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손잡은 일본 도레이는 ‘전범기업’ 후신
상태바
LG화학이 손잡은 일본 도레이는 ‘전범기업’ 후신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1.01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범기업 ‘미쓰이물산’ 자본으로 세워져 미쓰이물산 상무가 초대 회장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지분 일부 소유, 미쓰이 홍보위원회까지 참여해
도레이 측 “옛 미쓰이물산은 현재의 미쓰이물산과 법적으로 별개 기업”
LG화학, 2019년 SK이노베이션과 특허침해 소송 때도 도레이와 손잡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이 지난 27일 화상회의를 통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이 지난 27일 화상회의를 통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LG화학

지난 27일 LG화학이 일본 도레이와 손잡고 유럽 배터리(이차전지) 분리막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발표하면서 도레이라는 회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도레이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9년 기준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32%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부회장)는 “도레이는 원단 역량 등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문제는 도레이의 초기 모태가 일제강점기 최악의 전범기업 중 하나인 ‘미쓰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도레이의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한데요. 본지가 도레이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검색한 결과, ‘도레이의 역사’ 카테고리를 보면 ‘동양 레이온 주식회사 창립’이라는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옛 ‘미쓰이 물산’은 동양 레이온 주식회사를 설립하고(旧三井物産※は、国の製造業振興策のもと、東洋レーヨン株式会社を設立しました), 1926년 1월 12일 창립총회에서 발기인을 대표해 미쓰이물산 상무였던 ‘야스카와 유노스케’를 초대 회장으로 선임합니다.(1926年1月12日の創立総会で発起人を代表して、三井物産常務であった安川雄之助は「わが国家経済を益すること多大なるべき」と設立にかける思いを述べました。安川は初代会長を務め、同年4月16日、滋賀県知事から工場設置許可を得ました。東レではこの4月16日を創立記念日としています)

도레이가 미쓰이로부터 설립됐다는 내용은 ‘도레이 90년 소사(小史)’ 가운데 ‘미쓰이 물산에 의한 레이온 기업의 구상’에도 똑같이 나옵니다. 다만 도레이의 역사 설명 끝부분에서는 ‘옛 미쓰이 물산은 현재의 미쓰이 물산과 법적 연속성이 없는 완전히 별개의 기업체’(旧三井物産は、現在の三井物産と法的連続性のない全く別個の企業体です)라는 설명을 곁들입니다.

도레이가 최악의 전범기업 중 하나인 미쓰이와의 연관성을 없애려는 의도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일본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weblio사전’에는 도레이가 여전히 미쓰이그룹 소속 기업 목록 안에 들어있으며. 도레이 본사도 일본 도쿄도 니혼바시 미쓰이타워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레이 지분도 미쓰이그룹의 금융계열사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일부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도레이는 미쓰이의 홍보위원회 회원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도레이 관계자들은 부인하지만 일본 본사는 미쓰이 건물에 입주해 있고, 지속적으로 미쓰이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레이 측은 미쓰이그룹과 연관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미쓰이물산의 자본으로 설립된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아직도 곳곳에서 미쓰이와 여전히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흔적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미쓰이는 미쓰비시, 스미토모와 함께 일제강점기 A급 전범기업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미쓰이그룹의 계열사 미쓰이광산 등 미쓰이 계열 탄광에만 6만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됐을 것으로 일본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는데요.

탄광은 노동 강도가 심하고 사망률이 가장 높아 조선인 노무자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작업장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곳을 일본은 반성은커녕 조선인 강제노역 흔적을 지우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 그 뻔뻔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일전쟁 당시 군용 물자를 공급해 침략전쟁을 지원한 최악질 전범기업입니다.

도레이의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스미토모그룹의 스미토모은행과 미쓰이그룹의 사쿠라은행이 합병해 2001년 4월 1일 탄생한 일본 도시은행입니다. 미쓰이와 스미토모, 미쓰비시는 2014년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지정한 전범기업이기도 합니다.

LG화학의 도레이와 동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2019년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과 특허침해 소송을 벌일 때도 도레이와 손잡았습니다. LG화학이 소송 원고 명단에 도레이인더스트리와 함께 이름을 올려 SK이노베이션과 싸운 것입니다.

한편 도레이의 자회사 도레이첨단소재는 새한그룹과 합작공장을 설립해 우리나라에 진출했다가 IMF 외환 위기 당시 새한그룹이 공중 분해되자 합작사인 도레이새한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습니다. 이어 새한의 핵심 계열사였던 ㈜새한의 후신인 웅진케미칼도 인수해 우리나라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도레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최대의 타깃이었던 유니클로와도 협업하고 있는데요. 유니클로의 히트상품 ‘히트텍’ 소재를 도레이가 만들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