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강세장마다 엄청난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들이 매번 등장한다. 그들이야말로 '주도주'라는 이름을 달고 온갖 투자자들로부터 지나치리만큼 과도한 사랑을 받는다. 그로부터 필연적으로 거품이 발생하고, 결국 언젠가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온갖 매력들이 시시해 보이는 시기가 결국 찾아온다. 그제야 사람들은 주도주에 과몰입한 나머지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치르고 주식을 사들인 자신을 탓하기 시작한다. 주도주가 언제쯤 등장해서 얼마만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주도주의 지위를 유지하는지는 매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결코 정형화할 수 없다. 다만,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강세장의 강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증시에서 기록적인 강세장은 대략 다섯 차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시기별 코스피 지수와 시가총액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시가총액은 2007년 10월 고점 대비 약 3.4배나 불어났지만,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2배 정도에 그친다. 증시에 신규로 상장되는 종목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과거 네 차례의 강세장과 대비해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강세장의 강도가 유난히 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소위 주도주들이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군에서 집중적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현재 시가총액 톱10을 구성하는 종목만 살펴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쉽게 확인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과 이번 두 달 동안에 엄청난 기세로 폭등했고,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코스피 상승률을 압도할 만큼 급등세를 보인 대표적인 종목들이다. 이들 시가총액 톱10 종목의 시총 합계는 1559조원에 이르는데, 코스닥을 포함한 대한민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 3837조원의 40.6%를 차지한다. 이들 종목이 2007년 10월에만 하더라도 181조원에 불과했으며,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15.9%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이번 상승장에서 이들 종목이 얼마만큼 폭발적인 시세 상승을 보였는지 넉넉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 30일 기준으로 시총 톱10을 구성하는 종목들이 과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가총액을 형성했는지를 시계열로 분석해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얼마만큼 급격하게 불어났는지 보다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한편, 2000년 이후 강세장의 최고점마다 시총 톱10에 해당하는 종목을 제각각 합산해 보면, 비록 종목 구성은 다를지라도 주도주에 대한 집중도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번을 포함한 총 여섯 번의 강세장 시기별 톱10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최근에 가까울수록 점차 확대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이 비중 역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현재 진행 중인 강세장에서 톱10 종목에 대한 시가총액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된다.
강세장이 도래할 때마다 피크 국면에서의 시총 톱10 종목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한민국 증시를 떠받치는 두 축이니만큼 2018년 이후로는 늘 시가총액 1, 2위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참고로 SK하이닉스는 2011년에는 톱10 바로 아래인 11위였고, 2007년 10월엔 시가총액 순위가 22위에 불과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강세장이 언제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짐작하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으나, 과거 그 어떤 강세장 국면과 비교해 보다라도 급격한 지각 변동이 진행 중인 건 틀림없다.
2021년 7월에 시총 톱10을 구성한 종목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플랫폼 기업들(카카오, NAVER)이 시가총액 순위 3위와 4위를 차지했던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영향이 시가총액 순위에 엄청난 변동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특정 섹터에 속한 종목들이 얼마만큼 광적인 투기 열풍에 휩쓸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2018년 1월의 강세장 시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이 골고루 시총 톱10에 포진한 모습이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화학업종 대표주들이 수출 경기 호황 덕분에 골고루 좋은 실적을 기록하던 시기였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2011년 5월에 주가가 피크를 기록하던 당시에는 소위 '차화정'으로 불리는 자동차, 석유화학, 정유업종 대표주들에 열광하던 시기였다. 당시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40%를 넘나들 정도였으니, 차화정에 대한 열기가 얼마만큼 뜨거웠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차화정 주식에 대한 투자 열기는 빠르게 달아오른 만큼 빠른 속도로 식고 말았다.
2007년 10월에만 하더라도 시총 톱10 종목 합계는 319조원에 불과했고, 대한민국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8.0%에 불과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아주 다양한 종목군에서 광범위한 시세 부침이 있었던 탓에 오늘날과 같은 초대형주 폭등 현상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 경기 호황 덕분에 철강과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유난히 강한 분위기도 있었다. POSCO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69.1%에 이르는 사실만 봐도 그런 분위기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시장은 언제나 '침소봉대'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강세장이 열기를 더할 때마다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았음을 감안하면 현재의 뜨거운 인기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변덕스러운 시장 분위기를 빗대 Mr. Market 개념으로 설명한 인물이 바로 워런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이었다. 그가 1934년에 쓴 <증권분석>에 담긴 다음 구절은 투자자들이 늘 염두에 둘 만한 가치가 있다.
“지금 추락한 것들은 언젠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지금 황금기를 구가하는 것들은 언젠가 추락할 것이다.” -로마 시인 호레이스의 <아르스 포에티카(Ars Poetica)>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