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라”도 못 외치는데 AI가 대체? 애널리스트 시대는 13년 전에 끝났다 [조수연 만평]
상태바
“팔아라”도 못 외치는데 AI가 대체? 애널리스트 시대는 13년 전에 끝났다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6.03.11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기금·기관 보유 종목 ‘매도’ 의견은 언감생심, 증권사 경영진이 던져주는 미끼 차지하려 ‘탐욕’ 추구한 결과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대한민국 주식시장 대표 지수 코스피가 올해 1월 27일 이재명 대통령 공약 목표인 5000포인트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6000포인트마저 돌파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4월 2284포인트 저점에서 지금까지 그야말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처럼 주가 지수가 새로운 역사적 기록을 세우고 있을 무렵인 지난달 12일, 자본시장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인 자본시장연구원(KCMI)에서 의미 있는 이슈 보고서를 출간했다. KCMI는 연구원 개인 의견이라 했지만, 200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방대한 양의 종목보고서를 통해 투자자에게 유의미한 투자 성과를 주었는지 분석한 내용이었다.

분석은 계량적인 방법론을 동원해서 분석 과정을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보고서의 분석 결과만 알아도 충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그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즉, 보고서의 결론은 한마디로 과거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애널리스트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산의 정상 가격을 분석해 투자자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적정 가격에 시장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종목 담당 애널리스트는 해당 주식의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를 보고서에 제시해 투자자의 의사 결정을 돕는다. 그런데 KCMI 보고서에 주식시장에서 중요 전문가인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 애널리스트 가운데 애널리스트의 역할 무용론이 전면 등장했다.

자료 1. /출처=KCMI 자본시장포커스 “애널리스트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
자료 1. /출처=KCMI 자본시장포커스 “애널리스트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

보고서 결론에 따르면, 보통 애널리스트 종목보고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적극 매수(overweight), 매수(buy), 보유(hold), 매도(sell)의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로 추정한 예상 수익률을 각각 제시 당시 수준과 이후 변화 정도별로 그룹화하여 성과(초과수익률)를 측정할 때, 2013년 이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청색, 적색 존 표시)한 성과가 있었다. 반면 2013년 이후에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거나 초과수익률을 관찰할 수 없었다.

자료 2. /출처=KCMI 자본시장포커스 “애널리스트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
자료 2. /출처=KCMI 자본시장포커스 “애널리스트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

이러한 애널리스트의 능력 저하 원인은 무엇일까? <자료 2>에서 2013년 전후 투자 의견 구성을 보면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이후에는 ‘적극 매수’와 ‘매수’ 의견이 전체 보고서의 약 70%를 차지했다. 매수 의견이 이전보다 급격하게 증가하며 보고서의 대부분 비중을 점유했다. 주식시장에 매도 보고서가 귀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또한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 기준 예상 수익률로 구성한 각 포트폴리오의 최고 최하 수준 사이 격차가 크게 줄어 들었다. 이로써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변별력’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증권회사에서 리서치센터와 브로커리지 업무를 모두 경험한 필자가 보기에 애널리스트가 이 지경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증권회사의 단기적인 이익 추구 경영에 있다는 생각이다. 증권회사의 주 수익원은 위탁매매 수수료인데, 이 수익을 손쉽게 증가하기 위해 증권회사는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등의 서비스에 리서치센터 기능을 집중해 왔다. 애널리스트는 연기금과 기관투자자가 투자해 보유한 종목은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렵고, 또한 투자자로부터 거래 수수료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수를 촉진하는 보고서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애널리스트의 연봉과 재계약 등 인사 평가가 회사의 수익 기여도에 연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으로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증권 산업도 많은 직업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위협도 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오래전부터 애널리스트 업계는 무너졌다. 애널리스트들이 스스로 장기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증권회사 경영진이 던져주는 미끼를 차지하려는 ‘탐욕’을 추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자승자박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