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퇴사한 임원은 왜 삼성전자를 고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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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침해”… 퇴사한 임원은 왜 삼성전자를 고소했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1.1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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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음성인식 관련 기술 10여건 고의로 침해” 미국 특허전문업체와 공동 소송
삼성전자서 10여년간 특허소송 업무 총괄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친정 상대 공격
삼성전자, 전직 직원으로부터 직무 중 특허 관련 발명 보상금 소송 수차례 당하기도
삼성전자가 특허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전직 임원으로부터 거꾸로 특허 소송을 당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특허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전직 임원으로부터 거꾸로 특허 소송을 당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그동안 보유해온 특허 기술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만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삼성전자가 특허 기술을 베꼈다는 소송을 미국에서 당한 것인데요. 심각한 것은 삼성전자에서 최근 10여년간 특허 소송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전직 고위 임원이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현직 당시에 특허 소송을 전담했던 임원이 거꾸로 친정을 공격한 것인데요. 삼성전자의 내부 핵심 정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직 임원으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한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의 신뢰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아메리카가 특허전문 업체 ‘스테이턴 테키야 LLC’의 특허 10건을 고의로 침해했다”라며 지난해 6월 자신이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IP를 통해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스테이턴 테키야 LLC는 미국 이어폰·음향기기 업체로, 이번 소송에 공동 원고로 참여했습니다.

안승호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변호사로, 1997년부터 삼성전자 특허 업무를 맡았는데요. 2010년 지적재산권을 담당하는 IP센터장에 선임돼 2019년 퇴임 때까지 삼성전자의 특허 분야를 총괄했습니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재직 당시 10여년간 애플, 화웨이 등을 상대로 굵직한 특허권 관련한 소송전을 총괄했습니다. 하지만 안 전 부사장이 그동안 쌓은 특허 관련 소송 노하우를 무기로 장착해 퇴직 1년 만에 친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안 전 부사장과 테키야가 무단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주로 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기술로,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갤럭시버즈, 갤럭시버즈 플러스, 갤럭시버즈 프로, 빅스비 플랫폼 등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테이턴 테키야 LLC와 시너지IP는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를 알고 있으면서도 제품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특허전략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 이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직업 윤리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재직 중 영업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특허분야 최고 수장까지 지낸 인사가 해당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참여한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이번 소송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한편 특허 관련 소송을 총괄했던 전직 임원이 소송을 제기한 이번 사례와는 차이가 있지만, 전직 직원으로부터 특허 관련 소송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2018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메모리 생산 파트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A씨는 직무 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신이 삼성전자 재직 중이던 2007년 7월 VNAND(브이낸드) 관련 기술 발명에 대한 신고서를 특허청에 제출해 먼저 브이낸드 관련 기술 특허를 낸 뒤 특허를 인정받았으나 사측은 이에 대한 직무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브이낸드란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의 일종으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양산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도 2001년에는 휴대전화에 쓰이는 ‘천지인’ 자판 기술, 2012년에는 고화질(HD) 텔레비전 영상 압축 기술, 2017년에는 ‘초성검색’만으로 연락처 검색 가능한 기술 등 직무 발명 관련 소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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