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 김현미는 목란이 될 것인가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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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김현미는 목란이 될 것인가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0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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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영화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누구든지 하강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면 돌아본다. 그리고 외면한다. 환상이 위력을 발휘하면 편집과 시니피앙 연쇄는 멈추지 않고 모든 이미지의 정점이 진실과 무관하게 재배치되기 때문이다.

<남매의 여름밤>에는 두 쌍의 남매가 나온다. 아빠와 고모, 어린 남매 그들은 연대기적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재개발되는 연립주택 반지하 방을 빠져나와 할아버지의 오래된 옛집으로 들어간 날, 여자 아이는 모기장을 치고 잠이 든다.

이 소녀에게는 잠이 치유와 회복, 성장을 의미하는데, 어느 날 소리에 잠이 깨 1층 계단으로 내려가다 노래에 도취돼 흥겨워하는 할아버지에게 동조해, 몰래 지켜보며 박자를 맞춘다. 이 장면은 경이롭다. 하강을 멈추기 위해서 보통은 도피나 외면을 택하는데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은 혈연과 집에 깃든 정감 때문이리라.

진보 진영의 주택가격 억제정책이 난관에 부딪힌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택에 대한 소구를 욕망이라는 협소한 틀에서 접근해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관습적 거래질서를 무신한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3년간 주택가격 상승에 맞서 전력을 다했겠지만, 여러 비시장적 대처 속에 ‘정의는 시장을 교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현실화했다. 예를 들어,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수요자들을 좀 더 예민하게 만들어 청약경쟁률은 수백대일로 치솟는다.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해당 지역으로 전입하는 세대가 늘다 보니 전셋값은 상승하고 시행사는 마진이 줄어들자 주택 건설을 미루거나 포기한다. 결국 주택공급은 줄어들고 주택수요자는 더욱 민감해진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영화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위와 같은 비시장적 조치들은 장차 저금리 구조가 깨지고 머지않아 완화되거나 사라지겠지만, 그녀는 목란처럼 세 개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첫째, ‘단기보유 양도에 대한 규제’다. 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 시에는 6~42%의 누진 기본세율이 아닌 1년 미만은 50%, 2년 미만은 40%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조정지역의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세대1주택자를 포함하여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에 대한 기대양도차익은 급격히 줄어든다.

둘째,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다. 혼인·동거봉양·상속 등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자를 넘어선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기본 누진세율에 20%를 더해 중과하고 조정지역의 경우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함으로써 기대양도차익에서 보유기간 경과에 대한 혜택을 차감하였다.

마지막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강화’다. 현재의 주택가격은 미래 기대이익의 현재가치라고 볼 수 있는데, 임대차기간을 4년으로 늘리게 되면 할인율을 높이는 효과가 발생해 주택의 현재가치는 낮아진다. 이와 같이, 주택의 가격은 체계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그녀는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그녀가 세웠던 세 가지 핵심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발휘해 일본식 버블붕괴 국면에서도 경기침체 기간을 20~30년이 아니라 10~15년 이내로 단축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를 목란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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