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이사자리 앉힌 셀트리온 서정진의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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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이사자리 앉힌 셀트리온 서정진의 ‘말 바꾸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4.2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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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헬스케어홀딩스 이사회 의장까지 맡겨
“전문경영인에게”→“소유와 경영 분리가 완벽한 답 아닐지 몰라” 말 바꾸기
서진석 수석부사장(왼쪽)과 서준석 이사.
서진석 수석부사장(왼쪽)과 서준석 이사.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겠다.” (2019년 1월 기자간담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완벽한 답은 아닐지 몰라도 유사한 답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2020년 12월 퇴임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의 교묘한(?) 어법입니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은퇴하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서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퇴임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완벽한 답은 아닐지라도….”라면서 묘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소유와 경영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결국 소유를 하면서 경영도 손 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가 가능한 것입니다. 말의 뜻을 다시 종합해 보면 자신은 물러나지만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겠다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실제로 최근 셀트리온의 행보를 보면 소유와 경영 분리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부사장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이 회사의 사내이사 자리를 맡겼습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서진석 부사장이 비상장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사내이사에 선임되기도 했습니다. 서정진 명예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자리를 장남인 서진석 부사장이 채운 셈입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그룹 내 핵심 사업회사인 셀트리온을 관계사로 두고 있으며, 셀트리온의 최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서진석 부사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도 있습니다.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긴다고 밝혔던 서 명예회장의 계획대로 진행됐으며, 약속을 지킨 부분이네요.

차남인 서준석 이사도 비상장 지주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사내이사도 겸하게 됐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 주주입니다. 서준석 이사 역시도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맡았습니다.

서정진 명예회장.
서정진 명예회장.

문제는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각 지주사의 시내이사에다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서 명예회장의 ‘소유와 경영 분리’ 발언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실정상 이사회 의장이란 자리는 경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지분 승계가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도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이사회에 합류하며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오너 2세 형제경영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서정진→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그리고 서정진→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두갈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주식 95.51%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주식 100%를 보유해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습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자회사 셀트리온 지분 20.03%, 손자회사 지분 54.97%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관계사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4.33%를 보유 중입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등 2개 지주사는 향후 경영 승계와 지배구조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장남 서진적 부사장과 차남 서준석 이사는 아버지인 서정진 명예회장과 달리 셀트리온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서 명예회장은 자신의 지분이 절대적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통해 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셀트리온그룹이 앞으로 2개의 지주사를 통해 지배구조가 완성된다면 경영 승계 작업 또한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2개 지주사로 흩어져 있는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정진 명예회장도 “3사의 합병 시너지는 100%”라며 “종합 제약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합병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도록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9월 합병을 위해 서정진 명예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현물 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셀트리온그룹은 (2개 지주사) 합병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및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적격 합병 요건이 갖춰진 후 곧바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합병을 추진해 2021년 말까지 그룹 지주사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룹 3형제 합병은 2개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통합 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셀트리온그룹이 합병 추진 일정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3사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들의 동의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셀트리온 CI
셀트리온 CI

양대 지주사가 합병하면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입니다. 서정진 명예회장이 통합지주사 지분만 넘겨주면 두 아들은 셀트리온그룹 전체를 계속 지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 당시 “향후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까지 합병할 계획”이라면서 “안정적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 없게 조치를 망설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장남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셀트리온 연구개발(R&D)본부 과장, 생명공학 1연구소장,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현재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을 맡고 있습니다.

차남 서준석 이사는 1987년생으로, 인하대학교에서 박사를 마치고 셀트리온 제품개발본부, 경영지원실을 거쳐 현재는 제조부문 운영지원담당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경제개혁연대는 “두 형제의 경력이나 근속연수에 비춰볼 때 ‘동일인 2세’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30대 중후반인 두 사람이 고속승진을 한 특별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며 “셀트리온그룹도 지금껏 여러 대기업집단에서 후진적 지배구조의 전형으로 꼽혀온 가족간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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