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팔지 마” 호야렌즈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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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팔지 마” 호야렌즈의 갑질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1.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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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판매점과 거래한 대리점에 거래 불가 공문 발송
호야렌즈가 대리점을 상대로 제품을 싸게 팔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야렌즈가 대리점을 상대로 제품을 싸게 팔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호야렌즈가 대리점을 상대로 제품을 싸게 판매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호야렌즈가 자사의 주력제품인 ‘누진다초점렌즈’를 대리점이 할인판매점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할인판매점의 대대적인 할인·홍보정책이 자사의 직거래점과 가격 경쟁을 촉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즉, 가격을 싸게 팔지 말 것을 강제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내부 메일을 통해 확인됐다. 호야렌즈는 2017년 11월 17일 대리점에 “현재 할인판매 등 가격파괴로 유통질서를 문란케 하는 XX 안경 체인점에 대해서는 당사 영업정책상 절대 거래 불가를 통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또 그해 12월 28일에는 “업계의 상식선을 벗어난 가격파괴 행위로 인근 직거래 안경원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피해가 커지고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대리점에 보냈다. 이 외에도 모든 대리점을 대상으로 할인판매점과의 거래 금지 및 불응 시 출하 정지 등 조치가 가능함을 공문·전화로 수차례 통지했다.

호야렌즈는 현재 한국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90%를 직거래로 공급하고 있다. 대리점(총 31개)을 통한 유통은 10%에 그치고 있다. 호야렌즈는 자사의 정책을 위반하는 대리점을 추적하기 위해 직접 혹은 직거래점 등을 통해 할인판매점에서 안경렌즈를 구입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는 자사의 Tray No(생산시 안경렌즈마다 부여하는 고유번호)를 통해 납품 대리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호야렌즈는 할인판매점에 공급한 대리점을 적발하면 해당 대리점에게 공급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형사·행정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계약준수확약서도 징구했다.

특히 제주도는 2019년 1월 제주지역 전체에 대리점 공급을 금지하는 ’제주도 직영화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도 했다. 위반 대리점에게는 재발 시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강력한 제재의사를 피력했다.

또 호야렌즈는 물품공급계약시 대리점마다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미준수시 물품공급 중단 및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설정된 영업지역은 대리점의 영업 범위를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직거래 영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호야렌즈는 안경 공급시 할인율까지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7월~9월 간 19개 신규대리점과 계약 시 Rx렌즈는 호야렌즈가 직거래점에 적용하는 할인율과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안경원에 과도한 할인판매 시에는 출하정지 및 거래종결도 가능한다는 내용을 구두와 문서로 전달했다. Rx렌즈는 처방에 따라 제작되는 맞춤렌즈를 지칭하며 통상 누진다초점렌즈가 이에 해당한다.

결국 호야렌즈의 이같은 대리점 갑질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7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번 조치는 고령화로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는 국내 누진다초점 렌즈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자사 제품의 가격인하를 막기 위해 대리점의 거래상대방·거래지역을 제한하고 재판매가격을 지정한 불공정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인해 최종 소비자 및 개별 안경원에 대한 가격 경쟁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누진다초점렌즈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누진 다초점렌즈 시장은 한국호야렌즈(일본)와 에실로코리아(프랑스), 칼자이스(독일)가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호야렌즈는 2019년 판매액 기준 37%로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야 계열인 대명광학(10.6%)까지 합치면 47.6%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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