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하나금융처럼… “배당 자제” 무시할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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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하나금융처럼… “배당 자제” 무시할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1.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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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금융위원회 의결 거쳐 배당 자제 공식 권고… 주요 은행주 하락세 이어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1458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1458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15년 간 지켜온 주주와의 약속이다.”

지난해 7월 23일, 하나금융지주는 2005년 창사 이래 어김없이 ‘중간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년도 1500억원에 이어 1458억원을 지출합니다. 앞서 4월과 6월,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을 이유로 배당 자제 권고를 보란 듯이 무시한 것입니다.

“푸르덴셜 인수와 관련 있어 보인다.”

하나금융지주가 중간배당을 강행한 한 달 뒤, KB국민은행도 동참을 선언합니다. 사상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입니다. 배당금 총액 5985억원은 은행 지분 100%를 가진 KB금융지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돈은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인수하는데 쓰입니다. 배당 자제를 강조한 금융당국으로부터 큰 제재를 받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윤배당’.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을 주식을 가진 이들에게 지분만큼 나눠주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보통 ‘배당’으로 줄여서 부릅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는 어제(27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을 기초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는 생산·환율과 같은 특정 거시경제변수의 급격한 변동을 가정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일지 측정해보는 것입니다.

이번 8개 은행지주회사와 국내 지주회사 소속이 아닌 6개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어떤 경제 상황이든 모든 은행은 ‘최소 의무 자본비율’은 지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자형 장기회복’은 2021년 –5.8%, 2022년 4.6%, 2023년 상반기 5.9%의 성장률을 가정했고 ‘L자형 장기침체’는 2021년 –5.8%에 이어 2022년에도 제로 성장할 것으로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반면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U자형 장기회복에는 모든 은행이 지켰으나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상당수가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자형일 때 2023년 6월말 보통주자본비율은 8.37%로 하락하고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은 각각 9.31, 10.87%까지 떨어졌습니다.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 8.0% ▲기본자본비율 9.5% ▲총자본비율 11.5%였습니다.

금감원 스트레스테스트 분석 체계.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 스트레스테스트 분석 체계. /자료=금융감독원

쉽게 말하면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일부 은행의 금고의 돈이 넉넉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따라서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국내 은행지주와 은행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라고 권고한 것입니다.

다만 이번 권고는 은행지주회사 소속 은행의 지주회사에 대한 배당은 제외되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기업·수출입은행도 권고 대상에서 빠집니다. 권고 기한은 6월까지며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배당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당국이 금융위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정책의 투명성과 객관성, 합리성 등이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번 배당 자제 권고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마당에 고배당으로 주주들을 달래야 하는데 당국의 권고로 고배당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28일 오후 1시44분 기준 주요 금융지주 주가.
28일 오후 1시44분 기준 주요 금융지주 주가.

국내 주요 은행주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 등에 힘입어 이달 중순까지 잠시 반등했지만 현재는 배당락 직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28일) 오후 1시44분 기준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전거래일보다 2.56% 빠진 3만4300원, KB금융(105560)은 3.42% 떨어진 4만95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신한지주(055550)도 각각 2.79, 1.39%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달 중순 주가보다 많게는 10% 이상 빠진 것입니다. 견실한 실적에도 은행주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건 배당을 기대했던 외국인 이탈세가 두드러졌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이 같은 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 소식에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신문들은 ‘은행의 분노’ ‘관치금융’ 등 선정적인 제목들을 쏟아내며 주식 투자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신문 제목처럼 은행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배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을 빼면 은행들의 그간 행태를 비난하는 일색입니다.

“은행들 이자장사해서 역대급으로 돈 벌었네” “서민들 죽어가는데 은행들 역대급으로 이자 장사 했군. 아주 신났네. 이자장사가 최고다. 성과급 역대급으로 받고 좋겠네” “지들성과급 가져가겠지”.

“기사수준 심각하다. 금융지주들 실적악화에도 지들은 배당받아가며 돈파티하고, 고스란히 예금주들만 리스크 떠안을게 뻔하니 배당 막는 거잖냐. 대다수 국민들은 주주가 아니라 예금주란 말이다” “갈라치기가 목적이냐??...배당금으로 줄지 안줄지 어떻게 알고 제목을 저렇게 뽑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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