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휩싸인 철강업계… 동국제강 장세욱의 ‘이유있는 몽니’ [이슈&웰스]
상태바
내홍 휩싸인 철강업계… 동국제강 장세욱의 ‘이유있는 몽니’ [이슈&웰스]
  • 최석영 기자
  • 승인 2024.02.19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입산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싸고 대형-중견사 첨예 대립
업계3위 동국제강 철강협회 탈퇴 후 복귀 안 해 내홍 격화
장세욱 동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해 첫 업무일인 지난 1월2일 동국제강 인천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동국홀딩스
장세욱 동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해 첫 업무일인 지난 1월2일 동국제강 인천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동국홀딩스

수입산 열간압연강판(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둘러싼 국내 철강업체들의 물밑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철강 빅3 업체 중 하나이면서 중견 철강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동국제강그룹이 한국철강협회를 탈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선 것.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이 협회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철강협회 회원사에서 빠진 동국제강그룹이 협회 재가입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인적분할을 하면서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으로 나뉜 동국제강그룹은 존속법인인 동국홀딩스가 철강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며 협회를 탈퇴했다. 이후 당연히 철강이 주력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이 회원사로 재가입해야 하지만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힐 뿐 지금까지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동국제강의 이런 움직임은 협회 회장사인 포스코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이유다. 먼저 포스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다. 동국제강그룹은 냉연판재류를 생산할 때 그 소재를 주로 중국이나 일본 수입산 열연강판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입장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열연강판보다 수입산 열연강판을 소재로 사용할 경우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반덤핑 제소로 인해 수입산 열연강판에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원가가 높아진다.

실제 수입산 열연강판은 국산보다 5~10% 싼 값에 유통된다. 올 1월 말 기준 국내산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86만원, 수입산은 톤당 82만원이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철강사는 수입산 열연강판이 지나치게 싼 값으로 국내 시장에 침투해 무역통상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자체 고로를 보유하지 못한 중견 철강사들은 철강산업은 고로를 보유한 기업이 열연강판 등 기초 소재를 생산하고 나머지 업체가 재압연, 가공 등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수입산 철강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 고로를 보유한 기업만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한 중견 철강사 관계자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반덤핑 제소가 자칫 일부 기업의 독과점을 부추기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가 지난해 본격적인 철근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을 자극한 주요 이유다. 포스코가 진출하기로 한 시장은 코일철근으로 동국제강이 생산하는 제품과 겹치는데, 코일철근은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동국제강그룹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동국제강그룹의 한국철강협회 탈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와 세계 주요국의 한국 견제로 외환(外患)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내우(內憂)에 휩싸인 꼴이 되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 협회나 정부기관이 적극 나서 의견을 취합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해 아쉽다”면서 “주요 철강사의 입지가 크다 보니 협회가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소탈하고 개방적 성격이라는 평을 듣는 장세욱 부회장이 협회를 보이콧한 이유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만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도 있듯이 어려울 땐 적이라도 힘을 합치는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