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허영인 회장 배임 수사 때 접근, 수사정보 빼낸 혐의
작업장에서 잇단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SPC그룹이 이번엔 CEO가 노조 탈퇴 강요에 이어 뇌물 공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13일 황재복 SPC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부당 노동행위가 이뤄진 경위와 그룹 차원의 관여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자회사 PB파트너즈가 민주노총 소속 제빵 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한 고강도 조사였다. 최근엔 SPC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황 대표는 PB파트너즈 대표도 지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1일 검찰은 황 대표가 지난해 허영인 회장의 배임혐의 수사와 관련, 검찰 수사관에게 뇌물을 건네고 수사정보를 빼내려 한 정황을 포착해 별도의 건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건은 검찰이 SPC의 노조 탈퇴 강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모 임원의 휴대폰에서 단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에게 금품을 건네고 수사 정보를 받을 때마다 황 대표에게 보고했던 대화 등 당시 정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나 집행 계획 등 민감한 수사정보가 그대로 허 회장 측에 전달된 것이다.
허영인 SPC 회장은 지난해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거래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허 회장이 2012년 신설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SPC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하던 밀다원 주식을 주당 255원에 모두 SPC삼립에 양도할 것을 지시해 양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밀다원 주식 취득가인 주당 3038원과 2011년 평가액 등을 반영해 주당 1595원으로 평가했지만, 이를 주당 255원으로 책정해 넘기게 함으로써 파리크라상과 샤니에 179억여원의 손해를 입히고 SPC삼립엔 부당이득을 보게 했다고 봤다. 또 허 회장 일가가 매년 8억원 가량의 증여세를 회피, 74억여원의 세금을 안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허 회장을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황 대표가 수사 정보를 얻기 위해 검찰 수사관에게 접근해 뇌물을 건넨 정황이 이번에 포착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관실로 넘겨진 이번 사건으로 SPC그룹 본사와 황 대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11일 이미 한차례 진행됐다.
업계에선 앞으로 있을 황 대표에 대한 별도의 소환조사에 주목하고 있다. 황 대표가 증여세와 관련 주식 헐값 거래 혐의를 받는 당사자도 아니면서 수사 정보를 빼내려 수사관에게 뇌물을 건넨 것에 대한 의문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윗선 개입 여부 등에 따라 SPC그룹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상습 재해 사업장으로 이미지가 깎일대로 깎인 SPC그룹이 부당노동행위와 뇌물공여 의혹 등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