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먹잇감이 된 ‘패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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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먹잇감이 된 ‘패션 플랫폼’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4.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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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W컨셉’ 품은 데 이어 카카오도 ‘지그재그’ 인수 추진
롯데·CJ·SK텔레콤도 눈독… “충성고객 확보된 이커머스 확대 전략”
카카오가 인수 추진 중인 지그재그 플랫폼. /사진=지그재그 홈페이지
카카오가 인수 추진 중인 지그재그 플랫폼. /사진=지그재그 홈페이지

젊은 소비층을 팬으로 확보하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던 온라인 거대 패션 플랫폼이 유통 대기업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쿠팡의 미국 상장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유통·IT 대기업들의 전략에 패션테크 기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패션 플랫폼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으로 신세계그룹(SSG.COM)에 이어 카카오, CJ그룹, 롯데그룹, SK텔레콤 등이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신세계가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면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W컨셉 매각 과정에서 롯데그룹, CJ그룹, SK텔레콤, SSG.COM(쓱닷컴) 등이 눈독을 들였으나 최종적으로 신세계그룹의 쓱닷컴 품에 안겼다.

이들은 이커머스 빅딜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든 기업들로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패션테크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패션티크는 확실한 회원기반과 콘텐츠를 갖춘 이커머스로서 대기업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쓱닷컴에 인수된 2008년 10월 설립된 W컨셉은 2030세대들을 중심으로 500만명의 회원수를 확보한 1위 여성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자체 브랜드 ‘프론트로우’ 등도 육성 중이다.

쓱닷컴은 1일 W컨셉을 2650억원에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2017년 거래금액이 600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새 4배가량 몸값이 올랐다.

쓱닷컴은 신세계그룹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해 W컨셉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접목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검토하며 입점 브랜드들과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쓱닷컴 관계자는 “W컨셉 인수로 2030세대가 선호하는 독창적인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패션 라인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백화점 중심의 고급 명품 브랜드 외에도 독보적 패션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시장 내 지위를 높이고 고객과 판매자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여성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품을 계획이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 지분 인수를 두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기존 투자자인 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벤처스의 몫을 포함해 최소 40%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형태는 신설 자회사를 설립해 지그재그를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회사명은 지그재그의 이름을 딴 ‘카카오Z’ 프로젝트가 언급되고 있다.

2015년 출시된 지그재그는 동대문 상품을 기반으로 한 개인 쇼핑몰에 입점시켜 단시간에 급성장 했다. 론칭 첫해에만 2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으며 지난해 거래액은 7500억원에 달한다. 5년 새 4배 가량 뛴 것이다.

지그재그는 현재 4000여곳의 여성 쇼핑몰이 입점해있으며, 인공지능(AI)으로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Z결제’와 ‘개인화 상품 추천 알고리즘’도 AI의 결과물이다. 기업가치 1조원으로 추정되며,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거론된다.

신세계그룹과 카카오에 이어 CJ와 롯데, SK텔레콤도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패션 플랫폼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패션 플랫폼이 관심을 받고 있다. 주목 받는 패션 플랫폼으로 무신사를 포함한 에이블리, 브랜디, 스타일쉐어, 29cm 등이다.

특히 무신사는 현재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등 전체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로서 가장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회원 783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입점 브랜드는 5700여개에 이른다. 연간 거래액은 2016년 199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온라인 패션 플랫폼 최초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네이버와 대항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이 패션 플랫폼 인수전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라며 “이미 충성고객과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된 곳을 기반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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