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어치 오너 일가 주식은 ‘은행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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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원어치 오너 일가 주식은 ‘은행 것’?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0.09.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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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96.2%로 최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는 보유 주식 100% 담보
사진=두산그룹
사진=두산그룹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가 금융권 등에 주식을 담보로 잡힌 금액이 1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그룹의 경우 오너일가가 보유 주식의 90% 이상을 담보로 제공, 주식담보 비중이 가장 높았다.

2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의 오너일가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유주식의 17.9%를 금융권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2017년 말 12.3%에서 5.6%p 상승한 것이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가치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 14조8328억원 규모다. 2017년 9조206억원에서 64.4%p 증가한 수치다.

그룹별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으로, 96.2%에 이른다. 2017년 말(90.4%)에 비해 5.8%p 높아졌다. 담보비중이 90%를 넘는 그룹은 두산이 유일했다.

이어 롯데(65.1%), 금호석유화학(61.6%), 한진(55.6%), 유진(55.4%), 현대중공업(51.8%) 등이 50%를 넘었다. 또 SK(48.3%), 한화(47.9%), 한국테크놀로지(46.4%), OCI(39.1%), 효성(38.1%), KG(38.1%), CJ(38.0%), 다우키움(28.1%), 코오롱(27.6%), LG(27.2%), 세아(25.5%), GS(25.1%), DB(21.2%), 셀트리온(17.4%), LS(17.1%), 애경(16.5%), 동국제강(13.1%), 등이 두릿수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대림, 네이버, 넷마블 등 12개 그룹은 오너일가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전무했다. 부영과 중흥건설, 장금상선, IMM인베스트먼트는 그룹 내 상장사가 없었고, 미래에셋과 교보생명, 이랜 등 7곳은 오너일가가 상장 계열사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개인별로는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과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 김동선 전 환화건설 팀장 등 6명이 보유 주식의 100%를 담보로 잡힌 상태다.

담보 비중이 90%를 넘는 오너일가가도 37명이었다. 이 가운데 두산家만 27명에 달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포함됐다.

개인 대출 목적으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대출금 규모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351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몽준 이사장은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게 약 3000억원을 증여한 바 있다.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564억원)과 이재현 CJ그룹 회장(1945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340억원)도 담보 대출액이 100억원 이상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900억원)과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757억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534억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500억원) 순으로 담보 대출금이 많았다.

CEO스코어 측은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는 경영자금 확보와 함께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 등이 주 목적으로 분석된다”면서 “대주주 일가가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거나 심할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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