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도쿄 가는’ 한화 김동선, 말 많은 ‘태극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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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도쿄 가는’ 한화 김동선, 말 많은 ‘태극마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2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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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폭행으로 아시안게임 은메달 연금 박탈 후 지난해 은퇴 선언했는데…
코로나로 올림픽 1년 미뤄지고 티켓 획득한 황영식 선수 개인 사정으로 불참
김동선 선수 자격 박탈 기간 끝나자 은퇴 발언 뒤엎고 올림픽 출전 의사 밝혀
선수용 백신까지 접종… 승마협회선 “규정상 문제없다”지만 ‘재벌특혜’ 논란
사진=김동선 상무
사진=김동선 상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도쿄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벌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2017년 음주 폭행 사건으로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얻은 연금 수령 자격까지 박탈당한 김 상무가 공개 사과도 없이 국가 대표 복귀 수순을 밝고 있어서인데요.

21일 재계와 스포츠계에 따르면 김동선 상무는 오는 7월 23일부터 열리는 2020도쿄올림픽에 마장마술 우리나라 대표 선수로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도 “김동선 선수가 규정상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어 국가대표로 확정하고 대한체육회에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상무는 도쿄올림픽 대표 및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차 접종도 이달 초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상무는 30대로,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지만 도쿄올림픽 출전 선수에게는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화이자를 공급하면서 접종을 하게 된 것입니다.

김동선 상무는 2006·2010·2014년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은메달을 따는 등 국내 승마 마장마술 1인자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동선 상무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신분이었습니다. 대한승마협회 국가대표 선수 선발 규정 제5조 결격 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라는 조항 때문인데요. 김 상무는 2017년 1월 폭행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동선 상무가 폭행사건의 형 집행을 끝낸 것은 2019년 1월입니다. 승마협회의 2년 규정에 따라 올해 1월까지는 국가대표로 발탁이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원래 마장마술 올림픽 출전권은 황영식 선수(30세)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황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초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림픽 개최가 1년 미뤄지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황 선수가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국제승마협회의 새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회는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진 뒤 ‘2021년 6월 7일까지 최소 한 차례 이상 일정 등급 이상 대회에 출전해 일정기준 이상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새 규정을 도입했는데, 황 선수가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게다가 황 선수에게는 피치 못할 개인 사정까지 생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승마협회에 따르면 마장마술은 말과 선수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종목인데, 황 선수가 개인 사정으로 원래 타던 말을 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결국 황 선수는 이번 도쿄올림픽행 열차를 탈 수 없게 됐습니다.

반면 김동선 상무는 올해 3~4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마장마술 그랑프리 프리스타일 부문에서 우승을 한 것입니다. 또 최근엔 서울특별시승마협회 승마훈련원에서 열린 2021 춘계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 A 클래스 고등·일반부 경기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올림픽 진출 자격에 필요한 포인트를 차근차근 쌓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김 상무의 선수 선발 규정 결격사유 기간도 끝나게 됐습니다. 결국 김동선 상무에게로 올림픽 출전 티켓이 넘어갔게 됐는데요. 문제는 김 상무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국제마장마술 그랑프리 프리스타일 부문에서 2위에 오른 뒤 미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승마 은퇴의사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김 상무는 당시 “10여년간 해온 승마 선수 활동에서 은퇴할 예정”이라면서 “이번이 마지막 경기”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투자은행가가 되고 싶다”라고까지 밝힌 것입니다.

김 상무가 승마계 은퇴를 공식화하면서 당시 언론에서는 김 상무의 경영 복귀 가능성 기사를 쏟아 내기도 했습니다.

김동선 상무/사진=인터넷커뮤니티
김동선 상무/사진=인터넷커뮤니티

그런데 김동선 상무의 선수선발 결격사유가 없어진 올해 1월 이후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이후 국내외 대회에 잇따라 승마선수로 출전한 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1년 만에 은퇴 선언을 번복한 것입니다. 문제는 김 상무가 다른 선수의 태극마크를 대신 달게 되면서도 공개 사과조차 하지 않자 비판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김동선 상무의 도쿄올림픽행이 결정되면서 2017년 발생한 음주 폭행 사건까지 다시 소환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연장선입니다.

김동선 상무는 2017년 1월 5일 음주 폭행 현행범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긴급 체포됩니다. 이날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술집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의 뺨을 때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 유리문과 카시트를 걷어차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입니다. 김 상무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습니다. 이 폭행 사건으로 사상 처음 국민체육진흥공단 경기력향상 연구연금(체육연금) 수령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김 상무의 폭행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같은 해 9월 서울 종로구 한 술집에서는 변호사 친목 모임에 참석한 변호사를 폭행해 고발당한 것입니다. 앞서 2010년에는 용산구 호텔 주점에서 여종업원을 성추행하고 남자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적도 있습니다.

잇단 폭행으로 연금까지 박탈당했지만 공개 사과 한마디 없는 김 상무가 다시 국가대표로 발탁되자 “재벌 특혜가 아니냐”라는 국민적 분노가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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