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판 세작 ‘철완대군’은 경영권 적통 되찾을까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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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판 세작 ‘철완대군’은 경영권 적통 되찾을까 [이슈&웰스]
  • 최석영 기자
  • 승인 2024.02.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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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주총 앞두고 박철완 전 상무 측에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 합세
“18% 자사주 소각하라” 압박… ‘지분 4.9%p 차이’ 속 국민연금 결정 주목
서울 중구 청계천로 금호석유화학 사옥과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 /사진=금호석화, 네이버지도 캡처
서울 중구 청계천로 금호석유화학 사옥과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 /사진=금호석화, 네이버지도 캡처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주말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이 인기다.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인질로 붙잡혀간 진한대군 이인(조정석 분)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조선으로 돌아와 임금인 형 이선의 핍박을 받다 우여곡절 끝에 적통인 조카를 제치고 왕권을 쟁취한다는 게 초반부의 줄거리다. 조선의 16대 왕 인조와 그의 맏아들 소현세자의 비사를 모티브로 삼은 극본이 인기 비결인 듯하다. 권력을 얻기 위해선 혈연으로 얽힌 관계에서도 비정해야 한다는 진부한 역사적 교훈(?)이 재미 요소인 셈이다.

이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재벌가에서 펼쳐지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끈다. 금호석유화학그룹 경영권 장악을 위해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박철완 전 상무가 재차 분쟁에 뛰어들었다. 박 전 상무는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18%에 이르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고 압박했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주식 9.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박 전 상무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친인 박정구 당시 회장에 이어 차기 후계자로 꼽혔다. 박인천 창업주의 2남인 박 전 회장은 1999년부터 회장직을 맡았고, 3년 만인 2002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후 4남인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 받으면서 장자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에 적장자인 박 전 상무가 삼촌인 박 회장을 상대로 꾸준히 경영권 탈환을 노리고 있는 것.

15일 업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를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인으로 추가했다. 금호석화 지분 0.03%를 확보한 차파트너스는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지난주 금호석화에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주주 제안했다.

박 전 상무측은 2021년과는 다르게 이번엔 자사주 소각 요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발표에 앞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금호석화도 최근 저PBR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뛰었다. 자사주 비중이 높고 PBR이 지난해 3분기 기준 0.58배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 금호석화로서는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의 주주환원 요구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석화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는데, 경영진은 자사주를 백기사 확보 등 경영권 강화를 위해 이용했다. 2021년 말 금호석화는 OCI와 자사주를 상호 교환한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미소각 자사주가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고, 이들 자사주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독립성이 결여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 구성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저평가됐다는 문제점을 차파트너스와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선임의 경우엔 3%룰이 적용되는 만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외인의 표심이 핵심이다. 국민연금은 9.27%를 보유한 2대주주로 지금까지 양측이 이사진으로 추천한 인물에게 각각 찬성표를 던지는 등 중립을 지켜왔다. 소액주주와 외인 비중은 각각 약 25, 20%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 구성은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박준경·주형)이 15.7%, 박철완 전 상무 측이 10.8%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금호석화 주총에서의 자사주 소각을 둘러싼 대결은 양측의 의결권 격차가 4.9%포인트로 크지 않은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국민연금이 박철완 전 상무측의 손을 들어줘 자사주 소각 결정이 나면 경영권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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