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내몰린 이스타항공 1600명… 노회찬 살아있다면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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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내몰린 이스타항공 1600명… 노회찬 살아있다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23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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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최초로 가정용 생산에 성공한 '싱어' 재봉틀. /사진=픽사베이
최초로 가정용 생산에 성공한 '싱어' 재봉틀. /사진=픽사베이

“이 기계 때문에 우리 일자리 잃는 거 아냐?”

1851년, 열두살에 집을 나와 기계공을 전전하던 서른 청년은 회사를 차립니다. 이곳에서는 청년이 직접 개발한, 할부로도 판다는 여성들의 로망이 생산됩니다. 영어로 ‘Sewing Machine’, 우리나라에는 ‘Machine’의 잘못된 일본식 표기 ‘미싱’으로 들어옵니다. 오늘(7월 23일)은 재봉사들이 실직을 걱정한, 가정용 재봉틀 발명가 아이작 싱어의 타계 145주년입니다.

청년 전태일(왼쪽)과 가족과 함께한 세살 때(앞줄 오른쪽) 모습. /사진=전태일재단
청년 전태일(왼쪽)과 가족과 함께한 세살 때(앞줄 오른쪽) 모습. /사진=전태일재단

“미싱사 생활 10년 넘게 했지만 너무나 싫었다.”

2004년 11월 13일, 문학상 수상자는 힘들었던 시절을 다시 떠올립니다. 서른 중반의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글쓴이는 <노점상 아줌마의 일기>로 우수작에 뽑혔습니다. 이날로 열세번째를 맞은 문학상 수상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전태일 이름이 들어간 상을 받게 돼 기쁘다”라는 그의 옆에는 낯익은 이름의 수상자가 있습니다. ‘노회찬 <선대본 일기>’.

‘법적 공방’. 법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서 서로 공격하고 방어함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공식 포기를 선언하면서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법적 공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오늘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3월 2일 SPA를 맺은 지 4개월여 만입니다.

/사진=이스타항공 SNS
/사진=이스타항공 SNS

두 회사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이 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며 갈등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항공산업 현안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두 회사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만나고,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는 등 조속한 M&A 실행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라며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제출하면 검토해서 추가 지원책을 고민하겠다. 근로자 피해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은 이어 “정부의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통해 근로자에게 3개월치 임금 최대 930만원, 퇴직금 최대 930만원 등 총 1860만원을 지원할 수 있다”라며 “다만 전제조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하고, 고용 관련 기관이 인정을 해줘야한다. 또 직원들이 퇴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건 가장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노동조합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노동조합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단물 다 빨아먹고 이상직이가 버렸구만” “재산 몰수하여 직원들 보상해라” “민주당은 왜 제명 못하고 있는 건지 정말 실망입니다 이시간 이후 민주당 지지 철회합니다” “이스타항공 첨부터 이상직 권력 이용해서 온갖 편법과 비리덩어리다” “직원들은 거리로 나가는데 회장님은 돈을 주체못하고... 자기는 영업에 관여 없다??? ㅉㅉ” “회사가 망하면 회사노조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이상직의원 집을 팔아서라도 정리해라. 정부에서는 개입하지마라. 회사에.....뭐든 또 개입해서 돈 풀어주지 마라” “개인재산 몰수해서 근로자월급 청산해야지”.

전태일 시대가 아니라며 ‘부실기업 정리론’에 힘을 싣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대마불사로 대기업들이나 어느 정도 규모 기업들은 대량실직 문제로 정부 지원하는 관행 없애라. 대마도 파산할 수 있다. 설사 현대기아차가 파산위기라도 세제 금융지원 절대 하지마라. 귀족 노조원들이 금속 귀족노조와 짬짜미로.. 고액연봉 성과급 회사경영까지 좌지우지 하는데.. 경영위기의 기업들은 근로자 연봉 50% 삭감, 근로자 30% 감원, 일체의 노조행위 금지서약서 내지 않는 한 절대 네버 지원해선 안된다!! 민노총이 한국경제발전의 최대 적폐세력이 되버렸다!! 더 이상 전태일 시대의 청계천노조시대가 아니다!! 배부른 강성노조들 해체” “상황은 안타깝지만, 제발 세금낭비 안했으면 한다” “경영자, 직원 모두의 잘못이다. 그동안 방대하게 운영하고, 고액월급도 받고 하면서 잘 지낼 때를 생각하고, 어려울 때는 자기자신이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국가를 상대로 앵벌이 할 때가 아니다.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다”.

고교생 시절(왼쪽)과 6411번 버스를 타는 노회찬. 그는 고교 재학 시절인 1973년, 유신독재반대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노회찬재단
고교생 시절(왼쪽)과 6411번 버스를 타는 노회찬. 그는 고교 재학 시절인 1973년, 유신독재반대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했다. /사진=노회찬재단

올해 7월분 재산세 고지서 발급이 시작되면서 ‘세금폭탄’이라는 표현이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집을 한채 가진 납세자들의 불만이 이들 신문기사의 댓글창과 부동산 커뮤니티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6·17대책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단체 등은 이번 주말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세금폭탄의 실상은 어떨까요. 공시가격 20억원인 서울 도곡동 120㎡ 아파트의 경우 올해 모두 내야 할 재산세는 362만원. 지난해보다 80만원, 3년 전보다 150만원 더 내야 합니다. 재산세율은 10년 동안 그대로인데 과세기준인 집값, 공시가격이 6억원 올랐기 때문입니다. 숫자의 진실은 80만원 오른 세금과 6억원 오른 집값입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한달에 85만원 받는 투명인간입니다”. 2012년 10월 21일, 새로 출범하는 정당의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6411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영원한 노동자의 친구, 노회찬이 세상을 떠난 지 2주기입니다. 80만원 오른 세금과 85만원 월급. ‘삼성 떡값 검사’ 판결 후 노회찬은 말합니다.

“과연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합니까? 만명만 평등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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