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정의선의 남자, 이용배의 ‘결혼식 동원령’
상태바
[마포나루] 정의선의 남자, 이용배의 ‘결혼식 동원령’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5.26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로템 CI
현대로템 CI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의 남자로 불리는 현대로템 이용배 대표이사가 동원령(?)으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본인의 장남 결혼식에 직원을 동원했다는 것 때문인데요. 현대로템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이용배 사장은 수렁에 빠진 현대로템을 구하라는 정의선 부회장의 특명(?)을 받고 지난해 말 현대차투자증권 사장에서 현대로템 사장으로 전격 선임됐습니다. 이용배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경영관리실장 등 재무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으로 알려졌죠. 그래서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현대로템의 구원투수로 전격 발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 발탁된 인사라 주목받았습니다.

이용배 사장은 그의 명성에 걸맞게 올해 1분기 실적을 전년에 비해 상당히 끌어 올려놨습니다.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13.6%, 영업이익은 무려 1018.3% 늘었습니다. 하지만 분기 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문제는 이용배 사장이 자식의 결혼식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는데요. 사건은 지난 2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의 장남 이영택씨의 결혼식에서 벌어졌습니다.

현대로템 직원의 제보 내용에 따르면 이날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받는 일에 총무팀 직원 4명이 동원됐고, 재경팀과 인사팀 직원들은 화환 정리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회사 사장을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 자발적으로 이같은 일을 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동원된 현대로템 직원들은 일방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총무팀을 중심으로 이용배 사장 아들의 결혼식을 도우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행사 도우미로 참석한 직원들은 주말 결혼식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참석해 행사를 도왔답니다.

일부 직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이 오히려 직원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사장 아들 결혼식에 직원들을 사적으로 동원한 것은 갑질 중에서도 매우 위험한 갑질”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현대로템 측은 “결혼 사실을 안 직원 일부가 스스로 참석한 것이고 참석에 대한 어떤 강제적 조치나 지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제보 내용을 보면 동원된 직원 숫자까지 구체적이어서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날 결혼식에는 동원된 직원 말고도 현대로템 주요 간부를 비롯해 비서팀, 팀장급 간부 그리고 관계사 임원들도 상당수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휴일에 쉬지도 못하지만 아마도 상사의 눈치가 보였을 것입니다.

대기업 사장 정도라면 급여도 상당할 텐데, 별도로 아르바이트를 쓰지 왜 그랬을까요? '내가 대기업 사장인데…'라며 직원들이 나와서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소위 ‘과시욕’ 때문이었을까요?

현대차그룹은 1980년대의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는 전근대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직도 이런 문화를 가진 기업, 그것도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 기업의 계열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상상 그 이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