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포스트모던 사이클’이 닥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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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포스트모던 사이클’이 닥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6.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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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세계 경제의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등장한 1979년 여름 이후 세계 경제는 장기(secular)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가 40년가량 지속해왔다. 이러한 3저 기조가 깨지는 파열음이 깊은 진앙에서 점차 강해지는 것을, 2022년 상반기 선진국 중앙은행을 비롯한 각국 경제전문가가 확인하면서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문화 사조 변화를 응용하여 지난 5월 세계 경제의 질적 추세변화를 예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해서 눈길을 끈다. 보고서의 제목은 <장기적 추세변화를 특징 짓는 포스트모던 사이클>(The Postmodern Cycle. Positioning for secular change)이다. 문화·사상 사조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경제·금융계에서는 생소한 표현인데, 용어의 세부적 내용 확인보다는 직전의 트렌드와 구별되는 특별한 변화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세계적인 정보망을 가진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경제 트렌드 분석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일반 투자자에게 공포에 가까운 변동을 보이는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지키고, 기업이 중요한 투자 결정을 할 때 환율, 금리 등을 지배하는 트렌드 변화는 미래 자산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3년 이상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트렌드 변화는 투자자가 한 번 거스르면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을 발생할 수 있다. 2022년 복잡다단한 시기에 제시한 골드만삭스의 트렌드 변화 제안은 세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어 정리하고 해설하는 시간을 갖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00년 이후 2022년 현재까지를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 가지 구간으로 구분한다. 1980년 이전 기간은 ‘전통적 투자 사이클’(Traditional Investment cycle)로 구분한다. 이 기간은 경제의 성장과 침체,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등락이 반복하던 구간이다. 이때는 투자자가 주식 시장의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배당을 요구했던 시기다. 다음 1980년대와 2020년 이전까지는 ‘모던 사이클’(Modern cycle)로 구분한다. 전형적으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존재하던 이 시기는 물가, 금리, 위험 보상(premium)이 장기간 하락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하고 규제 완화를 수반한 공급 측면의 혁신, 자본 자유화와 자본시장 성장, 그리고 세계무역의 탄탄한 성장이 이 기간의 특징이었던 이 시기는 바로 ‘세계화’(globalization) 시기였다. 2020년 이후는 40년 만에 처음 겪은 고물가가 도래한 시기로 이에 따른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포스트모던 사이클’(Post Modern cycle) 시기이다. 중심이 되는 경제 트렌드의 변화로 투자 결정 방법도 이전과는 바뀌어야 한다.

이제 과거가 될 모던 사이클은 시장이 반복적으로 정책 개입에 반응하는 기간이고, 이 기간 투자자는 성장이 약화할 때 부양책을 기대하도록 길들여졌다. 이 시기 저금리가 투자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주식 시장은 거시경제 트렌드를 반영해 성장(growth)과 가치(value)의 선택으로 이분법적인 투자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팬데믹이 지나면서 새로운 요인들이 결합하며 전혀 다른 새로운 투자와 기회 스타일을 암시하는 새로운 경제 사이클, 포스트모던 사이클이 형성될 것이다. 전통적 경제 요인인 고물가와 높은 정부 지출이 ESG, 탈탄소화 정책과 같은 새로운 이슈와 새롭게 연계하는 포스트모던 사이클은 성장과 가치라는 요인에 의한 이분법적 결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포스트모던 사이클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팬데믹 이후 지연된 수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공급 쇼크로 인플레이션이 진행할 것이다. 둘째 고물가는 긴축 통화 정책으로 고금리가 트렌드가 될 것이며, 금융시장은 명목과 실질 가치 모두 고수익률(high yield)을 경험할 것이다.

셋째는 지난 20년은 노동과 에너지가 저렴하고 풍부했으나 앞으로는 비싸지고 제한적인 자원이 될 것이다.

넷째 과거 탈규제와 금융 자유화, 자유 방임적 정부, 감세와 GDP 중 기업이익 비중 증가가 모던 사이클의 중요한 특징이었으나 규제와 GDP 중 정부 지출 비중이 증가하는 큰 정부, 증세, 기업이윤의 GDP 비중 감소가 포스트모던 사이클의 특징이 될 것이다.

다섯째 포스트모던 사이클은 ‘지경학’(geoeconomics)이 지배한다. 1980년 이후를 흔히 세계화(globalization)로 시대적 성격 매김을 한다. 값싸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995년 인도와 2001년 중국 WTO 가입 등을 포함하는 지정학(geopolitics) 완화가 과거 세계화를 촉진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는 지정학적 긴장과 자국에 유리하게 하며 덜 노동 집약적인 생산과 기술이 초래하는 지역화(regionalization)가 세계화를 역행하는 추세다.

여섯째는 자본적 지출이 증가하는 세계의 도래다. 2000년 이래 명목 GDP가 하향하는 가운데 매출 대비 기업의 자본적 지출, 즉 기업 투자가 하락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포스트모던 사이클에서는 반전할 전망이다. 안보와 ESG 관점에서 공급망을 조정하려는 필요가, 국방과 탈탄소화와 함께 지출을 가중하며 자본 지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끝으로 과거 경제 사이클에서는 저성장을 살리려는 기록적인 저금리로 ‘성장’ 관점 투자 전략이 유리했으나, 포스트모던 사이클에서는 수익 및 이익의 안정성(stabili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주목받을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모던 사이클은 기존 투자 환경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말 것이다. 첫째, 고금리가 밸류에이션을 약화하며 투자수익률도 악화한다. 과거 시장 위험 기준 수익, 베타(β)보다 초과 이익(α)을 추구하는 장기적 상승장(bull market)보다, 모던 사이클 금융시장은 실물자산으로 투자범위가 확장하고 기대 수익률은 낮게 폭이 넓어질(Fat & Flat)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성장과 가치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부적절해지고 시장은 팩터(factor : 투자 요인 분류)와 섹터(sector : 세부 산업 분류)의 다양한 조합으로 움직일 것이다. 셋째 투자자 우선순위가 국방, 재생 에너지, 공급망 지역화, 불평등 감소에 대한 지출로 옮아가며 자본 지출이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보고서는 또 포스트모던 투자 환경에는 지역과 섹터에 무관하게 혁신(innovate), 파괴(disrupt), 촉진(enable)과 수용(adapt)을 할 수 있고, 수익 활동이 지속 가능하며 배당을 성장시키는 한편, 희귀하고 비싼 자원인 에너지와 노동에 대한 해법을 찾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결국 포스트모던 사이클에는 투자자에게 구체적 기회를 제시하는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다섯 가지의 트렌드와 테마가 존재한다. 첫째는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자율이 음에서 양으로 변화다. 둘째는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변화, 셋째는 노동과 에너지가 싸고 풍부한 상황에서 희소하고 비싼 상황으로 변화이며, 넷째는 자본 지출 증가와 많은 부채를 가진 큰 정부의 개입이다. 끝으로 성장에서 수익의 희소성으로 경제 트렌드의 변화다. 세계 최고의 분석력, 자금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골드만삭스의 트렌드 제안은 금융소비자가 반드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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