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 내 대신 갚아주고… 서민금융 ‘햇살론’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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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못 내 대신 갚아주고… 서민금융 ‘햇살론’의 그늘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0.10.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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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햇살론17’ 대위변제율 급등… 취급은행 ‘묻지마 대출’도 한몫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급실적 1조원을 돌파한 서민금융상품 ‘햇살론17’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보증기관에서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의 비율이 출시 1년 만에 빠르게 상승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햇살론17 취급은행의 부실대출과 함께 코로나19 영향으로 연체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6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시된 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은 올해 9월말 기준 3.4%까지 상승했다. 지난 3월 0.2% 수준이었으나, 6월 1.3%로 늘어난 뒤 최근 3개월 새 2.1%p 상승한 것이다. 햇살론17은 고금리 대출이 불가피한 근로자·영세자영업자·프리랜서·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100% 보증을 제공하여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상품이다.

서민금융진흥원 보증 현황(대위변제율은 월말기준 누적). /자료=홍성국 의원실(서민금융진흥원 제공)
서민금융진흥원 보증 현황(대위변제율은 월말기준 누적). /자료=홍성국 의원실(서민금융진흥원 제공)

대위변제율은 전체 대출 중 대출을 실행한 기관(은행 등)이 보증을 제공한 기관에 요청한 대위변제액의 비율로 은행의 연체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출시 1년 만에 총 보증금액 1조원을 넘어선 햇살론17의 경우 4회차까지 연체가 지속되면 은행이 대위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햇살론17이 연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아 대부업 등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이 불가피한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 가계대출에 비해 경기침체에 취약하다. 여기에 은행의 ‘노 리스크(no-risk)’ 구조가 부실한 대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은행들은 서민금융진흥원의 100% 보증을 바탕으로 햇살론17을 취급한다. 게다가 대출금리(연 17.9%) 가운데 4.5%를 자기수익으로 가져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든든한’ 보증비율과 수익구조가 ‘묻지마 대출’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은행조차도 “연체가 나도 (서민금융진흥원의 돈줄인) 국민행복기금이 손해이고 은행이 입는 손해는 없다”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있다.

/자료=각 은행
/자료=각 은행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실행된 햇살론17은 11만2700여건에 7625억원이다. 여기에 협약은행(15곳)과 서민금융진흥원 자체 공급실적을 더하면 전체 대출 실행액은 1조원을 넘어선다. 5대 은행 기준 공급대상을 보면 신용 6등급 이하 차주의 비중이 88.5, 7등급 이하로는 67.7%를 차지했다.

이들 은행들의 햇살론17 연체율 평균은 8% 초반이고 일부 은행은 10%가 넘는다. 새희망홀씨 등 은행이 취급하는 다른 정책형 서민대출의 연체율(4~6%)을 웃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부터 햇살론17의 원금 상환을 최장 1년까지 유예했다. 연체율과 함께 가파르게 오르는 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꾸짖고 있다.

“코로나 여파가 아니라 그냥 막 퍼주니까 먹튀가 받아서 그렇다. 개인회생 직전 즐겨움을 만끽하기 위해 받는 대출. 받자마자 다음 달부터 이자 안내는 X들 수두룩함” “정부 돈 안 갚아도 되쥬??” “햇살론은 개뿔 파산론이겠지. 대출자 중에 이 취지에 맞는 사람이 10%는 될까? 난 아니라고 보는데?” “여기도 혈세 걷어 뿌리는 곳인가?”.

햇살론17 지원대상 및 지원내용. /자료=서민금융진흥원
햇살론17 지원대상 및 지원내용. /자료=서민금융진흥원

대출 이자율과 함께 까다로운 조건 등 고칠 점도 쏟아내고 있다.

“저신용자도 대출은 쉽게 할 수 있는 상품인데 이자가 너무 비싸니까 의도와 방향성이 어긋나는 거지;; 700 빌리면 이자가 17만원 정도 되는 건데 쉽게 대출해도 결국 장기적으로 망하는 상품임” “대출이 많다고 거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민들 위한 대출이라면서 이자는 많고 정말 필요할 때 도와주는 서민대출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려할 수준이 아니겠네. 17.9프로는 카드론보다 높은 이자인데 그 이자받아먹음 충당하겠네. 그걸 저신용자가 감당하겠니. 은행들도 어이없어도 정부가 하라니깐 했겠지. 7.9프로도 아니고 17.9. 갚지 말라는 거 아님?” “이자가 대부업이랑 맞먹으려 하는데 어찌 그게 서민 대출이냐? 그렇다고 한도가 많은 것도 아니고 쯧쯧”.

“은행을 통해서 저신용자를 흡수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서민금융진흥원의 말처럼 햇살론17은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이 유일한 자금원이던 저신용자들을 끌어들인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신용·부채관리 컨설팅 서비스’ 수준의 사후 관리로는 서민금융의 젖줄인 국민행복기금의 고갈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홍성국 의원은 “사회의 일각에서는 저금리를 틈타 주택과 주식 매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누군가는 금리 17.9%에 빌린 1400만원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취약계층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혈세로 그늘진 국민의 햇살이 되는 서민금융상품의 세심한 관리도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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