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힘 싣는 신세계그룹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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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힘 싣는 신세계그룹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1.2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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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사옥 전경. /신세계
신세계그룹 사옥 전경. /신세계

지난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CEO 40% 물갈이’라는 초강수를 빼들고 변화와 쇄신,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춘 신세계그룹이 기존 전략실도 기능 중심의 역할을 강화한 경영전략실로 개편해 그룹컨트롤타워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남매 경영 구도를 강화하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신뢰를 잃은 남매의 수족을 모두 쳐내고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선데 이어 이 회장 직속의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7일 정기 임원 인사에 담긴 코드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하면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경영전략실장에 임명했다. 임 실장은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직무를 수행하며 새로운 유통 포맷인 스타필드를 시장에 안착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그룹내 관계사와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감안해 중책을 맡겼다는게 신세계그룹 측의 설명이다. 임 실장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도 겸직하게 된다.

또 기존 지원본부와 재무본부 체제도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개편해 성과 창출의 최일선을 담당하게 된다. 경영총괄에는 허병훈 부사장이, 경영지원총괄에는 김민규 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개편을 통해 경영전략실을 그룹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안정적으로 보좌하는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고 최고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으로 힘을 실어줬다고 밝혔다. 기능 중심의 조직 효율화를 통해 실무 기능은 과감하게 현업으로 이관하고, 각 사별 사업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그룹의 미래 지속성장을 이끄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임영록 실장이 겸직해 온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이주희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가 겸직하게 하고 기존 전략실 지원본부장 김선호 부사장은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으로, 재무본부장 신동우 상무는 SCK COMPANY 전략기획본부장으로 발령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계열사 CEO 9명 등 40%를 전격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업계 눈길을 끈 바 있다. 정기 임원인사가 예년보다 한달 가량 서둘러 실시된데다 판을 뒤집는 대폭적인 물갈이였기 때문인데, 업계에선 이를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 위기감과 남매 경영에 더 이상 맡겨둘 수만은 없다는 이 회장의 결단으로 해석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신세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신세계

당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결재가 난 임원 인사명단을 받아든 이 회장이 이를 뒤집고 판을 완전히 흔들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특히 정 부회장의 측근으로 통하던 강희석 전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총괄사장으로 승진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나돌다 경질되고 손영식 신세계 대표가 임기를 남긴채 물러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신임했던 임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그 자리를 사실상 이 회장의 사람들로 채웠다는 분석이었다.

정 부회장에게 아내 한지희씨를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진 정동혁 대외협력본부장도 이때 경질되면서 실속없이 무리한 M&A로 그룹의 재무 부담만 가중시킨 정 부회장에 대해 문책성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 새 지마켓 인수, 스타벅스 지분 추가 취득, 신세계야구단 인수, 쉐이퍼 빈야드 와이너리 인수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지난해 말 순차입금이 14조원을 넘어선 상태이다. 여기에 그룹 매출의 핵심인 이마트가 쿠팡 등 이커머스에 밀리더니 이젠 편의점에게도 추월당할 처지로까지 몰리면서 유통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쿠팡은 올들어 3분기 연속 이마트 매출을 제치며 유통 왕좌를 굳건히 할 태세다. 3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 흑자달성을 앞두고 있다. 영업이익도 3분기 1146억원에 달했다.

반면 유통 최강자였던 이마트의 성적표는 빈약하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94억원 적자 전환한 이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조70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79억원으로 23%가 줄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86억원에 불과하다. 계열사 신세계건설이 부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고 자회사 SSG닷컴과 지마켓 글로벌 등의 적자가 여전히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던 이 회장이 지난 정기 임원인사에 이어 그룹컨트롤타워까지 강화하면서 직접 뒷수습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만 벌려놓고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기 전에 이 회장이 직접 해결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남매가 신임하던 인사들을 모두 물리치고 이 회장 직속인 그룹 전략실 출신들에게 계열사 지휘를 맡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의 새 사령탑인 한채양 대표도 그룹 전략실 출신이다. 한 대표는 최근 본업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며 신규 출점 재개와 리뉴얼,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등 3사의 물류통합을 통한 효율성 개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잠시 한눈 팔고 등한시했던 본업인 유통사업의 수익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업계에선 3사 CEO를 한 대표가 겸직하면서 사업부 축소 등 후속 구조조정도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회장이 자신의 측근들로 주요 계열사를 이끌게 하고 그룹컨트롤타워까지 강화, 전권을 쥐고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섬으로써 남매의 입지는 다소 제약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조직 재정비로 긴장감이 높아져 그룹내 쇄신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 특성상 시장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번 조치가 혁신과 새 성장동력 발굴로까지 이어져 유통 최강자의 자리를 되찾을 만큼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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