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 오너 3세 남태훈을 대표 자리 앉힌 국제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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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오너 3세 남태훈을 대표 자리 앉힌 국제약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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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경영’ 표방한 남 대표,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징역형
리베이트 제공 위해 대표 결재까지 받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도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이사. /사진=국제약품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이사. /사진=국제약품

수십억원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며 ‘전과자’가 된 오너 3세 남태훈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힌 국제약품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국제약품은 지난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남태훈 대표이사를 재선임했는데요. 문제는 남태훈 대표이사가 지난해 불법 리베이트 건으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전과자 신세에서 대표이사에 재선임됐다는 것입니다.

남 대표는 2017년 취임 당시부터 ‘반부패 경영’을 표방하며 2019년 반부패경영시스템 ISO370001 인증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전과자가 되면서 반부패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습니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017년 국제약품 본사를 압수수색한 결과,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의 의사들에게 총 42억8000만원의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남태훈 대표가 재판을 받았는데요. 지난해 5월 1심 재판결과 남 대표는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국제약품도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남 대표는 항소의 뜻을 밝혔으나 이를 취하하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남 대표는 전과자 신세가 됐는데요. 국제약품은 이런 남태훈 대표를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한 것입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대표가 재선임된 것은 남태훈 대표가 오너 3세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관측입니다. 남태훈 대표이사는 국제약품 창업주인 고 남상옥 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입니다.

남 대표는 2009년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한 후 기획관리부 차장, 영업관리부 부장, 영업관리실 이사대우 등을 거쳐 2017년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1980년 생으로 올해 만 41세이니 37세에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입니다.

남태훈이 대표로 있는 국제약품은 올해에는 리베이트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도 부과 받았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제약품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73개 병‧의원 관계자 80명에게 17억6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과용 항염증액 ‘후메토론플러스 점안액‘ 등 24개 의약품의 처방 유도를 목적으로 현금과 상품권 등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영업활동비 예산 일부를 리베이트 자금으로 조성한 뒤 사전·사후 지원 방식을 병행해 병·의원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 제공을 위해 대표이사 결재까지 받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정위는 국제약품의 이러한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국제약품에 2억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국제약품이 경찰청과 공정위로 잇따라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처벌을 받으면서 남태훈 대표가 내세운 반부패 경영이 헛구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남태훈 대표이사는 홈페이지 메시지에서 “윤리경영을 통해 협력업체와 상생경영을 추구하며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고 신뢰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또한 사내적으로 부패 방지와 공정 거래 문화를 견고하게 정착시키고 국내외 관련 법률을 적극적으로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국제약품은 윤리적 사고와 행동 수준을 한 단계 높임으로써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공동의 발전을 추구하겠다”면서 “회사는 부패행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국제약품은 여기에 더해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부패행위 신고도 받고 있습니다.

남태훈 대표와 국제약품의 이같은 구호는 해외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국제약품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재를 마친 공간 살균 탈취제 ‘메디스틱 플러스’의 해외시장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최근 말레이시아 Evo Healthcare사와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이번 (FDA) 등록을 통해 미국, 영국, 러시아 등 해외시장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기업 윤리를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오너 대표이사가 전과자라는 사실은 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제약품이 이런 리스크를 헤치고 해외 진출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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