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게임회사 넷마블에 인수된 이후 지난해 매출 4조원에 이를 정도로 덩치를 키운 코웨이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모습입니다. 화장품 사업을 물적분할하기로 한 것인데, 해당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는 회사 측의 설명과는 달리 적자 회사를 떼어내려는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그 의도가 주목됩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웨이는 화장품 사업 부문을 5월 1일을 기일로 물적분할해 ‘리엔케이비엔에이치’를 설립한다고 공시했습니다.

공시 내용을 보면 코웨이는 화장품 사업 부문을 단순 물적분할해 신설회사의 발행주식 100%를 배정받게 됩니다. 기존 환경 가전 사업 부문에 포함돼 있던 화장품 사업을 따로 떼어내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을 육성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그러나 업계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코웨이가 수년간 큰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화장품 사업 부문을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입니다. 실제 코웨이 화장품 사업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234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약 0.6% 수준에 불과합니다. 코웨이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가구(매트리스) 사업 브랜드 ‘비렉스’가 10년 만인 2021년에 2000억원대의 매출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사업인 셈이죠.

특히 코웨이는 2021년 자체 화장품 사업의 영업권에 21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습니다, 영업권 손상차손이란 매년 자산으로 인식된 영업권에 비해 회수가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가늠해 차이를 계상하는 지표입니다. 현재 화장품 사업이 환경사업 부문에 속해 있어 별도 영업이익이 공시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영업권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회사 내의 또 다른 화장품 사업 합작사인 힐러비도 영업손실이 지속되며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힐러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자산이 마이너스 24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이에 코웨이는 넷마블이 빌려준 183억원과 별개로 지난 한 해에만 힐러비에 148억원을 대여해 주며 자금을 수혈하고 있습니다.

코웨이는 또 지난 3년간 리엔케이의 연구개발(R&D)에 단 한푼의 자금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은 고객 니즈와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업종으로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코웨이가 화장품 신설 법인에 과감한 투자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최소 5년 동안 리엔케이비엔에이치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의 미래 가치를 키우기 위해 물적분할을 하는 사례가 대부분인 만큼 최대한 빠른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반적 패턴과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웨이는 리앤케이의 신임 대표로 전문경영인이 아닌 코웨이 화장품 사업부 부장급을 내정해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코웨이는 “화장품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아 부장급 실무자를 대표직에 선임하게 됐다”라는 해명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하면서도 신설회사의 구체적인 발전계획조차 내놓지 않는 사례는 없다”면서 “이번 코웨이의 화장품 신설회사 리엔케이비엔에이치의 사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