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 야성과 AI 사이에서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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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 야성과 AI 사이에서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2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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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려 차바퀴가 젤리처럼 미끄러지던 날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가 올림픽대로에 굴러간다.

인성이 사회에 길들여져 흔히 폭력에 응해서만

자포자기 하 듯이 야성을 드러내게 되었지만,

인성과 야성의 변증법적 관계 역시

죽음을 향한 의지가 삶에 대한 최종적인 긍정이듯이

들국화1집의 건전가요처럼 익숙하다.

-오래 전 <더 그레이>를 보고

영화 '더그레이' 스틸컷.
영화 '더그레이' 스틸컷.

리암 니슨 일행이 비행기 추락 이후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총과 같은 도구의 힘이다. 무장 해제되고 맨몸으로 늑대무리의 사냥감이 되어 농락당하는 모습은 문명의 기초요소가 결국 인간의 몸에 체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한다.

늑대무리의 우두머리와 일대일 대결을 앞두고 주먹 사이에 깨진 병조각을 고정하는 리암 니슨의 눈빛에서는 서릿발 같은 야성이 조화롭다.

도구를 이성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때, 고유한 의미의 인간성을 유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도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AI 이전에도 주류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는 합리적 인간을 전제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죄수의 딜레마’는 자기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합리적 인간임을 가정한다. 박애와 동정심 없는 합리성은 자기 파괴적이다.

전신·텔레비전·인터넷·스마트폰처럼 AI는 또 한번 인간을 오만하게 만들겠지만, 인간에게 내재한 야성을 폭발시키는 시장의 다양성은 코로나 이후의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또 다시 재편하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효율성은 논외로 하고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이 상품의 생산과 물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빅데이터를 손에 쥔 AI는 소비에 최대한으로 민감해진 시장질서를 만들 것이고 우리는 코로나시대에도 두려움 없이 야성을 촉발시켜 좀 더 개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벌써 석달 가까이 영화관에 가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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