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회사 고의로 은폐”… 하이트진로 박문덕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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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회사 고의로 은폐”… 하이트진로 박문덕 운명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15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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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사촌·손자 회사까지 계열사 편입 누락 혐의… 사각지대서 내부거래 통해 사익편취
처벌 수위 경감 방안 계획 수립했으나 무산… 언론 보도와 공정위 지적받고 나서야 시정
양도받은 농지 임차 주고 임대료 받아 농지법 위반 소지까지… 지가 상승분은 박 회장 몫
아들 박태영은 일감몰아주기로 집행유예, 박 회장은 자료 누락 혐의로 검찰행… 결과 주목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승계작업이 한창인 하이트진로의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입니다.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박문덕 회장 아들인 박태영 사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데 이어 이번에는 박 회장 자신이 고발을 당한 것인데요.

박태영 사장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상황에서 박 회장에게는 어떤 형벌이 가해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박 사장은 공정위 제재에 반발해 스스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얻은 형벌이지만, 박문덕 회장의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을 당한 케이스여서 더욱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이트진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박 회장이 검찰에 고발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정위에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입니다. 자료누락으로 인해 공정위가 수사기관에 고발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여기에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알고도 숨기려 했다는 것입니다.

공정위 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하이트진로는 공정위를 속여 친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이들의 주머니를 채워줬습니다. 하이트진로가 공정위에 보고 자료를 누락해 일감을 몰아준 친족 회사는 연암(혈족 3촌), 송정(3촌), 대우화학(4촌), 대우패키지(5촌), 대우컴바인(6촌) 등 5개사인데요. 이들 5개사는 모두 7명의 박문덕 회장 친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입니다.

이 가운데 연암과 송정은 박 회장의 조카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들인데요. 바로 박 회장의 친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의 두 아들입니다. 연암과 송정을 계열사에서 누락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문덕 회장은 친형을 밀어내고 고 박경복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 받았습니다. 때문에 형의 아들들이 가진 회사까지 계열사로 편입하기에는 부담을 느꼈던 것입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 같은 내용으로 공정위에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생각은 다릅니다. 고의적으로 계열사 편입을 누락했다는 것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문덕 회장은 2013년 2월 연암·송정이 계열회사로 미편입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2019년 공정위로부터 지적을 받기 전까지 계속해 이들 회사를 누락한 지정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특히 박 회장은 처벌수위 감경 유도를 위해 연암·송정의 친족독립경영 여건을 조성한 후 편입신고하는 대응방안을 계획했으나, 2014년 6월 계열 누락을 자진 시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후 박문덕 회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본 뒤 이 계획을 중단시켰다고 합니다. 연암과 송정은 하이트진로에 제품 상표인 라벨을 제공해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등 3개사는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 아들·손자 등의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들 3개사는 박문덕 회장의 고종사촌 이상진씨와 그 아들 이동준씨, 손자 이은호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이들 회사가 하이트진로 측과 올린 내부거래 비중은 2018년 기준 대우화학 55.4%, 대우패키지 51.8%, 대우컴바인 99.7%입니다.

이렇게 매출을 올린 이들 3사는 2018년까지 하이트진로 계열사에서 누락되면서 일감몰아주기 사각지대에 놓인 것입니다.

특히 페트병 제조업체 대우컴바인은 이은호씨가 지분 70%를 가진 최대주주인데요. 이은호씨는 2008년생으로, 회사가 설립된 2016년 당시 여덟살에 불과했습니다. 편법적 승계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도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은 똑같이 페트병을 만드는데, 대우패키지는 (매년) 거래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대우컴바인은 계속 증가해 부가 편법적으로 승계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대우컴바인은 설립 직후인 2016년 4월 하이트진로음료와 거래 계약을 맺었는데요. 하이트진로음료가 거래 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에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하이트진로음료는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에 자사 사업장 부지를 빌려주기도 했는데, 이는 2006년 이후 15년간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유)평안농산법인도 지정자료를 누락해 적발됐는데요. 이 회사는 주주와 임원이 계열회사 직원들로 구성된 회사로, 진로소주에 농지를 양도한 바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토지는 2016년 11월 산업시설용지 등으로 전용됐습니다. 문제는 대기업집단은 농산법인 형태로만 농지를 가질 수 있고 이 경우에도 직접 자경해야 하는데, 해당 토지는 임차를 주고 임대료를 받아 농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것입니다.

진로소주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100% 자회사이고, 박문덕 회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8.95%를 갖고 있어 지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도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농지가 산업단지로 전용되며 지가가 상승해 결과적으로는 동일인(박문덕 회장) 측에 이득 29% 정도가 귀속되는 형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친족 누락을 통해 친족이 보유한 미편입 계열사는 외부 감시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로 사익을 편취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트진로 측은 “검찰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료 누락으로 인한 공정위의 이례적 검찰 고발에 박문덕 회장이 어떤 형벌을 받을지 이목이 쏠립니다. 테라로 맥주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하이트진로가 이번 사건으로 사업에 급브레이크가 걸릴지도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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