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발칵 뒤집은 ‘불가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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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발칵 뒤집은 ‘불가리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4.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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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연구소장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효과”
‘셀프 연구발표’에 판매·주가 띄우려 무리수 비판
질병관리청 “사람 대상 연구 없어 효과 미지수”
남양유업 불가리스/출처=남양유업
남양유업 불가리스/출처=남양유업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효과가 있다는 ‘셀프’ 연구발표에 보건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보건당국이 해당 연구는 실제 인체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연구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완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결과는 각각 한국의과학연구원,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에서 개의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 세포를 통해 도출됐다.

분석 방법은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 평가를 위한 테스트 표준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의료기기용 바이러스 유효성 평가 때 사용하는 방법(Plaque assay)을 사용했다.

박 소장은 “기존 제약과 의학계 중심의 백신·치료제 개발이라는 통념적인 영역을 벗어나,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완제품에서 항바이러스 및 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는 데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 자료.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 자료.

이같은 내용의 남양유업 보도자료가 배포되자 남양유업의 주가는 30분 전에 급등하며 전날보다 8.57%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발표 다음날인 14일에는 장 초반 48만9000원까지 치솟는 등 25% 이상 뛰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보도자료에서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남양유업의 연구 결과 발표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내용이 없어 의문점을 낳았다. 인체에 대한 효능을 명확하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3상의 임상시험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건당국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식약처는 해당 내용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적용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밀어내기 등 각종 물의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이 자사 제품의 판매와 주가를 띄우기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연구 결과 발표자가 남양유업 사람이라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연구 결과 발표자인 박종수 박사는 지난 2월 남양유업이 출범한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다. 박종수 소장은 남양유업 상무로 미등기임원이다. 2010년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20’s true’라는 신제품을 내놓을 당시에는 남양유업의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연희 서울여자대학교 전 한국미생물학회장 교수의 경우 남양유업의 ‘위력’을 개발해 히트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임원이 발표하게 하고 패널까지 남양유업과 관련된 이를 배정하는 등의 무리수를 둔 것은 이해관계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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