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성래은’ 영원무역 꼼수 승계, 공정위 칼날에 두 동강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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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학→성래은’ 영원무역 꼼수 승계, 공정위 칼날에 두 동강 날까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1.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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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SA 과반 지분 증여세, 내부 거래로 지원’ 의혹 한 달째 조사 중
차녀 성가은은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개인회사 제품 팔아 의혹 더해
공정위 제재 땐 그룹 전체 타격… 경영권 승계에도 적신호 켜질 듯
/영원무역 홈페이지 
/영원무역 홈페이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중견기업 영원무역그룹이 부당지원·내부거래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지 한 달 가량 지났지만, 아직까지 어떤 조치도 공개된 바 없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짐으로써 사안 검토와 최종 결론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마무리되는 듯했던 성래은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영원무역그룹에 쏟아졌던 의혹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본다.

영원무역에 쏠린 의혹들은 그동안 여러 매체들을 통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의혹의 핵심을 압축하면 결국 성기학 회장의 차녀 성래은 부회장과 3녀 성가은 부사장과 연루된 사안들이다.

성래은 부회장의 경우 영원무역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YMSA의 지분 50.01%를 성 회장으로부터 넘겨 받으면서 증여세 납부를 위해 부당 내부거래를 한 정황을 의심받는 것이다. YMSA는 그룹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0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영원무역그룹을 지배하는 회사이다. YMSA의 지분 100%를 성 회장이 보유하다 올해 3월 지분의 과반인 50.01%를 차녀 성래은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성 부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를 보유한 YMSA의 과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사실상 경영 승계를 마친 것이다. 그는 증여세 850억원의 대부분을 YMSA에서 빌려 현금으로 납부했다. 지분 증여나 상속을 받은 대다수의 오너 2세들이 세금 연납제도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한번에 납부하자 업계에선 해당 자금 출처에 대한 관심이 컸었다.

그룹 내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 지난달 공정위 조사를 받은 영원그룹 오너 일가. 왼쪽부터 성래은 부회장, 성기학 회장,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
그룹 내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 지난달 공정위 조사를 받은 영원그룹 오너 일가. 왼쪽부터 성래은 부회장, 성기학 회장,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

YMSA는 이 과정에서 대출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당시 본사 건물로 사용하던 대구 만촌동의 빌딩을 600억원 상당에 매각했다. 그런데 이 건물 매수자가 그룹 내 다른 회사인 영원무역으로 드러나면서, 증여세 마련을 위해 꼼수 내부거래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성 부회장이 YMSA 지분 과반을 확보하고 YMSA로부터 대출받아 증여세를 납부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승계를 마친 셈이다.

지난해 별도기준 이익잉여금 2287억원을 쌓아놓은 YMSA는 이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08억원의 매출액 중 95.1%인 674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한 것이다. 해외에 있는 YMSA 자회사와 영원아웃도어 등이 주거래 대상이다. YMSA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엔 92.9%, 2021년에도 95.8%에 달했다. 이렇게 2014년 200억원 대였던 YMSA의 매출은 8년만에 700억원 대를 넘기며 3배 넘게 급성장했다. 이로 인해 YMSA가 사실상 영원무역의 지배 회사이면서도 지주회사는 아닌 상태로 남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기도 하다.

성 회장의 셋째 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의혹도 뜨겁다. 노스페이스의 국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성 부사장은 개인회사 이케이텍 소유의 ‘에디션’을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팔면서 자신의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9월 KBS 보도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노스페이스 판매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노스페이스 에디션’이라는 사업을 이케이텍과 공동으로 기획했는데, 실상은 사주 일가인 성 부사장의 개인사업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당지원이 공정위 제재 대상에 해당하고 경영진의 배임 이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공정위는 영원아웃도어가 이케이텍에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하청을 주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부사장이 영원아웃도어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개인회사인 이케이텍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사실도 부각됐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같은 업종 다른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경영자가 사익을 추구해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성 부사장이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고 겸직했다면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시민단체가 이를 용인한 성기학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성 부사장은 현재 미국에 거주, 출근하지 않으면서도 회사에서 급여 등을 챙겨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사측은 성 부사장이 랜선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화상회의와 이메일 등으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는 해명이다.

일각에선 오래전부터 영원그룹 승계작업이 둘째 딸 성래은씨로 사실상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성가은 부사장이 자신의 몫을 챙기려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양자간에 경영권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있을 것으로 관측해 왔다. 성 부사장은 손경식 CJ 회장의 며느리로 남편 손주홍 JH 대표보다 대외 활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 경영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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