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에 묻은 ‘오만원권’… 여윳돈 굴릴 데가 없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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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에 묻은 ‘오만원권’… 여윳돈 굴릴 데가 없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1.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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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7~9월 석 달 동안 소득이 늘어 굴릴 수 있는 가계부문의 여윳돈이 1년 전보다 5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7~9월 석 달 동안 소득이 늘어 굴릴 수 있는 가계부문의 여윳돈이 1년 전보다 5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오만원권 현금 4500만원이 든 항아리가 사라졌다.”

어제(6일) 공영방송(KBS) 뉴스를 보던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70대 노모가 집을 비운 사이 청소업체를 부른 딸의 사연입니다. 딸이 “모든 걸 다 치워달라”고 부탁한 폐기물 가운데는 어머니가 숨겨둔 돈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매립지로 버려지기 직전 항아리는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시청자 반응은 이랬습니다. “오만원권 안 보이는 이유가 있었네”.

‘자금순환’. 일정 기간 경제주체들이 벌어들인 소득이 소비와 투자에 얼마나 쓰이고, 나머지가 어떠한 형태로 금융시장에 흘러 들어가 누구에게 공급됐는지를 나타내는 네 글자입니다. 자금순환은 다시 생산·투자·소비 등 ‘실물’거래에 따라 이뤄지는 순환,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금융’거래로 인한 순환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7일 한국은행이 전날 내놓은 <2021년 3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35조원으로 1년 사이에 5조1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순자금운용’은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윳돈입니다. 예금이나 보험·연금·펀드·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운용 금액에서,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조달 금액을 뺀 수치입니다.

가계가 현재 굴리고 있는 돈인 자금운용 규모는 8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저축성 예금 규모는 늘고, 주식은 증가세가 둔화했다. /자료=한국은행
가계가 현재 굴리고 있는 돈인 자금운용 규모는 8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저축성 예금 규모는 늘고, 주식은 증가세가 둔화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7~9월 석 달 동안 소득이 늘어 굴릴 수 있는 여윳돈이 5조1000억원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 방중권 팀장은 이에 대해 “3분기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계 소득은 증가한 반면, 소비는 크게 늘지 않은 영향이 크다”라며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주택투자도 둔화하면서 가계의 순자금운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소득은 35조원으로 2분기보다 5조2000억원 증가했습니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주택매매거래 개인순취득 물량은 ‘-1000호’로, 직전분기(2000호) 대비 감소로 바뀌었습니다. 집집이 소득은 늘었으나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계가 현재 굴리고 있는 돈인 자금운용 규모는 8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저축성 예금 규모는 늘고, 주식은 증가세가 둔화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른 영향으로, 전체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 비중은 지난해 2분기 40.5%에서 3분기 40.7%로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21.6%에서 21.0%로 조금 줄었습니다.

방중권 한은 팀장은 이에 대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장기 저축성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자산 리밸런싱이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3분기 국내 부문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6조1000억원 줄었다.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경2605조1000억원으로 석 달 새 473조2000억원 증가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3분기 국내 부문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6조1000억원 줄었다.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경2605조1000억원으로 석 달 새 473조2000억원 증가했다. /자료=한국은행

가계의 3분기 자금조달액은 49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1000억원 줄었습니다. 금융기관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자금조달 규모가 축소된 영향입니다. 정부 부문의 순자금 조달액은 같은 기간 10조6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5조2000억원 줄었습니다. 2차 추가경정예산 등의 영향으로 자금운용보다 자금조달이 더 많이 늘면서 순자금운용이 축소됐습니다.

비금융법인기업(일반기업)은 순자금조달 규모가 23조4000억원으로 1년 전(16조1000억원)보다 늘었습니다. 경기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기업소득은 양호했지만, 투자가 늘면서 순조달 규모가 늘었다고 방 팀장은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은 32조8000억원으로 1년 전(17조2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국내 부문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6조1000억원 줄었습니다.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경2605조1000억원으로 석 달 새 473조2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비중은 전분기보다 0.6%포인트 하락했고, 채권은 같았습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은 2.19배로 전분기(2.22배)보다 소폭 하락했습니다.

자금순환 동향과 관련,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근거로 부동산 규제를 든 데 대해 누리꾼들은 투기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사진=뉴스웰DB
자금순환 동향과 관련,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근거로 부동산 규제를 든 데 대해 누리꾼들은 투기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사진=뉴스웰DB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가계 여유자금이 늘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며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구조를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근거로 부동산 규제를 든 데에는 투기를 조장한다고 지적합니다. 예금이 늘고 주식이 줄었다는 부분을 놓고서는 나름의 투자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으로 가계소득이 늘었다는 기사 내용은 먼 X소리야” “여윳돈? 참 기가 막히다. 부동산과 관련 없는 대출규제 등 서민생활 옥죄여놓고 돈 몇푼 던져주면 다냐. 저러고 세금은 더 올리고. 어찌 하는 짓들이 저 모양인지” “그거 풀고 가계소득 증가를 운운하는 거냐? ? 그럼 지금껏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었는지도 좀 (알려줘). 최상위권의 독식 잔치더냐??” “체감은 정반대야 XXX 정부야~” “ㅠ 돈 많은 인간은 이리 많다는 거네” “어느 나라 얘기인가?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얘기는 아닌 듯” “기자야~ 딴 세상에서 왔니? 여윳돈 증가?” “여윳돈 있음 좋겠다. 상위 1프로가 다냐” “모래시계형 경제구조가 되어가는 중”.

“순자산 기준으로 해야 하고 자산이야 어차피 평가액이니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지요. 딱 기사가 또 투기 펌프질하는 기사네. 부채가 낮게 보이게 하고 투기 조장하는 것” “투자의 대상이 집이 되어서는 안 됨” “투기꾼들 더 조져야 함. 근로소득 의욕 너무 현타” “자산이 형성되어 있어도 근로소득이 있어야~ 생활비가 됩니다. 근로소득으로 예비투자금까지 모으시려면 생활비가 빠듯하나 자산이 형성되면 근로소득의 대부분이 생활비로 쓰이므로 조금은 넉넉한 삶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금 적금은 안전자산이다.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몰빵하지 말고 안전자산에 최소 50%는 넣어 놔라” “열심히 일하며 저축” “누가 보면 예금이자 쏠쏠해서 저축 늘어난 줄. 투자처 찾을 때까지 예치해놓은 것뿐, 요즘같이 불확실한 시대에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대기업 배 불리고 소액주주 재산 강탈하는 물적 분할이 허용되는 한 한국에 우량주식은 없다” “좋은 소식이네, 이제 조금씩 주식을 담아야겠다” “이제 오르겠네” “동학개미들 주식에서 돈 다 빼라. 이 나라 주식은 재미없다. 외인하고 X관들만 하라 해라” “자기 돈 없으면 투자하지 마라. 얼마나 벌겠다고 아등바등”.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줄어들면서 오만원권 등 지폐 수명이 길게는 넉 달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줄어들면서 오만원권 등 지폐 수명이 길게는 넉 달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한편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줄어들면서 오만원권 등 지폐 수명이 길게는 넉 달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의 <2021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에 따르면, 오만원권 유통 수명은 178개월로 1년 사이에 4개월 늘었습니다. 또 같은 기간 만원권(131개월)은 1개월, 오천원권(63개월)은 3개월, 천원권(61개월)은 1개월씩 수명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폐의 유통수명은 다른 나라보다 저액면(천원권)과 중간액면(만원권)은 길고, 고액면(오만원권)은 짧은 편이다.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 지폐의 유통수명은 다른 나라보다 저액면(천원권)과 중간액면(만원권)은 길고, 고액면(오만원권)은 짧은 편이다.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 지폐의 유통수명은 다른 나라보다 저액면(천원권)과 중간액면(만원권)은 길고, 고액면(오만원권)은 짧은 편입니다. 미국의 경우 1달러 유통수명은 79개월, 20달러는 94개월, 100달러는 275개월입니다. 원화나 달러화나 고액권은 꼭꼭 숨어서 생명을 연장하는가 봅니다. 다가오는 설날, 세뱃돈은 얼마짜리로 생각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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