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지키는 ‘태권브이’… “3번 단추를 눌러라” [사자경제]
상태바
동학개미 지키는 ‘태권브이’… “3번 단추를 눌러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24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청기 감독이 로봇 태권 V를 주제로 그린 엉뚱 산수화 ‘성 안 사람들’. /사진=경상북도
김청기 감독이 로봇 태권 V를 주제로 그린 엉뚱 산수화 ‘성 안 사람들’. /사진=경상북도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2018년 7월 31일, 법원은 “로보트 태권브이는 마징가 제트를 모방했다”라고 주장하는 이에게 패소 판결을 내립니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일제 짝퉁’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겁니다. 오늘(7월 24일)은 한전도 깜짝 놀랄 파워 895만kW를 자랑하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마흔네번째 생일입니다.

1989년 국민주로 발행된 한국전력 실물증권.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증권박물관
1989년 국민주로 발행된 한국전력 실물증권.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증권박물관

“주가지수 하락에 국민주가 큰 영향력”.

1990년 5월 6일, 경제 속보로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올라옵니다. 해당 연도 들어서 5월 1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191.27포인트 떨어졌다며 심각성을 전합니다. 당시 증시침체의 골을 깊게 만든 주범은 ‘국민주’의 폭락. 같은 기간 국민주인 한전주와 포철주는 각각 28.6%와 22.1% 떨어졌습니다.

‘국민주식’. 정부의 관리 아래 운영되던 대규모의 공기업을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민영화계획에 따라 각계각층에 해당주식을 골고루 분산하여 대다수의 국민을 주주로 하는 주식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정부는 1988년 포철 3128만주를 주당 1만5000원에, 1989년 한국전력 1억2775만주를 주당 1만3000원에 국민주로 보급했습니다.

한국전력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한국전력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우리나라 ‘2호’ 국민주인 한국전력의 주가가 코로나19 폭락장 당시의 급락분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주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톱5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네이버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동학개미는 연초 이후 한국전력을 1조1801억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8878억원)과 기관(3340억원)이 내던진 물량을 모두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2만8500원으로 2020년을 시작한 주가는 이달 23일 현재 1만94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3월 폭락장에서 1만6000원대를 찍고 회복하는 듯했지만 다시 밀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가격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국민주로 다시 복귀할 것이란 동학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한전의 주가는 호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3년 만의 흑자전환을 내다보지만 ‘전력요금 개편’ 논의가 불투명해졌다는 시각이 호재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장기적인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탈원전 정책’에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정말 개미무덤이네. 탈원전에 한전이라. 돈 없는 한전이 한전공대도 만들고” “한전? 전기값을 정부가 통제하는데 어떻게 한전 주식을 사냐?” “기술개발은 뒷전이고 낙하산 인사만 일삼고, 제아무리 뿌리 깊은 나무라도 가지가 죽어가면 뿌리까지 썩어가는 게 당연하지” “정권이 태양·풍력을 미는 동안 상승 없다” “탈원전 때문에 망하는 건 두산만이 아니다???”.

서로 투자 손실 사례를 공유하며 ‘국민주’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네...4만원대에 싸다고 샀다가 몇년째 무덤 속에서 시체놀이 하고 있습니다” “나도 3만원에 물렸어. 그나마 물타기해서 3만원이다” “언제부터 국민주......ㅋ 이건 원래 십년 전에도 무덤주였다”.

지금이 살 때라며 장기 보유하면 희망이 있을 거라는 장밋빛 미래도 제시합니다.

“지금부터 슬슬 사야겠다” “음 이젠 매수 타이밍이 되었단 소리네” “전기차 인프라 좋아지면 전기차 점유율 30~40% 될 것이며 그에 따른 전력 수요가 늘 거라 예상. 석유 의존율이 일부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이동. 카카오 네이버가 그랬듯이 한전도 묻어두면 부동산과 같은 위력이 나올 거라 예상함.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곳에 투자하면 확실함”.

/자료=기획재정부 SNS
/자료=기획재정부 SNS

오늘 한 경제신문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공모펀드로 연 5000만원 이하 수익을 거둔 사람은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정부가 세금을 거두는 방식을 원천징수로 고수하면서 과세 대상이 아닌 사람도 일단 냈다가 환급받는 제2의 연말정산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그 대상이 ‘585만명’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공식 SNS에 입장문을 내고 “연간 누적 순소득(수익-손실)이 5000만원 될 때까지 원천징수 및 인출제한을 하지 않는다”라며 “연말정산을 2번 하는 경우 585만명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 입장문 발표 후 해당 기사 본문에는 ‘585만명’ 부분이 삭제됐고 제목에만 ‘수백만명’이라고 고쳐졌습니다.

/그래픽=뉴스웰(이미지 픽사베이)
/그래픽=뉴스웰(이미지 픽사베이)

한편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등 신용공여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어제(23일) “당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당분간 신용거래융자(신용매수)와 증권 담보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됩니다.

KB증권도 예탁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한다고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습니다. 다만 KB증권의 경우 신용융자 매매는 가능합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이보다 앞서 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됩니다.

“누르면 반드시 이기는 3번 단추는 왜 처음부터 사용 안 하는 거야”. 키 56m에 몸무게 1400톤인 태권브이는 일본산 마징가 제트보다 3배나 큽니다. 생김새는 그를 조종하는 훈이가 아닌 이순신입니다. 아버지 김청기 감독은 장군의 동상이 있는 광화문 스튜디오에서 태권브이를 완성합니다. 부르면 언제나 날아오는 대한민국 증시의 태권브이를 기다립니다.

“동학개미여, 3번 단추를 눌러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