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폐암 상관성 첫 인정… 애경산업 줄소송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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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폐암 상관성 첫 인정… 애경산업 줄소송 이어지나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9.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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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위, 연구결과 반영해 폐암 관련성 인정
피해 구제급여 대상자 5176명으로 늘어
소송 이어지면 애경 배상금 700억 넘을 듯
환경부는 지난 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고 가습기살균제와 폐암의 상관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사진=환경부
환경부는 지난 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고 가습기살균제와 폐암의 상관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사진=환경부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암의 상관성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로 하면서 애경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부는 전날(5일) 임상준 차관 주재로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폐암 피해자의 구제 여부를 논의하고, 이번 독성연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 시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도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폐암이 발병했더라도 다른 유발요인이 있을 수 있어 개별 폐암피해 판정 시에는 사례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회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 136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결정을 비롯해 피해를 인정받고도 피해등급을 결정받지 못한 피해자 등 357명에 대한 피해 등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총 5176명이 됐다.

위원회는 또 그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른 폐암 피해구제 계획을 논의하고 폐암 사망자 1명에 대해 피해인정을 의결했다.

환경부의 결정에 따라 애경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커질 전망이다. 애경산업·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업체들이 막대한 배상금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애경산업은 2002년부터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출시하면서 객관적 증거 없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 등을 라벨에 표시하고 홈페이지에 광고했다.

환경부는 이날 현재까지 파악된 폐암 진단자는 206명이라고 밝혔다. 2011년 8월 처음 피해가 알려진 이후 지금껏 7854명이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이 중 1821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에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애경산업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2021년 1심 재판부는 살균제 성분은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소송을 통한 피해자 구제안이 사라졌음을 의미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12월 8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살균제 성분을 쥐의 코에 노출하고 5분이 지나자 폐와 간, 심장 등에서 이들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주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에 20주 노출된 모든 임상동물에서 폐 염증 및 섬유화 발생이 확인됐고 40주 경과후엔 임상동물 절반에서 폐 악성종양 발생이 확인됐다. 이들 성분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고신대 등 국내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도 이와 일치한다.

환경부의 이번 발표는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쳐 소송을 통한 피해자 구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도 2심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애경산업은 막대한 금액의 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수 있다. 2022년 3월 가습기살균제 조정위원회는 2022년 3월 제조업체에 9240억 원의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애경산업은 ‘부동의’ 의견을 제출했지만 분담금은 690억 원 규모였다. 이를 토대로 피해자와의 소송 시 배상금은 최소 700억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애경산업이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391억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폐암과 가습기살균제와의 연관성을 인정함으로써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배상금 지급에 대비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22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걸려 있다. 소송의 원고는 모두 56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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