30, 31회차 CB의 주식전환 가능 물량은 발행주식총수의 20.14%(2552만8959주)에 달하기 때문에 일반 주주들 입장에선 보유 주식의 가치가 20% 희석되는 셈입니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레이그램의 이번 자사 CB 액면가 처분은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배임 이슈도 있다”면서 “일반 주주들 입장에선 주가가 급등한 상황인데 주가보다도 저렴한 CB가 대거 주식 전환될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