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로 번 돈보다 더 많이 싹쓸이한 ‘AB인베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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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로 번 돈보다 더 많이 싹쓸이한 ‘AB인베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2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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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넘는 고배당으로 7년간 1조5540억원 챙겨… 인수금액 4분의 1 회수
3년간 1조 투자한다고 해놓고 2년째 1200억원 투입, 사회공헌은 ‘나 몰라라’
업계 유일 가격 인상으로 유흥업자들에겐 피눈물, 하청노동자들은 부당 해고
배하준 오비맥주 사장. /사진=오비맥주
배하준 오비맥주 사장.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OB맥주)가 매년 질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국부유출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순이익보다도 많은 금액이 배당금 형식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테라’를 앞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하이트진로에 대항하기 위한 기술투자보다는 우선 주머니부터 챙기려는 속셈으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비맥주는 벨기에 국적의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배당금을 모조리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벨기에 배만 불려주는 꼴입니다. 반면 사회공헌은 매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까지 한국시장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배당금 4000억원을 AB인베브에 지급했는데요. 이는 순이익을 넘어서는 금액입니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43억원입니다. 순이익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을 배당한 것입니다.

이 같이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한 것은 지난해뿐만이 아닙니다. 2019년에도 당기순이익은 2743억원을 올렸으나 배당금은 4390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순이익보다 1647억원이 더 많은 금액을 배당금이란 명목으로 벨기에로 빼돌린 것입니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2014년과 2016년, 2017년을 제외하고 총 네번 배당금을 지급했는데요. 모두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당기순이익 2537억원이었으나 배당금은 3700억원이었고, 2018년에는 당기순이익이 3272억원인 반면 배당금은 3450억원이 지출됐습니다.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3272억원)보다 많은 3450억원을 배당할 예정이었으나, 고배당 논란이 일자 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가져간 배당금만 1조5540억원입니다. 인수금액 58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6조1700억원) 대비 25%를 7년 만에 챙긴 것입니다. 2018년 유상감자로 회수해 간 3480억원을 더하면 1조9020억원으로, 인수금액 대비 31%에 이릅니다.

오비맥주가 이처럼 한도를 넘어선 배당잔치를 벌이는 데에는 모기업인 AB인베브의 악화된 자금사정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세계 맥주시장 1위 AB인베브가 2016년 세계 2위 맥주기업인 사브밀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가 2019년 기준 124조원(1060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지난해 10조원(90억 달러)을 상환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아직 93조원(827억 달러)이나 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비맥주의 보유현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19년 349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057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습니다.

오비맥주의 보유 현금 감소 요인으로는 실적부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1조3529억원, 영업이익 2944억원, 당기순이익 1599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대비 각각 12.32%, 28.00%, 41.70% 감소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면서 맥주업계가 호황을 이뤘음에도 오비맥주는 이런 호재를 맛보지 못한 것인데요.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오비맥주의 시장을 좀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맥주 매출액이 11.4% 늘어난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가 오비맥주의 제품 가격 인상에 항의해 4월 2일 서울시 강남구 오비맥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가 오비맥주의 제품 가격 인상에 항의해 4월 2일 서울시 강남구 오비맥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여기에는 테라의 돌풍도 있지만 오비맥주가 근로자를 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비맥주에 불어 닥친 불매운동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6월 경인직매장 노동자들이 노조를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는데요. 이로 인해 불매운동이 퍼졌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18명의 직원들은 오비맥주 경인직매장에서 최장 25년 동안 지게차기사, 트럭운전사 등으로 일을 해온 하청노동자들이었습니다.

국내 맥주업계에서 유일하게 가격을 올린 것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오비맥주는 올해 1월 카스 330㎖ 병 출고가를 845.97원에서 857.47원으로 11.5원 인상했고, 카프리 330㎖ 병 출고가는 1106.08원에서 1121.12원으로 15.04원 올렸습니다.

오비맥주는 세금 인상분을 반영한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반발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330㎖ 병은 일반 음심점이 아닌 유흥업소에서 취급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유흥업자들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일선 유흥업소에는 가격 인상에 반대해 서울 강남 오비맥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카스 및 카프리의 불매 운동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은 “1인 시위를 지속하면서 전국 지회장들과 상의해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열고 오비맥주 불매운동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비맥주는 한국시장에서 번 돈으로 고배당을 통해 모기업 배는 두둑이 불려주고 있지만 한국시장 투자에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보고서에 사회공헌 척도로 읽혀지는 기부금은 항목조차 없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의문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B인베브가 최근 2년간 투자한 금액은 1200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아직 올해 1년이란 기간이 남아 있지만 과연 약속이 지켜질지 불투명합니다.

AB인베브가 한국시장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본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2012년부터 지켜온 맥주시장 1위가 뒤엎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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