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과 은마·잠실5단지 ‘50층’… “청와대·국회 이전 찬성”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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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과 은마·잠실5단지 ‘50층’… “청와대·국회 이전 찬성”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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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사박물관에 있는 바벨탑 그림.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뢰헬의 작품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사박물관에 있는 바벨탑 그림.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뢰헬의 작품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억울하면 서울에서 살지 누가 지방에서 살라고 등 떠밀었냐?”

구약성서 창세기의 ‘바벨탑’은 탐욕의 다른 이름입니다. 21세기 부동산 공화국에서는 덧붙여 약탈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심지어 교수들까지 ‘전쟁 같은 삶과 서울 초집중화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착각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강준만은 <바벨탑 공화국>에서 이렇게 반박하면 게임 끝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럼 네가 지방에서 살아봐”.

‘서울플랜’. 서울시가 2014년 선보인 시민참여형 도시기본계획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서울시는 주택·공원·교통·산업·환경·문화·복지 등 부문별 계획을 통합한 도시기본계획을, 1990년 이후 ‘2030서울플랜’까지 네차례에 걸쳐 수립했습니다. 2030서울플랜에 따라 층고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해온 서울시가 이른바 ‘35층룰’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계 최고층 아파트 뉴욕 센트럴파크타워(작은 사진)와 국내 최고층 아파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진=엘시티, 픽사베이
세계 최고층 아파트 뉴욕 센트럴파크타워(작은 사진)와 국내 최고층 아파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진=엘시티, 픽사베이

오늘(22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주택 공급대책에서 제외되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민간이 아닌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이 시행사로 참여하는 재건축 아파트의 층고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현재 주거지역 층고제한은 35층이며, 서울시 기준 용적률은 250% 이하로 묶여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재건축 이익 환수 장치가 마련된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용적률과 층고제한 완화는 검토해 볼만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이 규제가 풀리면 50층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가 3년간 진척이 없는 잠실주공5단지나 대치동 은마 등이 첫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시장 과열 우려 등으로 건축 심의 단계인 잠실주공5단지는 35층룰 해제를 위해 임대주택을 일정비율 공급키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건축은 재개발과 달리 임대주택 공급 의무는 없지만 50층으로 올릴 경우 준주거 1415가구 중 281가구(19.85%)를 임대주택으로 짓기로 한 것입니다. 서울시 의지만 있으면 ‘50층’은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법정 도시계획인 2030서울플랜에 따라 층고제한을 적용해온 서울시는 올해 연말까지 ‘2040서울플랜’을 다시 짤 계획입니다. 따라서 35층룰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2016년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 설계안에 대해 퇴짜를 맞은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50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가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지 체계와 용도지역별 높이 기준. /자료=서울시
서울 중심지 체계와 용도지역별 높이 기준. /자료=서울시

이처럼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거래량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정책의 부작용으로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이른바 ‘공황구매(패닉바잉)’가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오늘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거래량은 62만878건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도 13만8578건의 매매가 이뤄져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입니다.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연간 거래량도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상반기 주택 매매거래 33만9503건으로 수도권이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138.4%나 증가했습니다. 지난달에만 7만5534건의 매매가 이뤄졌습니다.

전월세 거래량도 상반기와 지난달 거래량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전월세 거래량은 112만6261건으로 지난해보다 13.4% 늘었습니다. 지난달 거래량은 18만7784건으로 1년 새 35.0% 증가했습니다. 다만 전월세 거래량은 현재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지 않은 만큼 확정일자를 받은 일부 전월세 계약에 대해 집계가 이뤄졌습니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은마·잠실5단지 재건축 50층 가능성’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름의 허가 조건들을 내놓습니다.

“용적율 증가에 따른 초과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면 된다” “단지내 임대와 장기전세..기부채납 제대로 받고 허가 내주시면 될 듯. 물론 명품 단지를 위해 반대하겠지만” “100층으로 올려주고 개발이익 전부 환수하는 것이 좋음” “50층이 머야. 70층으로 올려라. 용적률 1000%로 올리고 250 용적률에서 상승된 750% 용적률은 공공분양하면 된다. 1000세대 분양하고 250세대는 조합원들이 가져가고 750세대는 공공분양 임대분양하면 다 해결된다” “정부가 재건축에 지분을 갖고 들어가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서 50층이든 100층이든 허가해주고 그중에 10층이나 20층 정도는 임대아파트로 서민에게 임대하는 거지. 나 같은 천재를 정책실장으로 삼을 생각 없는가?” “원순씨가 막고 있던 게 하나둘 다 풀리려고 하네”.

‘주택 매매 역대 최고치’ 소식에는 묻지마 구매를 조심하라고 당부합니다.

“선량한 실수요자들 패닉바잉하다간 부동산투기꾼(기레기+건설업자)에게 재산 갖다 바치는 꼴 됩니다. 끝물에 넘기려는 악질적인 투기꾼 담합에 놀아나지 마세요. 이자들은 당신의 재산을 노리는 도적놈들입니다” “요늠의 찌라시들이 난리지...공급확대하라고 연일 난리치더니 3기신도시, 유휴부지, 태릉골프장 등등 공급대책 내놓으니 교통이 어떠니, 입지가 어떠니 시비 걸고... 막말로 서울시내 교통 좋은 데가 어디 있냐? 오로지 이들의 주장은 2가지. 첫 번째 양도세완화...(내 투기이익 내놓으쇼) 이걸 퇴로라 하드만.. 둘째 재개발, 재건축완화....공급확대 몇가구 되지도 않는구만..결국 투기판 만들어 한번 더 해먹을려고... 부동산 전문가라는 것들, 토건찌라시, 무기족, 미통당.....아주 일관되게 주장하는 거지...” “패닉바잉으로 영끌해서 산 사람들은 앞으로 3~4년 뒤 어떻게 될까? 계속 아파트값은 올라서 재산증식에 성공할까 아니면 보합 또는 하락해서 재산가치가 떨어지고 비싼 이자 물면서 버티게 될까? 궁금하구만 ㅋ”.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얼미터가 어제(21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9%가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했습니다. 이전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4.3%였고, 잘 모른다고 답한 사람들도 11.8%에 달했습니다.

지역별 찬성률은 광주·전라 68.8, 대전·세종·충청 66.1, 부산·울산·경남 59.6, 경기·인천 53.0%였고 서울과 대구·경북은 찬반 의견이 팽팽했습니다. 연령대별 찬성률은 20대 66.6, 30대 60.4, 40대 58.8, 50대 50.1, 60대 39.8, 70세 이상 42.4%였습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입니다.

바벨(Babel)은 이스라엘 공용어의 모태인 히브리어로 ‘바빌론’ 지역을 일컫는 고유명사이자 ‘혼돈’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당시 현지어인 아카드어 ‘bab(문)’와 ‘illim(el·신)’의 합성어라고도 합니다. 인간이 신의 문을 여는 순간, 그곳은 어지러운 딴 세상입니다. 하늘에 닿기 위한 바벨탑이 아닌, 사람에 닿기 위한 바벨탑을 쌓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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