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의 유아인과 바이든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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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의 유아인과 바이든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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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도 없이'의 한 장면.
영화 '소리도 없이'의 한 장면.

 

아득한 막장, 그 아래에서는 항상 무언가 터지곤 했다. 아쉬움과 설레임의 한숨, 체념과 상심의 탄식, 그리고 희망의 환호성. 현재 택배나 이삿짐센터, 그 외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며 차량 1대만 힘겹게 보유한 지입차주는 1970~80년대 탄광촌 광부와 같다. 열악한 근무환경, 즉각적인 대체가능성 아래에 놓여 있다.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있다.

첫째, 수수료비용 인하. 운임수입의 상당부분을 운송 주선인에게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운송사업자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택시처럼 일정한 진입장벽을 설치하고 자격증의 임대를 실질적으로 제한하여야 한다.

둘째, 단결권 보장. 지입회사와 지입차주는 사실상 고용관계임에도 형식적으로는 사업자대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단결권의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노동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개인택시조합처럼 사업자 협의체의 가입을 강제화해 지입회사와 교섭하게 해야 한다.

셋째, 신체훼손 가능성의 완화. 택배기사 등의 육체에 직접 가해지는 짐의 하중은 그들의 신체를 지속적으로 타격할 것이 명백하므로, 웨어러블 로봇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근본적으로 하중을 덜어줄 기술적 대책이 필요하다. 보조금은 이런 데 쓰는 것이다.

흔히 그렇듯이 유아인에게 감정을 이입한다면, <소리도 없이>는 스트레스 증폭기가 되고 만다. 그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여자 아이의 입장에서 영화를 지켜봐야 한다. 기대는 실현되고 환상 가로지르기의 영화적 쾌감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

여자아이에게 유아인은 남동생을 편애하는 부모보다는 다루기 쉬웠을 터이고 자기 집이 아닌 학교로 유아인을 유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지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운동장 멀리서 손을 흔드는 부모에게 머리 숙여 인사한다. 그녀는 이제 ‘타인의 마음’이라는 정글을 눈치 보지 않고 헤쳐 나갈 것이다.

이글을 쓰고 있을 때쯤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바이든이 되어도 트럼프처럼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바이든은 <소리도 없이>의 유아인과 같다.

엿가락처럼 늘어질 남·북·미·중·러·일 6자회담을 복원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바이든을 설득해 종전선언을 기민하게 이끌어 내는 것. 바이든에게는 이것 이상 기대하면 안 된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클린턴처럼 북한을 최소한 미국과 중국의 중립지대로 만드는 전략적 목표의 비교우위를 이해시키는 것, 바이든한테는 오직 이만큼만 바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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