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윌 비 블러드’, 욕망은 지치지 않는다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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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 윌 비 블러드’, 욕망은 지치지 않는다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03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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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스틸컷.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스틸컷.

20세기적 성장은 21세기의 새로운 신앙인 소비를 향한 욕망을 추동력으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자연성장률 혹은 잠재성장률에 도달할 것이고 잠재성장률은 인구증가율, 기업의 투자증가, 기업 청산절차의 신속화 등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추세는 일본이 겪었던 길고 긴 불황의 최종답안이었다. 90년대 후반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하지 않았다면 우리 또한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타격을 좀 더 빠르게 경험했겠지만, 여성노동력의 국민생산에 대한 기여도가 확대되어 온 20여년 동안 경제활동 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었다.

더구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임 여성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선택에 현실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인구절벽은 문 밖에 바싹 다가왔다. 가임 여성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선호가 새로운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적어도 1세대(2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 직장 내 혹은 직장 간 탁아시설의 실질적인 확충, 일반 사기업에서 출산 후 복직 등 경력의 연속성 보장, 자녀세액공제 및 자녀장려금으로 일원화한 보육비의 적극적 지원 등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집행하여야 한다.

노후한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마스터플랜이고 이에 따라 대기업의 중복투자를 조정하기 위한 교통정리, 벤처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환경적 요소의 축소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대기수요를 떠올리면 직접적인 금리인하보다는 기업의 요구수익률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방향에서 정책수단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기업의 유보금에 대한 소극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배당정책에 대한 자율성을 확대하고 유보금을 통한 신규투자의 세액공제 폭을 사실상 법인세인하 효과만큼 확대하여야 한다.

신성장 산업에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벽을 허물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2가지로 분류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에 대한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선행된 이후로 금리인하가 미루어진다면,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는 금리인하가 반영된 만큼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기업의 오너가 독차지한다는 오래된 선입견을 불식하기 위해서 기업의 청산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폐업한 기업의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 이상으로 파편화하지 않고 노키아 사례처럼 창의적으로 재편되도록 해야 한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인식이 퍼져야만 기업의 성장과 쇠락이 불교나 성리학적 가치체계로 수렴되고 기업가에 대한 사마천식 신화(재산이 10배쯤 많으면 손가락질하며 욕하지만, 백배·천배·만배가 되면 결국 스스로 그의 노비가 된다)도 극복할 수 있다.

왕조시대 종교의 기능이 대부분 신분제를 합리화하는데 할애되어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약탈과 살육을 덮어버리고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산업화 과정과 궤를 같이한 한국 기독교의 성장은 농촌의 공동체 문화를 대체한 도시의 아파트와 70~80년대 낮은 데로 임하였던 양심적인 성직자에 기대고 있지만, 이제는 그 내리막길에 서 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라스트 모히칸> <순수의 시대> <갱스 오브 뉴욕>에 이어 <데어 윌 비 블러드>까지 미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궁극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욕망의 피로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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