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원 뚫은’ 환율, 제2의 IMF 올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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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원 뚫은’ 환율, 제2의 IMF 올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1.06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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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외환보유액이 줄고 환율이 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외환보유액이 줄고 환율이 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지난달에만 8억달러 가까이 줄어들었다.”

어제(5일)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줄어든 <2021년 12월말 외환보유액>을 발표하자 누리꾼들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먼저 원/달러 환율이 2000원대까지 치솟으며 넋을 잃었던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떠올리는 쪽입니다. 반면 1년 전보다 200억달러나 늘었다며 지나친 걱정이라는 쪽도 대댓글로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

‘환율상승’. 외국 화폐에 대한 자국 통화의 교환 비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1달러에 1000원이던 원화의 교환 비율이 1200원으로 변하면 환율이 200원 상승했다고 말합니다. 새해부터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외환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주식시장 등락과 반비례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투자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마저 돌파하며 1201.0원에 마감했습니다.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12일 1200.4원 이후, 종가 기준으로는 2020년 7월 24일(1201.50원)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원화 가치의 하락 기조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이 뚫리면서 외화 유출 우려도 커졌습니다.

이처럼 환율이 뛰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에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탓입니다. 연준은 전날(현지 시간)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에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준 누리집 영상 갈무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에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준 누리집 영상 갈무리

연준은 그러면서 현재 8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원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국내 물가 상승으로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때를 돌아보면, 환율과 증시는 반대로 갑니다.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이날도 양 시장은 동반 하락했습니다.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33.44포인트(1.13%) 내린 2920.53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은 29.32포인트(2.90%) 빠지며 980.30에 마감하며 1000선마저 내줬습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거라고 내다봅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환율 상단을 125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강달러 압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가세했습니다. 다만 김 연구원은 “달러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수급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믿음도 있어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시장 동향을 보다 면밀히,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의 쏠림이나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경우에는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환율 급등 소식에 누리꾼들은 기준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환율 급등 소식에 누리꾼들은 기준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추가 환율상승을 내다보며 저마다 경제위기감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대비하지 못한 이들을 나무라기도 합니다. 아울러 빨리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환율상승과 거꾸로 가는 증시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기관의 매도에 따라 움직인다며 평소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과연 1월까지만 오를까? 이제 시작인데” “조만간 경제위기가 온다고 확신한다. 빚더미가 단군 이래 최악인데 필연이라 생각된다” “미국 금리 인상도 있지만 그것보다 무역수지 증가율이 줄어든데다 통화스와프 같은 안전장치도 미리 안 챙긴 정부 대처가 미흡해서 그럼. GDP 외환보유량도 부족하다고 전문가들 경고했는데 정부, 가계 부채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이러다 크게 한 방 맞고 나락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임. 안일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많은데 각자도생해야 할 듯”.

“작년부터 올해 1200원 중반 찍을 거란 얘기 많았다. 한낮 유튜버들만큼도 예측을 못하냐. ㅉㅉ 한국 기준금리도 1.75~2프로 예상했었고. 나 또한 거기에 베팅했기에 1070원 근방이던 20년 여름부터 달러 사두고 미장으로 자산 옮기기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어머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어케?’라고 호들갑 떨면 어쩌긴 어째. 고환율에 쳐맞는 수밖에 없지” “지금 당장 (기준금리) 1% 올려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데 미친 것들이 돈에 환장해서 이지경이 난 것이다. 모든 물가가 난리임” “3월부터 미 금리 인상. 우리는 하기 싫어도 금리 인상해야 함. 부동산엔 최악”.

“한국증시는 ‘환율=외국인’ or ‘1월 효과’ 이런 상식적이고 경험적인 것 아무 상관 없고, 그냥 기관이 파는 대로 간다. 제도를 뜯어고쳐야 할 적폐 1순위가 기관이다” “기업실적이고 나발이고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국장. 개관들 장난질 때문에 오늘부로 국장 떠난다” “파티는 끝났고. 선수들은 지난 11월에 다 빠지고 쭉정이 호구들만 시장에 남아 기관, 외인들에게 가두리 당함. 지금은 싸게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현금을 소진하기보단 부채 줄이고 얼마 안 되는 현금이라도 꼭 쥐고 있어야 살길임. 서서히 Cash is King의 시대가 옴”.

환율상승 수혜주 6일 종가.
환율상승 수혜주 6일 종가.

한편 환율상승 수혜주로는 수출기업들이 대부분 거론됩니다. 먼저 현대차(005380)입니다. 미국에 완성용 자동차를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익률이 덩달아 늘어납니다. 같은 이유로 기아(000270)도 수혜 종목에 포함됩니다. 이들 자동차 수출기업과 함께 조선 업종도 환율이 오르면 긍정적입니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와 대우조선해양(042660)입니다.

이들 종목과 함께 OEM(주문자 위탁 생산) 방식으로 옷가지를 수출하는 기업들도 환율상승의 수혜를 봅니다. 영원무역(111770), 태평양물산(007980), 신원(009270), 신성통상(005390), 한세실업(105630), 휠라홀딩스(081660)가 해당됩니다. 이밖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로 복제 의약품을 판매하는 셀트리온(068270)도 대표적인 환율 관련 테마주입니다.

미국의 공식 화폐인 달러 지폐들. 미국을 세운 인물(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과 역대 유명 대통령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윗줄 왼쪽부터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려진 5달러, 토머스 제퍼슨의 2달러, 벤저민 프랭클린의 100달러, 알렉산더 해밀턴의 10달러, 앤드루 잭슨의 20달러짜리 지폐다. 아래 펼쳐진 지폐는 조지 워싱턴이 그려진 1달러짜리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공식 화폐인 달러 지폐들. 미국을 세운 인물(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과 역대 유명 대통령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윗줄 왼쪽부터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려진 5달러, 토머스 제퍼슨의 2달러, 벤저민 프랭클린의 100달러, 알렉산더 해밀턴의 10달러, 앤드루 잭슨의 20달러짜리 지폐다. 아래 펼쳐진 지폐는 조지 워싱턴이 그려진 1달러짜리다. /사진=픽사베이

‘달러’라는 이름은 1518년, 체코 동쪽인 보헤미아의 한 마을을 다스리는 백작이 은으로 된 동전을 만들라고 명령하면서 탄생했습니다. 맨 처음 은화는 마을 이름을 따서 요아힘스탈러, 줄여서 ‘탈러’(thaler)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던 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여러 나라의 화폐 이름, ‘달러’(dollar)로 바뀐 것입니다. 잡으려면 더욱 멀리 달아나는 것이 달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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