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차는 부산인데 서울의 내차 보험료는 왜 오르나”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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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차는 부산인데 서울의 내차 보험료는 왜 오르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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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일본 도쿄의 자동차들. 우리나라와 달리 좌측 통행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일본 도쿄의 자동차들. 우리나라와 달리 좌측 통행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차들은 오른쪽길, 사람들은 왼쪽길~”

1978년 오늘(7월 30일), 오키나와 자동차들은 다시 ‘왼쪽’ 통행을 합니다. 미군이 들어오면서 ‘오른쪽’으로 바꾼 것을 되돌린 것입니다. 원래 일본은 영국 시스템을 그대로 따와 ‘좌측통행’입니다. 우리는 원래 우측이었지만 일제, 미 군정을 거치며 좌우로 바뀝니다. 단, 사람들은 일본 강점기 이후 줄곧 ‘왼쪽’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정부 들어 ‘오른쪽’이 됩니다.

'딱정벌레'로 불리는 1963년식 폭스바겐 비틀. /사진=위키피디아
'딱정벌레'로 불리는 1963년식 폭스바겐 비틀. /사진=위키피디아

“이래봬도 2100만대가 팔린 몸이라고.”

2003년 오늘,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에서 마지막 딱정벌레가 나옵니다. 1938년생인 딱정벌레는 손자까지 81년 동안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로 세손가락 안에 드는 ‘비틀’ 1세대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3세대마저 단종한 비틀이 전기차로 부활할 기세입니다. 폭스바겐은 지난 9일 유럽지식재산청에 ‘e-Beetle’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침수차량’. 폭우 등 큰물 따위로 인하여 물에 젖거나 잠긴 차량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전국에 연일 100mm가 넘는 폭우가 게릴라처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침수차량 피해도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차량 여러 대가 잠기면서 사망자가 3명 발생했다. /사진=부산소방본부
지난 23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차량 여러 대가 잠기면서 사망자가 3명 발생했다. /사진=부산소방본부

오늘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27일 오전 9시까지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4개사에 집중호우로 발생한 차량 피해 접수 건수는 1620건입니다. 이 가운데 차량침수는 1585건이 발생해 추정손해액만 161억2000만원으로 차량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부산과 경상도에서 차량침수 1478건이 발생, 이로 인한 손해액이 153억3900만원으로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컸습니다. 서울·인천·경기에서는 차량침수 44건, 손해액 3억1200만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광주·전라는 27건에 1억6700만원, 대전·세종·충청과 강릉·강원은 나란히 18건에 각각 손해액 1억6600만, 1억36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현행 자동차보험에서는 침수 차량에 대해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로 보상을 합니다. 침수지역을 지나가면서 물이 차 안으로 들어오거나 주차된 상태에서 태풍이나 홍수 등으로 침수된 경우 모두 보상 가능합니다. 불법주차 여부와 상관없이 자연재해로 인한 주차 중 침수는 자차 무과실 사고로 처리됩니다. 뿐만 아니라 보험료 할증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7월 9~27일 지역별 침수차량 피해 손해액. ( ) 안 단위 백만원. /자료=손해보험협회
7월 9~27일 지역별 침수차량 피해 손해액. ( ) 안 단위 백만원. /자료=손해보험협회

하지만 이미 물이 불어난 곳을 운행하다가 침수된 경우에는 자기 과실과 손해액에 따라 할증됩니다. 자동차 창문이나 선루프 등을 열어놨을 때 빗물이 들어간 경우에도 보상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안에 놓아둔 물품 역시 보상받지 못합니다. 반면 수해로 차량이 완전히 파손돼 다른 차량을 구입할 때는 취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손해보험업계는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번 침수 피해로 다시 오를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은 91.3%(가마감 기준)로 한달 새 4.6%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올 들어 가장 큰 증가폭으로 90%대로 올라선 것은 5개월 만입니다. 통상 적정 손해율로 관리하는 78~80%를 크게 웃돈 것입니다.

지난 1월 93.2%에 달했던 자보 손해율은 보험료 인상 영향으로 한달 만에 89.2%로 내려앉았습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3월에는 84.4%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방역 수칙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 4월과 5월에는 각각 88.6, 87.9%로 다시 상승했습니다.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한 주상복합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는 고급 외제차의 하부가 물에 잠겨 있다. /출처=보배드림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한 주상복합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는 고급 외제차의 하부가 물에 잠겨 있다. /출처=보배드림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자동차 보험료가 오를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침수된 차는 부산인데 서울인 내차보험료는 왜 오르나” “폐차 처리 안되면 100프로 밖으로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합시다” “자차보험도 보상 안 되나요?” “보험료 올라가네”.

다른 사람을 배려한 주차 문화와 함께 중고차 구매자에 없는 슈퍼카까지 걱정합니다.

“인도 보행자 차량운전 시야방해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도 생각하자. 차라리 집에서 좀 떨어지더라도 구청 주차장이나 학교 운동장 같은 넓은 곳 등에 주차할 생각은 못하는 거니” “당분간 중고차시장은 침수차로 판치겠군” “슈퍼카 침수되면 우째 되지?”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콕 190만원 요구' 글. /출처=보배드림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콕 190만원 요구' 글. /출처=보배드림

“8세 아들이 조수석 문을 확 열어서 옆 차량에 ‘문콕’하고 말았습니다. 차주에게 사과하고 보험 처리했는데 보험사에서 상대 차량 운전자가 개인적으로 수리하겠다며 190만원을 요구했다고 하네요”. 사흘 전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보험료가 고통의 부담금이 아닌 행복의 분담금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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