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수·투자한 상장사 주가 급등락… 절반은 상장폐지·거래정지
“이번 인수, 투기 위한 머니게임용 우려”… 소액주주 피해 유의해야
코스닥 상장사 프리엠스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떠오른 주체에 과거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세력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들이 관여한 기업들은 주가 급등락과 함께 상장폐지·거래정지에 이른 곳이 많아 이번 프리엠스 인수도 결국 투기를 위한 머니게임으로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프리엠스는 지난달 8일 주도식 회장과 박흥식 대표의 지분 40%(240만주)를 바산1호조합(150만주, 25%)과 바산인베스트먼트(90만주, 15%)에 384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3월 25일 잔금 납부를 마치면 바산1호조합이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갖게 된다.
바산1호조합은 대표 조합원인 서여원씨가 28.9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임시웅, 김창섭, 강승희, 김윤희씨, 오리진프런티어 등이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다수가 과거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유건상 전 제너시스투자자문 대표와 함께 활동한 전력이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투자신탁사 펀드매니저 출신인 유건상씨는 2006년 제너시스투자자문을 설립한 뒤 다수의 공격적 M&A를 성사시켜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그가 대표로 있던 투자자문사는 ‘적대적 M&A’ 세력인 기업 사냥꾼을 위한 펀드를 운용해 왔다. 2008년 말까지 지분율 5% 이상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상장사만 6곳에 달했지만, 제이콤, 유에이블, 아이알디(옛 오엘케이) 등 3개사가 상장 폐지됐다.
유씨는 또 2006년 당시 1호 펀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자 오엘케이로부터 30억원을 출자받아 오엘케이 주식 24만2482주(5.84%)를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하지만 2006년 7월부터 2007년 1월 사이 수십 차례에 걸쳐 동시호가 시간대에 예상 체결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제너시스투자자문도 금융위원회로부터 등록 취소당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유씨는 이로 인해 투자자문사 관련 사업 진입이 원천 차단됨으로써 기관투자자로 나설수 없게 되자 조합을 활용한 펀딩을 통해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2020년 ITX엠투엠(현 ITA-AI) 지분 9.7%를 인수해 공동대표를 역임할 때도 최대주주 변경 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블루윈밸류업조합이었다. 블루윈밸류업조합은 2019년 11월 유씨와 서여원씨(바산1호조합 대표)가 각각 지분 50%를 출자해 만들었으며 ITX엠투엠 인수 당시엔 출자자가 19명, 자본금 150억원에 달했다.
블루윈밸류업조합은 ITX엠투엠 인수 후 사업목적에 AI 기반 원격의료업을 추가하면서 340억원에 달하는 자금조달에 나섰는데 당시 CB 투자자로 블루윈에이엠씨와 제너시스밸류업조합이 각각 1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블루윈에이엠씨는 유씨가 만든 제너시스투자자문에서 함께 합을 맞춘 경험이 있는 박정훈씨가 대표였다.
제너시스밸류업조합은 바산1호조합의 서여원, 김윤희, 임시웅씨 등이 출자한 곳이다. 임시웅씨는 유씨가 ITX엠투엠 공동대표를 맡은 후 사내이사에 선임돼 전략영업부 이사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제너시스밸류업조합은 지난해 4월 26일 장외매수를 통해 주당 5200원에 인포마크 주식 111만4343주(지분 7.56%)를 58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지난해 7월 주당 1만850원에 지분을 매도해 2배 가량의 차익을 챙기고 조합을 해산했다. 지난해 8월 1만4980원까지 상승했던 인포마크는 CB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한 차익실현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 최근 5000원대로 떨어졌다.
ITX엠투엠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감사의견 거절’로 2021년부터 3년째 거래가 정지됐으며, 올해 말까지 개선기간이 주어진 뒤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2020년 3월 인수 당시 1100원대였던 ITX엠투엠 주가는 신재생에너지 관련기기 제조·AI 기반 원격의료 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 발표와 ITX-AI로 사명을 바꾼다는 공시 이후 3572원까지 급등했다가 이듬해 거래정지 직전 1204원까지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건상 전 대표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적대적 M&A세력이 프리엠스 인수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손댄 기업들은 대부분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했던 만큼 앞으로 신사업 진출·자금조달 공시 등이 이어진다면 이를 신중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1만3900원으로 장을 마쳤던 프리엠스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 소식에 지난달 5일 1만6290원으로 전날보다 11.88% 급등했고, 18일 장중 한때 1만7980원을 찍은 후 조정을 거쳐 최근 1만5000원 선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