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건희 관련 재판 가운데 주가조작을 했다는 부분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단순하게 계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무죄 근거는 주가조작에 김건희 계좌를 이용한 점은 인정하지만, 직접 공모를 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자본시장의 생리와 공정성에 대한 사법시스템의 이해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검의 항소로 2심 판단을 다시 지켜봐야 하지만, 자본시장에 30여년 몸담았던 필자도 1심 결론은 상당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1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에관한법률> 위반 사건에 관한 거의 같은 구조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필자는 다시 한번 사법부의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의심스러워졌다. 해당 사건은 과거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사장과 스몰캡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벌어진 것으로 선행매매라는 사기적 부정 거래와 미공개 조사분석 자료 사전 이용을 위법으로 판단한 검찰의 기소에서 출발한다.
대법원 판결문의 검찰 기소 관련 내용을 요악하면 자료 2와 같다. 2016년 3월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사장으로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이 취임한다. 취임 다음 해인 2017년 2월쯤 이 사장은 당시 하나금투의 스몰캡(시장가치가 아직 작고 시장이 저평가하는 종목) 담당 팀장을 집무실로 불러 공표 전에 추천 종목을 비서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7년간 스몰캡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였던 스몰캡 팀장이 추천종목을 공표하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전 하나금투 사장은 2년여 동안 1억39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했다. 이러한 행위는 해당 애널리스트의 장모 계좌에도 이어졌다.
대법원은 애널리스트가 사기적 부정 거래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나머지 혐의는 공모했다는 범죄 증명이 없다고 무죄를 확정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해당 애널리스트는 고등법원에서 유죄 사실과 양형을 다시 해야 하고 하나금투 사장은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법원은 시종일관 이진국 사장이 회사에 등록한 계좌로 부정 거래를 할 가능성이 낮고, 애널리스트와 수익배분 등 공모계획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필자는 공교롭게 이 사건 양 당사자의 비서실장과 투자분석부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증권회사에서 약 30년 근무한 경험에 따르면 이진국 사장이 애널리스트에게 추천 종목을 요청하고 그 정보로 주식 투자를 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증권회사는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직원 사이에 정보 교류를 금기로 여기며 극도로 조심한다. 이를 ‘차이니즈월’이라고 하고 자본시장법에 근거한다. 처음 필자는 해당 사건 내용을 듣고 경악했다. 증권인의 기본적인 신뢰를 망가뜨리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 하나금투 사장은 과거 투자분석실 과장도 했고, 증권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놀라움은 더 크다.
사법부가 내린 이번 사건의 결론은 이득을 취한 사장은 무죄이고, 을의 입장에서 사장에게 이득을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처한 애널리스트는 유죄였다. 사장은 인사권을 통해 언제든지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입장이고, 대부분 계약직인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둘러대거나 완곡한 사장의 요청이라도 대항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긴 인생을 생각하면 사건 애널리스트는 이런 부당한 요청은 거부했어야 했다. 이번 판례는 앞으로 증권회사 사장은 애널리스트에게 정보를 받아 회사 등록계좌로 비서를 통해 당당하게 선행매매할 때 내부 적발되더라도 끝까지 소송하면 무죄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부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다. 필자는 유죄를 받은 애널리스트를 두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요즈음 자본시장 판결이 사회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의 이익을 취한 측에 아주 관대한 경향을 확인하는 것같아 씁쓸하다.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이득은 제로섬 게임이다. 시장에서 하나의 부당 이득이 발생하면 상대방에는 결국 다수 금융소비자의 이득 감소 또는 손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면 강한 처벌이 따른다. 이재명정부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가운데, 극히 자본시장에서 일부 이익 취득에 광분하는 자들 보호에 손을 들어 준 이번 대법원 판례는 그 파급효과가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고심인 대법원이 손을 들어준 이진국 전 사장을 축하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