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외상 되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빚쟁이 양산”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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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외상 되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빚쟁이 양산”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27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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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사진=픽사베이
결제. /사진=픽사베이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쇼핑몰 '알리바바'에서 판매 중인 선불식 전기요금 미터기.
쇼핑몰 '알리바바'에서 판매 중인 선불식 전기요금 미터기.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2018년 3월, 중국 산시성 서안의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은 하룻밤 공부를 땡땡이쳤습니다. 갑자기 나가버린 전기가 아침까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발견한 기숙사 공지에는 영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We will charge electricity for each room’. 우리나라와 달리 ‘외상’을 믿지 않는 중국은 전기료도 미리 셈을 치르는 ‘선불식’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성추행 팀장에게 1억 넘는 퇴직금도 줬다.”

2015년 9월 21일, 한국석유공사의 징계조치 요구서가 국회의원에게 전달됩니다. 서류에는 공사가 미성년 직원을 1년2개월여 상습 추행한 3급 팀장을 파면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공사는 팀장을 조사한 2개월 동안, 임금 1300만원과 별도로 1억2500만원을 지급합니다. 파면하면서 억대 넘는 퇴직금을 건넨 공사의 해명입니다. “근로기준법상 ‘후불식’ 임금이다”.

‘후불결제’. 물건 따위를 먼저 받거나 일을 모두 마친 뒤에 꾼 돈을 갚아 거래관계를 끝맺음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대금결제업자들에 30만원 수준의 소액 후불결제 기능이 허용되고 선불수단 1회 충전 한도도 최대 500만원으로 상향됩니다. 또한 수조원에 달하는 선불충전금(고객자금) 적립 등을 통해 이용자 보호 체계도 마련했습니다.

지급결제 시장 발전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지급결제 시장 발전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어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종합혁신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간편결제 업체에 후불결제 기능을 허용한 것입니다. 충전금이 20만원 남은 상태에서 50만원짜리 물건을 샀다면, 충전금이 먼저 빠져나가고 30만원 외상이 가능한 것입니다.

간편결제 업체의 충전 한도는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시행 시기는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 등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급여 이체, 카드대금 및 보험료 납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도 신설했습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해당 플랫폼을 통해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고객 보호를 위한 전자금융업자의 책임도 강화합니다. 앞으로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은 고객 충전금 100%를 은행 등 외부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대금결제업만 하는 경우에는 50% 이상을 예치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분기 중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디지털 지급거래청산' 제도화 체계. /자료=금융위원회
'디지털 지급거래청산' 제도화 체계.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특히 ‘어린 빚쟁이’가 많이 늘어날 것을 걱정합니다.

“온 국민을 빚쟁이로 만들려고 하네요. 수입도 없는 학생들이 신나서 쓰고 신용불량자 되겠어요” “30년 넘게 살아보니 물건 살 때 바로 지불하는 게 제일 깔끔하고 좋더라. 비싼 가전이야 가끔 무이자 이용해도” “아이들이 사용하게 되면 빚이 빚을 키우는데 걱정이네요” “돈이 없으면 사지마라.. 빚내서 사라고 조종하는 거다” “저거 다 빚이다...없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을 빚의 나락으로 끌고 가는 것뿐이다” “사실상 신용카드 사업 허가한 거나 마찬가지네. 이건 아니지” “전국민 신용불량자화 정책” “과소비는 망국의 지름길입니다”.

아주 친절하게 ‘하지 말 것’을 정리한 글이 눈에 띕니다.

“이것은 조심하라. 1.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 2.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3. 장래에 발행가액(發行價額) 또는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再買入)할 것을 약정하고 사채(社債)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4.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보전(補塡)하여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주시경과 1910년대 나온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 원고인 ‘말모이’. /사진=한글학회
주시경과 1910년대 나온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 원고인 ‘말모이’. /사진=한글학회

한국은행은 어제 유경준 의원에게 제출한 ‘주택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 전망’에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망 자료는 근거로 “대출이 더 쉬워진 영향에 더해 신도시 공급주택에 청약 대기가 증가하는 영향으로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세 수요”를 제시했습니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선불’ 개념인 전셋값 인상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이런 기사 때문에 일반인들 멘붕 오고 투기꾼들 미친 듯이 날뛰는 거 안보이냐”. 오늘 한 영화배우가 빌딩을 팔아 35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긴 사실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세상이 시끌버끌합니다. 오늘은 보따리에 늘 좋은 말과 글만 담아 가르침을 주던 주시경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06주기입니다.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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